자세히보기 2013년 6월 1일 0

기획 | 폐쇄도 각오해야 2013년 6월호

기획 | 개성공단, 회생인가 폐쇄인가

폐쇄도 각오해야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였던 개성공단이 존폐의 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을 운운하며 개성공단에 미련이 없는 듯한 행태를 보였지만 사실 연 8,700만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초연하게 버리진 못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10여 년 공을 들였던 남북경협의 상징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지는 데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기엔 중요한 조건이 있다. 공단 재개의 주요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것이고 그렇다면 사실상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안전판을 마련하여 북측에 제시하되 그 같은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공단 폐쇄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구속력 있는 합의 필요

지난 4월 9일 북측의 노동력 철수와 우리 측 체류인원의 완전철수(5월 3일)로 현실화한 개성공단 폐쇄가 약 두 달간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전기 및 용수는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공단 재가동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북한 역시 개성공단에 강한 미련을 보이고 있다. 만일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면 공단 설립 이전에 주둔했던 인민군 6군단을 비롯한 군부대가 즉각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 노동력을 중국에 돌리려는 시도 역시 그간 체득했던 기술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북한이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우리 정부 역시 약 1조원에 달하는 피해 액수를 무덤덤하게 생각지는 못할 것이다. 피해 기업들의 고충 또한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어서 정치적 부담으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서둘러 개성공단 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의 데드라인은 6월말 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직면한 ‘시간과의 경쟁’의 고충을 간파하고 유리한 모멘텀을 확보하려 하는 듯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몇 차례에 걸쳐 동해상에서 신형 다연장 로켓을 발사한 사실이다. 당시는 정부와 개성공단 기업인들 간에 방북 신청 쟁점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던 때였다. 북한은 우리 정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북한은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려는 반성의 조짐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에는 중요한 전제가 따른다. 기존과 같은 공단 운영은 언제든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구속력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국면에서 볼 때 기존에 남북 양측이 체결한 투장보장 합의서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징해졌다. 북측이 사실상 계약의 모든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선 현재의 파국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구조다. 북측이 계약을 위반했을 때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은 비극의 불씨를 키우는 공간이 될 뿐이다. 요컨대 문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는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시간과의 경쟁에서 쫓길 필요는 없다.

문순보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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