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대중·일 외교접촉 잇따라 한반도 대화국면 전환? 2013년 6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대중·일 외교접촉 잇따라 한반도 대화국면 전환?
북한발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및 올해 2월 3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한·미 합동군사연습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등이 이어지던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는 모양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워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방중 마지막날인 5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조선(북한)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이 유엔의 제재결의에 맞서 6자회담의 종말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입장을 180도 선회한 셈이다.
최룡해 특사 “6자회담 등 대화·협상으로 문제 해결”
그는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조선 측은 적극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며 북한이 경제 발전, 민생 개선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전통적인 북·중 우호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서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부단히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유지는 많은 사람의 바람이자 대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며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유관 각국이 반도 비핵화 목표, 반도의 평화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어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세 긴장을 완화하고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동북아의 장기적 평화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룡해 특사는 방중 기간 시종일관 관련국들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앞서 최 총정치국장은 5월 24일 오전 베이징 ‘바이다러우(八一大樓)’에서 판창룽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나 관련국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견해를 거듭 피력했다. 하루 전인 5월 23일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조선(북한) 측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국과 대화의사를 밝힌 북한은 이미 대화를 시작했다. 북한은 이지마 이사오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를 북한으로 초청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하는 등 일본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지마 참여는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방북을 마친 뒤 “진지하게, 장시간 회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지마 참여는 5월 16일 북한의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북·일 대화의 실무 책임자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협상 담당 대사가 배석했다. 이지마 참여는 김 상임위원장 등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식민지 배상을 포함한 북·일 국교정상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지마 참여는 방북 이틀째인 5월 15일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 담당자인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와 회동했다.
이지마 참여 방북 … 북·일 국교정상화 의견 교환
일본 정부는 이지마 참여의 방북 이후 북한과 본격적인 수교회담 의지를 피력했다. 후루야 게이지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제2차 북·일 정상회담(2004년) 9주년인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이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환을 실현, 북·일관계 재구축을 향한 역사적, 대국적 견지에 선 올바른 결단을 할 것을 강력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담화는 “납치, 핵, 미사일 등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일본과 북한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양국 국교 정상화를 달성한다는 우리 측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쓸데없이 시간을 경과시켜, 납북자의 존재를 은폐하는 것으로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는 북한의 책동은 통하지 않고, 일·북관계를 돌이킬 수없는 상황에 몰아넣을 뿐”이라며 “아베 내각은 납치 피해자의 무사귀국 없이는 (북한에) 어떠한 인도적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베 정권이 납북자 문제의 진전이 시야에 들어올 경우 북핵 문제 진전에 앞서 독자적인 대북 거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잇단 외교행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대화의 흐름이 정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북한의 대화 재개 의사를 환영하고 나섰으나, 한·미 양국은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6자회담 재개의 열쇠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특정 조건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북·미 간 2·29합의 이상을 북한이 약속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함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등과 같은 핵심적인 비핵화 사전조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6자회담은 재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지난 5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두 가지 일로 성격을 규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북한은 뭐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 국제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 한 것이다. 따라서 6월 7∼8일 미·중 정상회담, 6월 하순 한·중 정상회담 등의 연쇄 접촉과 북한의 대외 메시지 등을 통해 드러날 북한의 의도가 정세 전환 및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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