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6월 1일 0

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 주민들 직업선택 권리 부정 2013년 6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0

북한, 주민들 직업선택 권리 부정

이 지난 3월 15일 북한의 대학, 전문학교,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군대 입대와 복대를 탄원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15일 북한의 대학, 전문학교,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군대 입대와 복대를 탄원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5월 1일은 국제노동절이다. 사실 북한에서 노동자는 제일 낮은 신분이지만, 북한 매체들은 열등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을 다독이느라 “우리나라는 노동계급의 세상”, “노동계급이 최고”라고 띄워주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실업자가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매체들의 선전은 국제인권규약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먹을 권리’를 부정하고 있는 오늘날 북한의 현실을 감추고 있다. 그러면 실제로 북한 주민이 직업을 가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의사, 기술자 등 전문직이나 북한에서 말하는 간부직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나와야 한다. 북한의 대학진학률은 10%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각 지역 고등중학교(2013년 학제개편으로 2년제 고등학교로 개칭됨)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평양 등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5년 이상 근무한 제대군인이나 직장인도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특례입학을 할 수 있는데 사실상 북한 사회의 지배계층 자식들이 이 제도를 통해서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출세가 보장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직·간부직 대학 나와야 … 대학진학률 10%대

북한의 대학입시 제도에서 특이한 점은 대학의 입학정원 할당 등 고등교육 정책을 조선노동당 과학교육부가 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우수한 과학영재들은 군수 관련 전공 분야에 집중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상·평등교육을 표방하는 북한의 고등교육은 이처럼 정치권력 기관이 개입하고 있으며 많은 탈북자들은 기득권을 세습하려는 간부들과 장마당과 외화벌이 사업으로 돈을 번 신흥부자들이 뇌물과 권력층과의 줄대기를 통해서 자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재수, 삼수를 통해서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왜냐하면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은 직장이나 군대를 선택할 수 있는 길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을 못한 대다수의 젊은 남성들은 군대를 가야한다. 공식적으로 북한의 군복무 기간은 7~10년 정도이지만, 실제로 더 많은 기간을 복무하고 제대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북한군 병사들의 가장 큰 꿈은 군 복무하는 동안 노동당에 입당하거나 대학 추천 또는 군관(장교)이 돼 금의환향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전역한 후에 ‘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대 출신은 군복무 기간 중에 노동당 입당과 대학 추천 우선권과 같은 여러 혜택이 있지만, 일반 부대 출신의 병사들은 노동당 입당뿐만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지난 2012년 11월 10일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평성의학대학은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교수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대학생들의 실험실습교육을 강화하여 유능한 인재들로 키워내고 있다.’고 보도하며 교육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2년 11월 10일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평성의학대학은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교수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대학생들의 실험실습교육을 강화하여 유능한 인재들로 키워내고 있다.’고 보도하며 교육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연합뉴스

뇌물·연줄 없으면 본인 뜻과 무관하게 배치돼

일반 제대병들은 소위 ‘무리(집단)배치’를 통해서 직장에 보내진다. 여성들의 경우 군사복무를 마치면 대개 직업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전역하는 해에 운이 나쁘면 고향이 아닌 탄광이나 광산 또는 대규모 사업장으로 ‘무리배치’된다. 이의제기나 항변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부모들도 군 복무로 장기간 집을 떠났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산간 오지로 가게 돼 가슴 아프지만 어느 누구도 당의 방침에 불만을 나타낼 순 없다. 어렵기는 하지만 그중에는 뇌물을 쓰거나 인맥을 동원해 귀향하는 제대병이 간혹 있을 수도 있다. 시·군·구역 당 위원회 노동과에서는 개인의 기본 자력을 바탕으로 국가기관이나 지역 내 공장·기업소에 직장을 배정한다. 뇌물이나 연줄이 없는 한 직장은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지정된다. 직장을 배정받으면 전역 후 15일 이내에 해당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당원일 경우에는 곧바로 노동당원으로 등록하고 당 조직 생활을 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본 탈북여성 가운데 아들이 군대에 간 후 10여 년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알아보지를 못했다고 한다.

여성을 포함한 군 미필자들도 예외 없이 직장을 ‘배치’받는다. 당성과 출신성분을 바탕으로 사회부문별 노동력 배치계획에 따라 직장을 갖게 된다. 물론 상위계층이거나 고등교육을 받았을 경우,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직업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직장의 결정과 배치에 있어 대졸자, 국가 사무원(정신노동 중심) 등의 간부급은 해당지역 행정기관의 당위원회 간부부에서 주관하나, 중앙당 비서국 비준대상인 경우는 당 중앙회 간부부와의 협의하에 이루어지며 일반 기업소 노동자, 농민의 경우는 해당지역 인민위원회 노동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북한의 대학입시제도, 직장배치 제도는 사실상 북한 체제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정치적 수단이다.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통해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국제인권규약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이다. 오늘날의 북한은 이러한 직업선택의 권리를 부정하고 일반 주민들을 병영체제 속에 가두어 둔 채, 소수 지배계층의 기득권을 세습하는 시대착오적인 계급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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