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6월 1일 0

포커스 | 이스라엘, 시리아 공습 …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 2013년 6월호

포커스 | 이스라엘, 시리아 공습 …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

지난 5월 초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대한 연쇄 공습을 감행했다. 3일에는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으로 이동 중이던 시리아의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과 무기고를 폭격했다. 5일 새벽에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자므라야에 있는 국방연구소에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란제 미사일 저장소로 추정되고 있는 곳이다. 이 공격으로 시리아군 4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30일에도 자므라야 지역에 있던 군용트럭을 폭격했다. 역시 러시아제 SA-17 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을 싣고 레바논으로 향하던 군 수송트럭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에 직접 폭격을 가한 것은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한 지 5년여 만이다.

이란과 시리아 학생들이 지난 5월 6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을 비난하며 이란 테헤란의 유엔 사무소 앞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중동지역 국가들의 공격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란과 시리아 학생들이 지난 5월 6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을 비난하며 이란 테헤란의 유엔 사무소 앞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중동지역 국가들의 공격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시리아 화학무기·미사일의 헤즈불라 이전 차단

3차례의 이스라엘 공습 모두 미사일 이동과 관련됐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명확하다. 시리아 정부가 보유 중인 화학무기, SA-17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등이 내전 와중에 헤즈볼라나 다른 무장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여러 차례 시리아의 화학무기 또는 군사장비가 헤즈볼라로 이송되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제 혹은 이란제 지대공 미사일이 헤즈볼라 손에 넘어가면 레바논 지역에서 벌이는 자국의 항공 작전 능력이 훼손되고, 자국 영토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일방적 군사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시리아 내전상황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한적인 폭격과 공습은 시리아 당국과 헤즈볼라 양측에 보내는 이스라엘 측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시리아와 헤즈볼라 간에 무기 거래가 이뤄진다는 징후가 포착되면 이스라엘이 추가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도 담고 있다. 이란-시리아-헤즈볼라로 연결되는 반이스라엘 연대에 대한 경고다. 헤즈볼라는 현재도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고 있고, 이란은 시리아와 헤즈볼라에 대해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작전까지 검토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통해 이란 정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을 주고 있는 핵개발과 헤즈볼라 및 시리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시리아 공격은 보다 중장기적 목표도 담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 골란고원의 점령을 장기화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 지역을 점령했다. 1981년에는 이곳을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때문에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다. 1974년 휴전선이 설치돼 1,200명의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시리아 쪽에서 휴전선을 감시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가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가장 큰 우려와 관심을 둔 사안이 바로 골란고원의 안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테러세력이 내전을 틈타 자국으로 잠입할 수 있다며 이 지역의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시리아와의 국경에 치안 방벽도 건설 중에 있다.

서방, 시리아 정권 급격한 교체 불원?

특히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시리아의 정권이 교체될 경우 골란고원 점령의 명분도 크게 약화하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부자의 독재로 일관된 ‘악의 축’ 국가 시리아로부터의 ‘위협’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불법’ 점령이 장기화될 수 있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리비아, 예멘 등과 같이 내전을 동반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성공할 경우 시리아는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최소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반영한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이고, 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은 단연 골란고원 반환이다. 더불어 시리아가 ‘악의 축’ 국가에서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돌아올 경우 아랍은 물론 서방국가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불법점령을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아랍 학자들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시리아 정권의 급격한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5월 대시리아 연쇄공격은 철저히 계산된 측면도 있다. 우선 시리아의 반격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스라엘은 잘 알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된 2년여 내전 속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여론도 이스라엘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 이미 8만여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한 시리아 정권은 사실상 국내외적으로 정통성을 상실한 상태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리아 사태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개입은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 이란은 물론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는 터키조차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비난하고 있다. 자칫 시리아 내전이 주변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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