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7월 1일

특집 |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넘어가야 2013년 7월호

특집 | 정전 60년 … 휴전은 평화 보장하지 않아

| 미래 |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넘어가야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이스트룸을 나서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자신의 접근 방법과 매우 같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이스트룸을 나서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자신의 접근 방법과 매우 같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2013년 봄의 한반도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또 다시 정전체제의 불안정성과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군사적 도발과 충돌도 사실은 전쟁의 일시 중단이라는 정전체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에 토대하고 있는 것들이다. 남북이 전쟁을 잠깐 중단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전쟁은 재개되고 시작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전체제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정전체제가 이제 60년을 맞고 있다. 정전 60년 동안 한반도는 전면전이 재개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군사적 긴장상황과 전쟁발발의 위기 속에 놓여 있고 지난 시기 동안 끊이지 않고 남북의 군사적 충돌과 대결이 이어져 왔다.

갈등의 온존 아닌 갈등 자체를 해결해야

결국 정전 60년을 맞는 2013년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필요함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전쟁발발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소극적 평화를 넘어 적극적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다. 갈등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군사적 충돌과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억제해내는 소극적 평화는 결국 불안정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이 바로 군사력으로 전쟁을 억제하는 소극적 평화이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우려스럽고 간헐적인 충돌과 대결을 목도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넘어가야 한다. 갈등의 온존이 아니라 갈등 자체를 해결하고 억제가 아닌 평화공존의 관계를 통해 전쟁의 발발 원인을 해소해내는 안정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바로 전쟁의 공식종료와 평화정착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평화협정’의 체결이다. 지속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적극적 평화로써 평화협정의 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이 필요함은 그래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지금 시기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비핵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가 되었고 실질적 핵능력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들의 헌법 전문에 핵보유를 명시하고 있고 김정일의 3대혁명유산에 첫 번째로 핵무기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건설과 핵무장 병진노선을 당의 공식노선으로 채택함으로써 이제 북한은 핵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와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조건이 바로 평화체제 논의다. 북은 핵문제를 카드화함으로써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체제인정과 안전보장을 담보받으려 했고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얻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그동안 협상과정의 우여곡절과 피로감으로 인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관계정상화를 얻는 것을 대신해서 보다 현실적인 목표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위한 공세적인 평화협정 주장에서 벗어나 체제인정과 안전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담보로서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평화체제 논의, 북한 전유물 될 수 없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6월 14일 통일부를 방문한 탕자쉬안 중국 전국무위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6월 14일 통일부를 방문한 탕자쉬안 중국 전국무위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2005년 7월 22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핵심 노정으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 과거와 달리 북핵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 입장은 결국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 포럼으로 합의 도출되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집중되었고 평화체제 논의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 하였다. 결국 북한은 2010년 1월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향후 비핵화 협상은 반드시 평화협정 협상과 동시병행이 아니라면 결코 진행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그리고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무장 병진노선을 천명하면서 경제건설을 위한 평화로운 대외환경을 요구했고 그 담보는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제도적 장치로서 평화협정 체결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고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득불 평화체제 논의를 피해갈 수 없게 된 셈이다.

결국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관리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서 장기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바로 평화협정 논의이다.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한 안전 담보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한반도 긴장고조를 최대화하는 것이면 우리가 군사적 차원의 안보논리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절반의 해법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원하는 것이 바로 군사적 맞대응을 통한 한반도 긴장고조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끄는 한반도 긴장고조에 그저 끌려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전쟁위기에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 긴장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우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도하는 평화체제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가 나서서 한국형 평화체제의 창의적인 안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워싱턴으로, 베이징으로, 평양으로 가서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견인하고 압박해야 한다. 발품을 팔고 고민을 한 만큼 우리의 발언권과 주도력은 확보된다. 우리가 먼저 평화체제 논의를 적극적으로 제의하고 주도해야 한다. 평화체제 논의가 마치 북한의 전유물인양 우리에게 터부시되는 것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일한 방도로서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 여기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출발해야 한다.

김근식 /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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