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7월 1일

기획 | 미·중, 신형대국관계 현실화할 수 있는가? 2013년 7월호

기획 | 굴기하는 중국과 한반도

미·중, 신형대국관계 현실화할 수 있는가?

시진핑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월 7~8일 미국 서부 휴양도시 랜초미라지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틀간 두 차례의 공식 회의와 한 차례의 실무만찬, 그리고 통역만을 배석한 산책 대화를 포함하여 장장 8시간을 함께 했다. 회담 시간만을 놓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논의와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특별한 만남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내용보다는 상징성이 부각된 회담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밀하게 관찰해야 할 사안이 두 가지가 있다. 향후 미·중관계의 흐름과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 내용이다.

지난 6월 7~8일(현지시간) 미·중정상회담이 미국 캘리포니아 휴양도시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에서 열렸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노타이 차림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남을 가졌다. Ⓒ연합뉴스

지난 6월 7~8일(현지시간) 미·중정상회담이 미국 캘리포니아 휴양도시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에서 열렸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노타이 차림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남을 가졌다. Ⓒ연합뉴스

중국, 신형대국관계 제시 … 미국, 수용

본 회담에서 중국은 40여 년 미·중관계 역사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중국 주도의 새로운 양국관계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제시했다. 신형대국관계는 이미 2012년 2월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제기한 바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그 의미뿐만 아니라 실천 방법론까지 상세하게 풀어놓았고, 사실상 오마바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향후 미·중관계의 큰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로 포착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재균형 정책이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이 아니며 미·중이 앞으로 ‘전략적 라이벌’이 아닌 ‘건강한 경쟁’을 해나갈 것을 제안하며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신형대국관계 비전에 호응했다. 양국관계의 새로운 청사진을 중국이 제시하고 미국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자체가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문제는 양국의 합의처럼 신형대국관계를 현실화할 수 있는가이다. 양국 정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관계의 중요성과 협력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음에도 정작 양국 간 중요한 현안인 남중국해 분쟁, 사이버 안보, 지적 재산권, 미국의 대만무기 판매, 중국 환율 문제 등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즉 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지 않은 현안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경쟁하고 있으며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면에는 바로 근본적인 전략적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향후 양국은 협력이라는 큰 기조에서 여전히 사안별로 갈등과 경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중관계의 복잡 미묘한 현실이 가장 상징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줄다리기가 아닐까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2011년 후진타오·오바마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양국이 민감한 현안에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으면서도 유독 북핵문제에서는 ‘완전하게 합의’ 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하여 진전된 것이 있다면 북핵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원칙 합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논의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비핵화가 대북정책의 목표라는 데 중국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설명하였다. 아울러 향후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이행을 포함한 모든 대북제재 조치들을 양국이 긴밀한 협력하에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확산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을 병행한다는 소위 북한의 ‘병진전략’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 측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데도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북핵문제 완전 합의? … 상당한 차이 존재

그러나 미국이 밝히고 있는 ‘완전한 합의’ 내용을 중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과 면밀하게 대조해 보면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도 예의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3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음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미·중이 북핵문제에 있어 원칙과 전반적인 목표에 있어 합의를 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중국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미국 측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여전히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압박보다는 대화가 중요하며 그것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서는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북한이 주변국들과 대화에 나서려는 성의를 보일 때 최대한 빨리 6자회담 등 대화채널에 회복시켜 일단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미·중이 대북정책 차원에서 합의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기본 원칙과 목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구체적인 로드맵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정작 미·중은 여전히 각각 다른 구상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북핵문제는 이제 미·중 양국이 안보관련 이슈에서 협력하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미·중 양국 어느 국가도 실제로는 뚜렷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결국 북핵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중 간의 이러한 포장된 원론적 합의에 도취되지 말고 오히려 미·중 간의 내재된 간극이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률 /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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