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中, 대북압박에 신중 … 韓, 지나친 기대 지양해야 2013년 7월호
기획 | 굴기하는 중국과 한반도
中, 대북압박에 신중 … 韓, 지나친 기대 지양해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5월 24일 시진핑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화모드로 돌아섰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닐지라도 북한 태도 변화에 대한 관련국 시각은 다소 혼잡스럽다. 비핵화에 있어서는 합의점이 존재하나, 대북 접근의 방법론적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의 심경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중국이 보다 강압적인 자세로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일련의 도발에 더해 서해 중국 어민 억류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불쾌감은 극도에 달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5월 23일자 사론을 통해 “북한이 중국 여론을 무시할 경우, 중국 입장을 오판하는 커다란 착오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중국 여론이 전향적인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른바 전통파는 북·중 간의 특수관계, 지정학적 가치, 이념에 기반하여 여전히 북한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수정파들은 ‘완충지대’로써의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북한을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부담’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돌출행동이 반복되는 시기에는 수정파들이 득세하는 성향을 나타내지만, 다수파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전통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북한의 대화모드 돌입, 한·미·일 공조 강화 등 상황이 전개될 경우 전통파들의 주장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외교라인, 6자회담 관여 인물 대거 포진
물론 중국체제 특성상 정책결정부문이 국내 여론으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시진핑시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결정 라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13년 제12기 전인대 이후 중국 중앙외사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으로 전 외교부장 양제츠가 선임되어 기존의 다이빙궈를 대체했다. 양제츠는 1970년대에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을 졸업하고 주미대사, 중국외교부장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따라서 다년간 소련-동구권 대외업무와 대외연락부장직을 역임했던 다이빙궈보다는 덜 이념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왕이 현 외교부장은 일찍이 6자회담 중국측 단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아시아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예수이 외교부 부부장 또한 유엔과 주미 특명전권대사를 역임한 인물이며, 특히 짱 부부장의 부인 천나이칭은 현재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6자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들이 대북정책 결정 라인에 포진되어 있다는 점으로 보아 향후 중국은 6자회담 재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대화모드로 돌아선 북한의 태도 변화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여왔을까. 여기서는 최용해 방중을 전후로 <환구시보>가 발표한 두 편의 사설에 주목하고자 한다. 최용해 방중 당시인 5월 23일은 “김정은 특사 내방, 중국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북한의 급진적 핵정책은 반도 정세 혼란의 근원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김정은 특사가 왔다고 해서 웃으며 반겨줄 필요는 없으며, 중국은 평양에 대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월 25일 발표된 사설에서는 이와 달리 “북한의 변화에 한·미·일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설 것”을 호소했다. 북한이 6자회담 등 대화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로 전환한 만큼, 국제사회도 북한의 이러한 입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6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으로 개최된 북·중전략대화 이후에도 중국은 관련국들이 6자회담의 테이블에 한 발짝 씩 다가설 것을 요구하면서, 중국은 전면적이고 균형 있게 2005년 9·19공동성명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동북아 및 한반도의 항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현 단계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무엇보다 어느 한쪽에 얽매이기보다 초연한 자세로 정세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둘째,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국제사회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일정수준 대북압력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보다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특히 6자회담에 깊이 관여했던 핵심인물들이 대북정책 라인에 집결되면서 향후 중국은 일단 북과 한·미·일 쌍방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북한과 한·미·일이 좀처럼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갈등 쌍방의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국의 가장 큰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할 것 다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 몫”
중국의 대북 강경입장은 북한의 돌출행동을 억지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보았다. 북한체제가 어느 정도 내부적 안정을 찾은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 감싸기’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지만 대북압박의 수위에 있어서는 항상 신중성을 기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보다 객관적이고, 능동적인 정세인식이 필요하다. 첫째,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중·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중국은 전술적으로 현재 “우리가 할 것은 다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 몫”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남북대화를 통한 국면타개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의 대북정책 신축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한반도 긴장상황에서 출범한 국가안보실의 경우 위기상황에선 안보세력이 주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으나, 대화국면의 상황에서는 통일부에 상대적 자율성을 부여해야만 대북정책의 신축성이 보다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서울 프로세스를 추진하려면 한국은 보다 뚜렷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한·미·일 공조에 임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견제에 한국이 연루되고 있다는 인식이 각인될 경우 중국 전통파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미 전략대화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서로간의 의견조율이 상시 진행될 수 있는 협력기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동훈 / 중국 연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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