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학교와 지역 일원화된 탈북청소년 지원체제 필요해요” 2013년 7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
“학교와 지역 일원화된 탈북청소년 지원체제 필요해요”
Q.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 소장으로 취임하기까지?
A. 교육사회학을 전공하고 학교 수업, 학교 규율 등에 대해 주로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한 연구를 해 오다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교육복지 관련 연구와 사업에 전념했었어요. 그 경험들이 제게 교사 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2010년 이후 주로 교사 교육 관련 연구를 수행해 오다 올해 3월 이 센터와 함께 하게 되었어요.
Q. 센터는 언제,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A.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북한의 식량난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늘어나고 남한으로 유입되는 수도 급격히 증가했어요. 정규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학생의 수만도 현재 약 2천여 명에 이르고 있죠. 이에 이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탈북 청소년 교육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을 추진하는데 중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국교육개발원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였어요. 센터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어요. 하나는 탈북 청소년에 대한 종합적 교육지원을 통해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활동이 향후 통일 한국에서의 남북한 교육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죠. 2009년 9월 출범 이후, 센터는 탈북 학생들의 남한 사회와 학교적응 지원, 이들의 잠재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 남북한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교육기반 구축 등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 오고 있어요.
Q. 탈북 청소년 적응을 위한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A.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에 입국하면 하나원에서 초기 적응교육을 12주간 받게 되죠. 유·초등 학령 아동은 하나원 인근 삼죽초등학교에서 위탁교육(통합교육·특별학급)을 실시하고 정착지로 가면 정착지 학교로 전학하게 돼요. 중·고등학생의 경우, 하나원 소재 하나둘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이후 학력인정 절차를 거쳐 정착지의 학교에 편입학하게 됩니다.
센터에서는 이 초기적응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하나둘학교에 전문상담사를 파견하고 있어요. 탈북 청소년들이 정착지 학교에 정착하게 되면 이들의 학교와 사회적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수행하고 있죠. 우선 전담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이들이 심리·정서적, 지적으로 탈북 학생들이 갖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국어(논술), 수학, 사회, 역사 등에서 보충교재를 발간하였고 교육과정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남북한 교육과정 비교 작업에 기초한 교과별 교재를 단계별로 발간하고 있죠. 나아가 탈북 청소년들이 자신의 잠재역량을 발견하고 이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진로·진학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진로캠프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우수한 잠재역량을 지닌 탈북 청소년들을 발굴하여 재능 기부자와 연계시켜 이들의 재능이 보다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요.
Q. 탈북 청소년에 맞는 교재개발에 대해?
A. 센터에서 가장 비중 있게 하고 있는 일이 표준(보충)교재 개발이에요. 2012년에는 초등 1, 2학년 중학교 1학년용 교재를 실험적으로 개발하여 현재 정책학교에서 검토 중에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 3, 4학년 중학교 2학년 단계의 교재 개발을 시도하고 있어요. 이 교재는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재학하는 탈북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학교학습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보충교재로써의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탈북 학생이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기본 학습내용을 담은 표준교재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해요. 남북한의 학제, 교육과정, 교수용어 등의 차이를 고려하고 탈북 학생들의 교육실태를 분석하여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언제 갑작스럽게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 대비 학습교재로써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죠.
또 센터에서는 탈북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해소하고 남북한 청소년의 상호이해를 위한 돕기 위해 각종 교육자료를 개발해 왔어요. 관련 애니메이션, 동영상, 영상물을 개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올해 초에는 남북한 상호이해를 주제로 하는 UCC 공모전을 열기도 했죠. 이 UCC 공모전에 예상보다 많은 학생과 일반인이 응모를 했고 특히 학생들 작품에서 기술적인 면에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학교 생활에서의 경험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특히 탈북 학생과 남한 학생들이 함께 만든 공동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점은 결과물로써의 작품 수준과는 별개로 작품 제작과정 자체가 남북한 학생들의 상호 관계형성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되어 이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Q. 성인 탈북 주민 지원사업 중 ‘NK 교사’ 아카데미 사업에 대해?
A. 성인 탈북 주민 지원사업은 올해부터 모두 탈북주민지원재단으로 이관되어 2013년 6월부터는 NK 교사 아카데미 사업을 센터에서 진행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제까지 센터에서는 북한에서 초·중등 교사였던 탈북자, 이들을 ‘NK 교사’라 부르고 있는데요. 이들이 남한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어요. 주로 주말을 활용하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들이 탈북 청소년을 방문하여 학업적인 어려움을 확인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해 왔죠. 또 이들이 서로의 활동사례를 공유하면서 남한 사회에서의 적응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열기도 했어요. 이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연수 프로그램이에요. 이제까지 총 4기의 연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는데 1기에 총 60시간으로 진행되고 있고요. 남한에 온 탈북 주민과 탈북 학생의 일반적 상황 이해, 교과별 탈북학생 지도법, 생활지도와 상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학교생활지도법, 민주시민교육 등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죠.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NK 교사’들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수여하는 수료증을 받게 돼요. 수료한 이들이 탈북 학생이 밀집한 학교의 전담 코디네이터로 지원하여 현재 총 15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
A. 작지만 큰 의미로 다가온 사례가 있죠. 지난 4월에 대전에서 전국 탈북 학생 지도 담당교원 연수를 진행했었어요. 첫날 연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그룹 토론을 했었는데 그 토론 말미에 한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자신의 담임 학급 아이들에게 각자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학급 컴퓨터에 입력해 놓도록 했는데, 이 연수 내용을 듣고 나니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지 갑자기 걱정스러워졌음을 토로하는 겁니다. 탈북학생들에게 자기 소개서가 갖는 의미를 이제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스러워졌다는 것이죠. 사실 탈북 학생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교육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 관계는 아이들의 삶 전체 맥락에 교사가 함께 할 때 형성되는 것이라고 봐요. 탈북 학생에 대한 이 교사의 걱정이 학생과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그리고 이런 경험이 이후 모든 학생들과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그 교사의 말씀이 제게 지워지지 않고 이제까지 강하게 남았던 것 같아요.
Q. 현 탈북 청소년 지원의 과제는?
A. 탈북 청소년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들이 남한에 입국해서 초기 정착할 때에 이루어지는 세밀한 지원이에요. 그런데 이것과 관련해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일이 있어요. 정서적, 신체적으로 많은 상처를 지닌 이 아이들이 낯선 문화와 배타적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이 사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초기 정착과정에서 밀착 지원이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이들이 입국하면 초기 하나원에서 12주간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하나원 하나둘학교 수료 학생의 교육 상황에 대한 정보를 이 아이들이 정착하게 되는 지역의 재학 학교와 공유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때문에 정착지 학교에서는 탈북 학생이 탈북 학생인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릴뿐더러 이들의 학습 수준, 심리·정서적 문제 등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파악하기 위해 애써야 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부와 교육부와의 협력체제가 마련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거치는 교육기관 간의 상호역할을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Q. 향후 계획은?
A. 탈북 청소년 학교학습 적응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센터의 일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는 탈북 청소년의 교육기회를 확충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교육복지 활동이고 남북한 학제, 교육과정, 교수용어, 학습방법 등에 대한 비교를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통일대비 교육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아직 소수에 불과한 탈북 청소년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이지만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반 활동은 멀리 보면 통일대비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지금보다 더욱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고 봐요.
더불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탈북 청소년 지원은 일원화된 교육복지체제를 구축해서 그 체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해요. 사실 탈북, 다문화, 빈곤 등은 취약계층을 구분하는 개념적 특성이에요. 일선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개별 학생은 탈북, 다문화, 빈곤 등의 특성을 동시에 가질 가능성이 많죠. 이런 각각의 특성별로 서로 다른 지원체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필요를 발견하고 그것에 직접적이고도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그것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과 연계된 일원화된 지원체제를 토대로 탈북 학생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담임교사, 심리상담사, 진로상담교사, 사회복지사 등 학교 내외 인력들이 개별 학생들의 삶의 역사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그러한 지원체제여야 하죠.
센터는 탈북 청소년의 특성과 이들의 요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제반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각종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개발하며 이들을 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에 전념할 것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위에서 말한 통합지원 체제가 만들어져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해요. 탈북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은 ‘특별한 누구’에 대한 지원이 아닌 지향해야 할 교육의 모습을 구현해 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교육복지가 지향하는 것이며 또한 통일한국의 지향이기도 할 것이죠.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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