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라오스 탈북 청소년 강제북송 재발 막으려면? 2013년 7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1
라오스 탈북 청소년 강제북송 재발 막으려면?
탈북 고아와 한국에 가족을 둔 청소년을 포함한 9명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북한을 떠난 뒤, 대한민국으로 오기 위하여 선교사 도움을 받아 라오스에 들어갔다가 라오스 당국에 억류된 후 중국으로 추방, 곧이어 북한으로 송환된 사건을 두고 국내외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라오스 “모든 불법 입국자 출신국과 협의 송환”
언론에 공개된 이들의 영상은 탈북 아동들의 현실과 꿈을 우리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한 탈북 청소년은 중국 공안에 쫓기다 매를 맞아 앞니가 없다. 쉼터에 처음으로 온 한 소녀의 손등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고 퉁퉁 부어 있다. 중국 내 쉼터에서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면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이 라오스에서 데려간 탈북 청소년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부당한 처벌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미국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라오스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을 즉각 북한으로 보낸 것은 북한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암울한 운명에 대한 고려가 없는 행동이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국제엠네스티>를 비롯한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서명운동과 항의서한 보내기 캠페인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20일 북한 당국은 이들이 언론 좌담회를 통해 “목사에 의해 남한으로 유괴되던 중 라오스의 도움으로 평양에 돌아올 수 있었다.”며 심리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이들 9명은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또 그 뒤에 이들의 존재는 망각 속에 묻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던지는 향후 파장과 의미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두고 국내 언론은 외교부의 안일한 대처와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질타했다. 물론 그 동안 탈북자들의 생명을 보전하는 중요한 탈북 루트에 대한 보호와 관련국에 대한 외교에서 정부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러나 5명의 상근 외교관이 근무하는 라오스 현지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세심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북한이 라오스에서 송환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신상과 발언을 지난 6월 20일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들 청소년을 “남조선 괴뢰패당의 유인납치 행위로 남조선으로 끌려가다가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온 청소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고려동포회관에서 열린 좌담회 내용을 전했다. Ⓒ연합뉴스
“남한 생활 지옥 같았다” … 그 후는?
또한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외교 인력 확충과 제도적 지원을 위해서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권이 그 동안 어떤 관심을 보여주었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제안된 ‘북한인권법안’은 2005년부터 8년째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야당이 이 법안에 적극적인 반대를 하기 때문이다. 여당 또한 이 법안을 직권상정하려는 강한 입법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보다 심각한 현실적 문제가 또 하나 있다. 라오스 북부를 경유하는 탈북 경로의 폐쇄 가능성이다. 얼마 전 라오스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특사는 라오스 외교부 차관으로부터 라오스 측은 국내법을 인용하며 “모든 불법 입국자는 그 출신 국가와 협의해 송환하도록 돼 있다.”면서 앞으로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들었다. 당시 라오스 내에서 국내입국을 기다리던 20명의 다른 탈북자들은 무사히 올 수 있었지만, 향후 자유와 생명을 찾아 머나먼 길을 걸어야 하는 탈북자들의 안전이 더욱 위협받을 상황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국경연선을 폐쇄하고 탈북자 가족에 대한 탄압정책과 회유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국내 입국 탈북자 9명을 다시 북한으로 입국시켜 “남한에서의 생활은 지옥과 같았다.”는 공개방송을 하는 등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방송출연 뒤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왜 북한 당국은 이토록 탈북자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을까?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전화통지가 하루에 4천여 회선을 넘어선다고 한다. 북한 정권이 왜 탈북자를 막으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온갖 거짓과 허위로 위장한 억압체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이다. 탈북자는 우리에게 북한의 진실을 전해주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우리의 진실을 전해주는 귀중한 메신저들이다.
이제부터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원칙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탈북자들은 자발적인 의사로 억압과 가난을 회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국제 난민이다. 동시에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주체는 『헌법 3조』의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마땅히 져야 한다. 탈북자는 향후 북한을 개혁하고 통일을 이룩해야 할 명분이자 인적 주체들이다. 더 이상 이들이 피눈물을 뿌리며 사지로 다시 잡혀가는 사건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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