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 인권에 대한 인식은? 2013년 7월호
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22 | 인권에 대한 인식은?
북한을 탈출한 후 천신만고 끝에 라오스에 도착한 탈북 청소년 9명이 수용·보호 중 강제로 북한으로 끌려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보호 책임은 다하지 못하면서 주민을 강압적 통치대상으로 삼으려는 북한정권의 반인권성과 무자비성이 확인되었으며, 북한이 지독한 인권 사각지대라는 점이 다시금 부각됐다.
현재 북한인권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호에서는 북한에서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체제안보 관점에서 ‘북한식 인권’과 ‘국권론’ 주장
북한은 인권을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에서 ‘서방식 인권’과 ‘북한식 인권’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한은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은 각이한 전통과 민족성,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 발전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개 나라의 인권 기준과 보장 형태도 해당 나라의 구체적 실정에 따라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인권 기준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인 인권은 주권을 초월한다는 서방 중심의 인권 논의를 배격하면서 국제사회가 제기하는 인권문제를 내정간섭 혹은 주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붕괴과정에서 서구의 인권문제에 대한 개입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여기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인권문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인식은 김정일 체제의 선군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주권과 결합되어 ‘국권론’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국가는 제도적·법률적 보장이 있어야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데, 자주권을 상실당하면 인권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인권은 곧 국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권인식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를 체제 붕괴, 정권 교체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권수호와 인권보장을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의 ‘국권론’은 미국 부시정부의 등장과 함께 더욱 강화되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은 인권보다 국가주권을 우선시 해왔다. 인권문제는 국가주권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간섭은 주권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주장해 왔다. 북한도 이러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으며, 더욱이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에 더 강하게 집착하여 왔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북한의 자유를 위한 미주한인교회연합’ 행사에서 ‘14호 개천관리소의 탈출’의 주인공 탈북자 신동혁 씨(오른쪽)가 세계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에 갇힌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동료들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반발과 협조’ 이중전략
북한은 국권론을 선군정치와 연결시켜 그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인권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국권을 수호할 수 있는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은 강력한 국력, 즉 군사력을 전제로 보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군은 참다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이자 국제사회의 ‘인권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최상의 정치방식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인권인식은 기본적으로 체제 안보 관점과 직결된 인권인식으로 인해 인권 해결의 관점이 아닌 인권공세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결정되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외무성에서 담당하고 있다.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성에서 인권문제를 관장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유엔 등 국제회의에는 외무성 직원들이 참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사안의 성격에 따라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선법률가위원회 등 해당기관 명의의 성명·담화 등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한편, 국제사회에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체제에 위협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엔 등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등 일부 협조적 자세도 보이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인권보고서를 제출하고, 유엔 차원에서 주최하는 세미나·교육 및 기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의 인권 대화도 개최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반발과 협조’라는 이중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의 인권결의안 채택, 미국과 일본 등 개별 국가의 <북한인권법>제정 등에 대해서는 체제 안보 논리를 내세워 주권 및 내정간섭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1990년대 이후 법률 정비를 통해 인권 개선을 위한 외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1998년 헌법 개정에서 거주 여행의 자유(제75조)를 신설하고, 2009년 헌법 개정에는 인권 존중 조문을 신설하였다(제8조). 그리고 인권 침해 우려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북한 형법도 2004년 유추해석 조항을 삭제하고 죄형법정주의를 수용하였다. 이외에도 북한은 장애자보호법(2003년), 행정처벌법(2004년), 연로자보호법(2007년), 여성권리보장법(2010년), 아동권리보장법(2010년), 보통교육법(2011년) 등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외형적인 인권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인권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요시하고, 인권을 체제 안보와 직결된 것으로 인식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개개인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정리 /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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