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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중계 | “남북통일, 북한 주민 자유의사 존중해야” 2013년 7월호

세미나중계 | “남북통일, 북한 주민 자유의사 존중해야”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콘라드 아데나워, 프리드리히 에버트, 프리드리히 나우만, 한스자이델 4개 독일 재단의 공동주최호 ‘내적 통합 : 독일과 한국의 공동 도전과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연합뉴스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콘라드 아데나워, 프리드리히 에버트, 프리드리히 나우만, 한스자이델 4개 독일 재단의 공동주최호 ‘내적 통합 : 독일과 한국의 공동 도전과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연합뉴스

올해는 한국과 독일의 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은 한강의 기적,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성장을 이뤘고, 분단의 아픔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분단의 상처에는 내적 통합이라는 치유 과정이 필요하지만 독일의 통일은 너무도 갑자기 찾아와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다. 이에 한국은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통일 이전부터 서로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고, 내적 통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6월 5일 콘라드 아데나워, 프리드리히 에버트, 프리드리히 나우만, 한스 자이델 4개 독일 재단의 공동주최로 한·독 국제회의 ‘내적 통합 : 독일과 한국의 공동 도전과제’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본 회의는 라스 안드레 리히터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의 개회사,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연방공화국 대사와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환영사,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이날 회의의 발제자들은 실질적으로 동서독의 내적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토대로 미시적, 경험적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제1회의는 노르베르트 에쉬보른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장의 사회로 안나 카민스키 구동독 사회주의 통일당 독재청산 재단 사무총장의 ‘과거 청산을 통한 통합’, 프레야 클리어 작가 겸 연출가의 ‘우리는 낯선 이방인이었다’의 발표가 진행됐다. 다음은 안나 카민스키 사무총장의 발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인간적 만남과 교육 통해 내적 통합 모색

동독 인민회의와 사법부는 과거 청산을 위해 사회주의 통일당이 자행한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작업으로 배임행위 또는 부정, 수차례의 살인 행위, 상해, 선거조작, 공직자 법률 위반 등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약 10만명의 통일당 관계자들에 대한 7만4천건 이상의 수사가 실시되었으며, 현재까지 지급된 배상금은 6억6천만 유로이다. 우리는 희생자들에게 합당한 물질적, 도덕적 보상에서 더 나아가 공식적인 감사의 표시와 관심 표명, 동시에 언론이나 교육 등을 통해 해당의식을 고취시킴으로써 과거의 불법행위를 잊지 않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

이어 프레야 클리어 작가가 독재 정권에 관한 발표를 이었다. 오빠와 내가 4살, 3살 무렵, 부모님이 외출하셨다가 폭행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셨고, 우리는 고아원에서 지내게 됐다. 당시 ‘새로운 사회주의 인간’으로의 교육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일환으로 우리는 부모가 반역자이자 평화의 적인지 생각해야 했으며, 부모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어떠한 의무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다. 어린 나는 스탈린에 대한 환상으로 그에게 의지하곤 했는데, 모든 독재정권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뇌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부모님이 퇴소했을 때 오빠는 이미 문제아가 되었고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감금, 정신병원, 전기치료 등을 거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이후 오빠의 영향에서인지 단체를 구성하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동반성장-서로에게 배우기’ 지원프로그램 실행

제2회의는 크리스토프 폴만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장의 사회로 악셀 슈미트 괴델리츠 동서 포럼 이사장의 ‘인간적 만남을 통한 통합’과 엘케 우르반 라이프찌히 학교박물관장의 ‘교육을 통한 통합’의 발표가 이어졌다. 악셀 슈미트 괴델리츠 이사장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1998년 동서포럼을 창립했다. 동서포럼의 목표는 독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임을 알리고, 동서독 주민들이 서로를 진실되게 알아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대지주와 소작농의 아들, 동독 국경 수비대의 장교와 탈출을 시도했던 여성, 슈타지 간부 출신과 정치범 수감자 등 2천명 이상의 사람이 참여하여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독일이 통일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적 통일을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연대적 행위, 자립적 경제 여건 조성, 실업률 해소, 소유권 분쟁 해결, 동서독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업, 충분한 시간 제공, 상호 이해 기회 마련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엘케 우르반 관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동독의 교육목표는 규율과 질서, 복종과 획일화, 군사화, 편협한 관점의 지식, 반진실적 내용 등을 중요시했다. 그렇기에 1989년, 처음 서독을 여행한 후 이러한 교육에 거부감을 갖고 집회에 동참하게 됐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에는 자유학교를 원했다. 당시 동독 전체 자유교육학단체들의 협의회를 구성하고, 라이프찌히 국제학교를 통해 서독의 학교정책 메커니즘, 외교와 협의대상, 민주주의 등을 알아갔다. 또한 동서남북 학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동반성장-서로에게 배우기’ 지원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현재 학교에서는 과거 동독 학교의 실태를 교육으로 활용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과 전시회, 영상, 책자 및 카탈로그를 통해 동서독 학교의 진정한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제3회의는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장의 사회로 김학성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와 손기웅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김학성 교수는 “독일과 한반도 통일 과정은 물론 다르겠지만, 참조하여 창조적으로 변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 통일은 짧은 시간 내에 동독을 서독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적 통합 수준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한편 남북한은 동서독보다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더더욱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기웅 연구위원은 “헌법 4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가장 부합하는 독일 사례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당시 동서독 통일에서 동독 주민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 어려움은 스스로 감내하게 한 것처럼 남북 통일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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