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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화유산 톡톡! | 한반도 중세문화의 정수 개성 세계가 인정하다 2013년 7월호

북한 문화유산 톡톡! 6 | 한반도 중세문화의 정수 개성 세계가 인정하다

최근 세계유산에 등재된 개성역사유적지구 중 고려 성균관, 선죽교, 공민왕릉, 만월대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 Ⓒ연합뉴스

최근 세계유산에 등재된 개성역사유적지구 중 고려 성균관, 선죽교, 공민왕릉, 만월대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 Ⓒ연합뉴스

2013년 6월 23일 오후 2시 13분. 의장이 손에 든 의사봉을 내리치자 각국 대표단 속에 자리하였던 북한 대표단이 일제히 일어서며 환호하였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정에 대한 입장발표에서 북한대표단은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등재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의 보존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2004년 고구려 고분군에 이어 북한의 2번째 세계유산인 개성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되는 순간이었다.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은 2005년 11월 개성 현지에서 개최된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원을 위한 남북공동학술대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개성역사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남북공동발굴조사가 제안되었다. 이후 연이은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개성의 역사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고 보존관리 하기 위해 남과 북이 협력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남과 북 하나된 노력의 결실

그 후 2006년 1월, 남과 북은 개성역사유적 발굴에 대한 포괄적 합의서를 체결하였으며 2월에는 북측이 발굴조사 대상으로 송악산 자락에 위치한 고려궁성(속칭 만월대)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고려궁성에 대한 남북공동 발굴조사와 복구조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하지만 2007년 1월 세계유산센터에 접수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다음해인 2008년 제3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범위와 완충지역 크기의 부족함으로 인해 등재 반려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1년 2월 북한은 권고 받은 사항을 보완하여 수정된 내용을 제출하였고 2012년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코모스(ICOMOS) 기술평가팀이 현지답사를 실시하였다.

“진정성, 완전성,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합”

현재 ‘개성역사유적지구’는 12개의 유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상 유적으로는 개성 성곽 5개소, 고려궁성(만월대)과 개성 첨성대, 개성 남대문, 고려 성균관, 선죽교와 표충비, 왕건왕릉·칠릉군과 명릉군, 공민왕릉이 지정되어 있다. 이코모스의 보고서에는 이러한 유적들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북한의 제안과 이코모스 차원의 권고가 세밀하게 작성되어 있다. 특히 북한은 2015년까지 현재 고려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개성 성균관을 대신하여 새로운 박물관을 건립, 성균관을 본래의 형태로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이코모스 측의 박물관 전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보아진다.

또한 이코모스는 개성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새로운 박물관의 구체적인 위치와 설계를 세계유산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유적의 보존을 위한 구제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공민왕릉의 경우 원찰인 광통보제사와 비석에 대한 보수와 보존, 개성 남대문의 남쪽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 등도 권고하고 있으며 도심 재개발과 개성공단의 확장, 하절기의 폭우와 산사태, 목재의 충해와 화재, 지진 등에 대비할 것도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코모스의 판단 중 남한과는 사뭇 다른 부분도 확인된다. 개건한 왕건릉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고려 태조의 무덤인 왕건릉의 본래 명칭은 현릉(顯陵)으로 943년에 조성되었으며 현재는 북한 국보유적 제179호로 지정되어 있다. 1992년 북한 정권은 왕건릉에 대한 대대적인 개건을 추진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형시켰는데 현대에 이루어진 이러한 작업은 우리의 문화재 보존원칙과 상반된 부분이 많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개건에 대해 이코모스는 2008년에는 경관이 완전히 변형되었다는 의견을 내었으나 이번 평가에서는 이러한 개건 작업이 문헌을 기초로 이루어 진 것으로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상에 대한 존경을 무덤에 표현하는 전통으로 인식하는 등 우리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코모스는 개성역사유적지구의 문화재가 진정성, 완전성, 탁월한 보편적 가치라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고려 이전 한반도에 존재하였던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적·정신적·정치적 가치들을 융합하여 5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주변국들과 이러한 가치들의 교류를 잘 이어가고 있는 것과 더불어 국가의 이념이 성리학에서 불교로 대체되는 시기의 통일된 고려왕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특별한 증거로서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후의 개성역사유적지구는 금년 9월 승인되어 시행될 북한의 개정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보호법 시행 규정, 새롭게 정비된 개성역사유적지구의 보호와 운영에 관한 지침에 의해 운영될 것이다. 즉 지금과는 다른 강화된 법적 태두리 속에서 보다 발전된 방법의 조사와 보존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개성역사유적지구는 더 이상 우리민족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세계인의 유산이 된 것이다.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가 있기 얼마 전부터 몇몇 단체들은 세계유산 등재 후의 개성지역에 대한 조사와 보존에 대한 계획을 언론에 발표하였다.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 속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결심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대부분의 남북협력사업들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로 앞으로 진행될 사업들은 새롭게 달라진 환경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북한문화재와 관련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각 기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박성진 /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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