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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꽃미남 간첩으로의 진화 2013년 7월호

영화리뷰 | <은밀하게 위대하게>

꽃미남 간첩으로의 진화

요즘은 완전 웹툰 돌풍이다. 웹툰은 여기저기서 엄청난 히트수를 기록하며 영화화 붐을 타고 있다. 덕분에 동네 만화방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부작용이 생겼지만 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 등 꽃미남 배우들이 나와 여성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 5일 개봉돼 2주 만에 관객 500만을 돌파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록이 갱신되고 있을 것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 시절부터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누적 조회수 3억뷰, 2천만 고정 독자. 이 정도면 이미 대박의 싹수를 타고난 원작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화되기 전부터 팬들은 영화화될 경우를 가상한 캐스팅 내기를 했고 역시나 냄새를 맡은 영화계에서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영화 <이웃사람>, <이끼> 등의 히트에 이은 또 하나의 웹툰 신화가 탄생했다. 늦깎이 문하생 생활을 했던 원작자 최종훈 작가의 변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식당에서 우연히 일상생활 속에 간첩들이 섞여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의 우화처럼 착상은 연구실이나 작업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피어나는 게 진리인가 보다.

달동네 무대 … 꽃미남 간첩 3인방의 활극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의 남파특수부대인 5446부대 최고 엘리트 요원인 원류환(김수현 분)과 인민군 대장 아들인 리해랑(박기웅 분), 최연소 남파조장 리해진(이현우 분) 등 세 요원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다만 그 무대를 도심의 한 달동네로 선정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즉 달동네를 무대로 한 꽃미남 간첩 3인방의 활극이다.

필자는 웹툰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는데 개봉 당일 김수현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여학생들의 탄성소리를 들으며 대박을 예감했다. 이미 김수현이라는 캐릭터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 느낌이다. 주연인 김수현은 북한 특수부대 요원 ‘원류환’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엄청난 트레이닝을 한 흔적도 보였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김수현이 상체를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대부분의 여성관객들이 탄성을 지르며 김수현의 아름다움에 화답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아저씨>가 오버랩되는 것은 주연배우 김수현의 존재감이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영화 <아저씨>의 히트와 함께 ‘원빈의, 원빈에 의한, 원빈을 위한 영화’라는 찬사(?)가 들렸던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서도 전혀 북한 특수부대답지 않은 꽃미남과 세련된 격투액션까지 등장한다. 영화 <아저씨>가 〈본〉시리즈의 세련된 무술동작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용 액션으로 차용했듯이 당분간 한국영화 액션은 크레이브 마가나 영춘권류의 근접단타가 추세가 될 듯하다. 아무래도 보기에 멋있지 않은가?

무술에 심취했던 필자의 친구 중 한명은 북한식 특공무술인 ‘격술’의 원형을 찾아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를 찾아 배움을 청했던 적이 있다. 호기심에 동석했던 필자가 들었던 결론은 의외로 싱거웠다. 즉 극진가라데 수련방식과 유사하게 단순동작의 무한반복과 실전에 가까운 잦은 대련이 그 답이었던 것이다. 아직 한국영화에서 북한식 격술이 구현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생활형 간첩 모델 영화 속에 일반화

역시 영화는 영화다. 오히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어느 덧 우리 영화에서 생활형 간첩의 모델이 일반화되고 있는 변화의 모습이다. 영화 <간첩(2012)>에서 ‘생계형 간첩’의 등장으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는데 1년 새 꽃미남 간첩으로 진화했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원작에서 많은 여성팬들이 “정말 북한공작원들은 하나같이 훈남들일 것임?”이란 댓글들이 넘쳐났다. 하여간 남북 대치상황의 아이콘인 간첩들이 다양한 얼굴로 스크린을 넘어 웹툰까지 가지각색의 이미지로 등장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상상력이 매우 유연해 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작자인 최종훈 작가는 영화가 500만명이 넘으면 <은밀하게 위대하게> 시즌 2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니 시즌 2가 곧 제작될 것이다. 시즌 2가 어떤 얼굴로 등장할 지 은근히 기대된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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