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인권 정책, 정부와 민간 협력 제도 구축해야 2013년 9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3
북한인권 정책, 정부와 민간 협력 제도 구축해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지난 8월 20일 연세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열린 북한인권 공청회에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인 신동혁 씨의 증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커비 위원장,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연합뉴스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조사단이 지난 8월 18일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8월 27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하는 제3차 샤이오인권포럼이 개최되었다. 호주 대법관 출신 마이클 커비 위원장 등 세 명의 조사위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조사단은 한국에서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납치자 문제에 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샤이오(Chaillot)’는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 보호의 초석인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샤이오궁(Palais de Chaillot)’을 뜻한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샤이오 인권포럼’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국제사회, 다양한 정책 인프라로 대북 인권압력 행사
특히 이번 샤이오 인권포럼은 ‘유엔 인권메커니즘과 북한인권 증진방안’이라는 주제를 채택하여 유엔 인권메커니즘과 국내 여러 주체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어떻게 협력적으로 다루어 갈 방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토론하였다. 기조연설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동시에 맡아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이번 제3차 샤이오 인권포럼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방문을 계기로 우리는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어 나갈 국내 정책인프라 구축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난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북한인권 문제를 심각한 국제적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방한 사례처럼 그동안 유엔 인권메커니즘과 국제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북한에 대한 인권 압력이 행사되어왔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마이클 커비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8월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국내 북한인권 NGO와의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오던 중 북한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시민단체의 피켓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북한인권 다루는 정책 인프라 구축 전무
하지만 국내에서는 통일부 북한인권환경팀이 해체된 이후 북한인권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책 인프라가 전무하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침해고발센터가 구성되고 조사연구 활동에 약간의 예산이 배정되고 있지만, 북한인권에 관한 정책을 산출하고 투입하는 정부조직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통일연구원은 1994년 이래 북한인권센터를 유지하면서 북한인권백서를 출간하는 등 북한인권 조사연구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북한인권법 제정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한인권 정책인프라 구성은 더욱 시급한 사안이다. 아직도 소수의 사람들은 북한인권 문제를 남북화해의 걸림돌로 인식하는, 왜곡되고 편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90% 정도의 응답자가 북한인권 문제를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 가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북한인권 정책 인프라는 정부와 민간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인권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 제도를 의미한다. 북한인권 정책 인프라는 국제사회 인권규범에 상응하는 제도와 관행을 북한 내부에 실현해 가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만약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정책과제라고 한다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기반한 통일정책도 부정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인권규범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현할 수 있을까?
북한인권 정책 인프라는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긴장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북한 주민의 복지와 권리를 최상의 정책적 과제로 간주하고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모색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정부 내에 흩어져 있는 북한주민의 건강권, 교육권, 식량권 등 북한인권 관련 정보와 국제기구, 남북협상채널, 민간단체 등 다양한 인권정책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하루빨리 북한인권 정책 인프라가 활성화되어 북한주민들에게 변화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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