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고기와 채소의 아름다운 하모니 ‘개성무찜’ 2013년 9월호
북한 맛지도 14 | 고기와 채소의 아름다운 하모니 ‘개성무찜’
개성무찜은 전통적인 개성의 대표음식으로 개성 사람들이 많이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그들이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음식으로도 손꼽힌다. 유독 개성의 무찜이 유명한 것은 이 지방에서 나는 무가 다른 지방 무에 비해 맛이 꽤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성무찜 역시 요즘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성무찜이라고 하면 무만 찐 음식인 줄 알고 그저 그런 서민음식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음식을 대하고 나면 깜짝 놀란다. 개성무찜은 무만 찐 음식이 아니라 닭고기와 돼지고기, 쇠고기를 모두 함께 넣고 푹 끓여낸 음식으로 닭고기의 달콤한 맛과 돼지고기의 감칠맛, 그리고 쇠고기의 구수한 맛이 함께 어우러진 풍미가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무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다양한 육류가 많이 들어가는 개성무찜에 무를 듬뿍 넣음으로써 소화가 잘되게 하고 또한 고기를 자주 먹기 힘든 시절 양을 푸짐하게 하기도 했다. 여기에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에 깊은 맛이 곁들여지고 무와 표고버섯, 파, 마늘, 대추, 은행, 잣, 고추 등 다양한 채소들에서 흘러나온 육즙들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음식이다. 푹 무른 무는 달콤하면서도 구수하고,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개성무찜의 특징은 따끈하게 끓여서 고기와 무, 밤 같은 것들도 건져 먹지만 국물을 떠서 먹으면 뭐라고 딱 찍어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성무찜은 적, 황, 백, 청, 흑색의 화려함도 가지고 있는 음식이어서 손님상에 술안주로 올리기에도 아주 훌륭한 음식이다.
적·황·백·청·흑색의 화려함과 오묘한 맛
개성무찜은 건더기를 다 건져 먹은 뒤 마지막으로 국물에 밥을 비벼서 먹으면 그 맛 또한 가히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훌륭한 음식이지만 개성무찜은 북한의 배급제 사회에서는 거의 사라져 가는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북한의 배급제가 주민들에게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도록 제한을 했고, 실제로 고기 생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쇠고기뿐 아니라 닭고기나 돼지고기도 시중에서 판매 자체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워 사실 이처럼 고급스러운 음식은 구경조차 힘든 형편이 된 것이다.
음식도 한 나라의 문화적 자산이다. 북한의 배급제도는 주민들의 식생활을 어렵게 하고 그들의 영양상태도 나쁘게 만들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훌륭한 문화적인 자산도 이처럼 피폐하게 만들었다. 어서 통일이 되어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들을 찾아내고 다시 풍요롭게 만들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개성무찜
● 재료 무 1/4개, 쇠고기 100g, 돼지고기 100g, 닭고기 100g, 느타리버섯 5개, 양파 1/5개, 파 흰대 20㎝, 풋고추 10개, 마늘 3쪽, 생강 1개, 대추 3개, 밤 2개, 은행 5알, 잣 3알, 식용유 1큰술, 간장 1½큰술, 소금 조금, 설탕 1큰술, 참깨 2작은술, 맑은 고기국물 5큰술, 적포도주 ½큰술, 후춧가루 조금
● 만들기
① 무는 껍질을 벗기고 길이 방향으로 2~4쪽 되게 가른 다음 길이 4~5㎝로 썰어 소금물에 데쳐놓는다.
②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는 깨끗이 씻어 찬물에 넣어 삶아낸 다음 무와 같은 크기로 썬다. 고기 삶은 물은 따로 담아둔다.
③ 느타리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굵직굵직하게 찢어 놓고 양파와 파는 토막으로 썬다.
④ 풋고추는 씨를 털어내고 2~4쪽으로 자르고, 대추는 씨를 뽑아 놓는다. 밤은 껍질을 벗겨 소금물에 담가 놓는다. 은행은 기름 없이 팬에 볶아서 떫은맛과 쓴맛을 우려낸다. 생강은 갈아서 즙을 낸다.
⑤ 찜그릇에 준비한 무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버섯, 양파, 파, 마늘, 풋고추, 대추, 밤, 은행을 담고 간장, 소금, 설탕, 식용유, 깻가루, 후춧가루, 맑은 고기국물과 생강즙, 적포도주를 넣고 고루 버무려서 40분 동안 푹 쪄낸다. 찌는 동안 2~3회 뒤적여 주어야 한다.
⑥ 잣알로 고명하여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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