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반도 평화통일동북아 냉전적 대립 해소 2013년 10월호
특집 | 한반도와 동북아, 통일과 평화협력의 선순환
한반도 평화통일동북아 냉전적 대립 해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와 남북한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한반도 평화체제와 본격적인 통일과정에 국제사회의 지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한반도에서 비극을 낳았던 분단은 한민족의 역사적 잘못이 아니라 국제사회, 특히 한반도 역사에 연루된 열강들의 이기적 욕망으로부터 비롯되었듯, 그 비극의 종말로서의 한반도 통일 또한 국제사회가 져야 할 책임 중의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라는 용어는 오히려 ‘책임’이라는 용어로 교체되어야 하는 게 맞을 듯 싶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반도 분단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주변국들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분단 한반도의 현상 유지와 전략적 관리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주변국들의 언급을 자발적으로 오해해 왔는데, 주변국들의 대북정책 지지 발언을 마치 우리의 통일정책과 통일을 지지하는 것으로 자위해 왔던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통일문제를 미완의 민족적 과제라는 민족주의적 프리즘을 통해서 인식해 왔지만 주변국들은 전략적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사고해 왔다. 따라서 통일을 바라보는 인식의 회로가 다르다. 어느 수준에서, 어떤 방향에서 이 두 개의 인식을 맞닿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그렇게 맞닿는 지점에서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보아야 한다.
주변국 전략적 이해관계부터 파악해야
우리는 지금까지 주변국들과 책임 있는 회담 자리에서 한반도 통일환경이 어떻게 조성되어 있으며, 그들이 우리의 통일을 현 단계에서 어떻게 지지하고 어떻게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 단순하게 말하면 통일외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우리의 과제는 주변국들과 형식적인 외교적 수사를 넘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외교적 노력을 개시해야 할 때다. 정부는 현재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다.
첫째, 동북아 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구하고 이를 점차 확대한다는 것이다. 사실 동북아 국가 간의 완전한 신뢰구축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종국적으로는 한반도 통일 없이는 불가능하다. 냉전체제가 와해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 동북아에서 여전히 강력한 냉전적 구도의 대립을 야기하고 있는 곳은 바로 ‘분단’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갈등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동북아 차원의 신뢰구축은 허망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종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에서 분단의 종결이다. 동북아에서 신뢰구축이란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해결, 즉 통일 없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한반도 평화통일이야말로 동북아 차원의 신뢰구축의 종착역이라는 사실이 주장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없이 동북아 평화 불가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6일(현지시간) 한·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작은 사진 위는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이고 아래는 지난 5월 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최근의 환경은 다소 긍정적이다. 북핵문제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적어도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세 차례에 걸친 핵 실험을 방지하지 못하자 북핵문제의 본질적 원인이 한반도 분단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 같다. 결국 통일 한반도라는 기획 속에서 북핵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이 흐름은 다소간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3년에 들어와 미·중 간의 전략적 대화 또한 한반도 통일 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 문제를 의제화 하고 있다.
둘째,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동북아의 공동발전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통일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한반도 평화 없이 동북아 평화는 불가능하며, 동북아 평화 없이는 세계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궁극적 평화는 통일 없이 불가능하다 사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들에게도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력을 갖고 있으며 온갖 난관을 헤치고 민주화된 나라이다.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 글로벌 문제 해결에 창의적으로 기여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더욱 확대할 것이며, 통일 한국은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임을 확실하게 주장해야 한다.
셋째, 국제적 통일공감대를 넓혀가는 통일외교를 능동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힘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현실은 다른 맥락을 요한다. 국제사회와 주변국들의 지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들에게도 명확한 이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주변국들은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에서 두 개의 코리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에 국가이익을 두어 왔다. 이러한 냉전적 패러다임을 해체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 두 개의 코리아가 아니라 하나의 코리아가 왜 그들의 국가미래 비전에 이익이 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비전, 담론, 그리고 외교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처럼 한반도의 역사에 깊숙이 연관되어 영향력이 큰 국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교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에게 우리는 한국의 동맹국가로서 한반도 통일을 통해서 동북아의 전략동맹으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게 우리는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향후 국가비전의 성취에 적절한 환경을 부여하며 양안문제의 해결에도 바람직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일본은 사실상 1910년부터 2013년까지 식민지와 분단으로 한반도에서의 1백년 동안의 비극에 책임을 져야할 나라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에 역점을 두고 한·일 간의 역사적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 한반도와 그와 연결되는 미래 일본의 번영된 이미지를 투사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한반도 통일과 연결되는 미래비전을 제공해주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차문석 / 통일교육원 교수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