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방 3각 협력 … 양자·다자 상시 협력채널 구축해야 2013년 10월호
특집 | 한반도와 동북아, 통일과 평화협력의 선순환
북방 3각 협력 … 양자·다자 상시 협력채널 구축해야
북방이라는 공간적 개념은 일반적으로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발표한 ‘6·23 평화통일외교정책선언’에서 언급된 ‘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초기의 북방정책이란 대공산권 문호개방정책을 의미했으며, 서독이 동독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을 대상으로 추진한 동방정책(Ost-politik)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북방정책이 미수교 동구권 국가와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정책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다자 간 경제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정치·외교 관계 강화를 위한 새 ‘북방정책’의 추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언급한 러시아의 동진정책, 중앙아시아와 EU의 중요성에 부응하는 ‘유라시아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며, 새로운 시장의 구축만이 아니라, 남방과 북방 협력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멘텀 구축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협력사업으로 통합 교통망과 에너지망, 친환경 협력 등을 북방협력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협력사업이 남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가칭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새로운 ‘북방정책’ 추진

지난 2001년 2월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시베리아철도와 한·러 간 철도협력 세미나 참석자들이 지도에 표시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보며 러시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작은 사진 위는 러시아 가스회사 가스프롬 주제어실 내부, 아래는 지난 2010년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남·북·러 간의 3각 협력은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사업이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모스크바선언을 통해 “쌍방은 세계적 실천에서 공인된 호상이익의 원칙에 기초하여 조선반도(한반도) 북남과 로씨야(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 창설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조선(북한)과 로씨야(러시아) 철도연결 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한다(원문).”는 것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 선언 이후, 러시아는 2001년부터 북한철도에 대한 공동실태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004년에는 남·북·러 철도전문가 회의, 2006년에는 남·북·러 3자 간 철도운영자 회의가 개최되었다. 2007년 이후에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 철도와 항만 개발과 운영, 물류사업을 위한 남·북·러 3각 협력이 논의되었으나, 사업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이행되지 못하였다.
또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서 가스관 사업과 전력망 사업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러시아와 북한, 러시아와 한국 간의 양자 협력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3각 협력 사업의 필수 조건인 공동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사업 진척도 지연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망이 완공되었으며, 러시아는 한국 측 참여를 통한 남·북·러 3각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경제성과 공동개발과 공동운영이라는 호혜성이 확보되는 새로운 형태의 남·북·러 3각 협력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남·북·중 3각 협력 사업으로 주목할 만한 사업은 미미하다. 최근 중국은 북한의 나선 경제무역특구를 개발하면서 나진항과 국제 허브항만 간의 연계성 확보가 사업 성패의 주요 요인임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길림성 및 투먼, 훈춘과 같은 지방정부는 나진항과 한국의 부산항, 광양항 등의 국제허브항만, 포항, 동해, 속초항과 같은 동해권 주요 항만과의 항로 개설을 한국 측에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5·24조치의 해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북한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한 남·북·중 3각 협력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의 개성공단 국제화가 본격화된다면, 개성공단 내의 남·북·중 3각 협력은 실현가능할 것이다.
북·중·러 간 3각 협력은 주로 두만강 국경지역의 철도인프라 정비 및 관광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은 창지투개발계획의 100대 중점 건설프로젝트로서 ‘중국 투먼 – 북한 남양·두만강 –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3국 간의 철도개보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 노선연장이 126km, 사업비는 24억위안이며,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북·중·러 3국은 개발낙후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3국 간 국제운송망 개선을 통한 경쟁력 구축이라는 공동이익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중국 주도로 북·중·러 3국의 국경지역인 ‘훈춘·블라디보스토크·나선특구’를 무비자로 관광할 수 있는 3국 간 관광자유지구가 추진되어, 3각 협력 방식의 관광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개별사업 패키지화하고 상설협의체 설립해야
현재까지 추진되어 온 북방 3각 협력 사업은 정권의 외교적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국민의 절대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수요자의 입장보다는 공급자의 논리가 우선되고, 공동이익보다는 자국민의 이익 창출이 중시되어 왔다. 북방 3각 협력 사업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이익과 평화조성이라는 커다란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상시적인 양자 간, 다자 간 협력채널을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관련 국제기구와의 공동 협력과 글로벌 스탠다드 구축을 위한 관련국 간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철도, 가스, 에너지, 녹색경협 사업과 같은 북방 3각 협력 사업들은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어 사업성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개별사업을 패키지화하여 철도, 전력, 가스관을 단일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집중 검토되어야 하며, 시범사업을 통한 리스크 관리, 협력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관련국 간의 상설협의체를 설립하는 방안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협의체 구성은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벽을 사전에 제거함과 동시에 사업 추진의 공감대 형성에 필수적이다. 북방 3각 협력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으로 교류, 협력을 추진해나가는 신뢰프로세스의 구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안병민 /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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