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미, 북핵 대응 … ‘맞춤형 억제전략’ 완성 의미는? 2013년 10월호
기획 | 북핵문제, 어디로 가고 있나?
한·미, 북핵 대응 … ‘맞춤형 억제전략’ 완성 의미는?

지난 2012년 10월 24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년 2월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달성했다고 선언하고, 한국과 미국에 핵전쟁 위협과 핵공갈을 전방위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엄청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 제일 시급한 과제로 대두된다.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핵보유국 간의 핵 군비경쟁 현상으로 초래된 공포의 균형 결과 핵보유국 간에는 핵무기 사용을 억제해 왔다. 냉전시기 강대국들 간에 핵군비경쟁이 전개되었음에도 그 사용은 억제되고 핵군축이 일어난 사례는 이를 잘 말해 준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도 핵무기 개발 경쟁이 전개되었으나, 핵전쟁은 억제되었다. 그러나 인도, 파키스탄 간 핵개발 경쟁이 재래식 군사충돌까지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은 국방당국자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한국은 핵무기가 없고 비핵정책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위협에 핵무기로 대응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가능한 억제책은 한·미동맹에 근거하여 미국의 핵억제력 제공에 의존하는 길이다.
美, “모든 범주 군사력으로 한국에 확장억제 제공”
이와 관련하여 미국 정부는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당시부터 매년 한·미 양국 간 국방장관회담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에 대한 핵우산 보장을 천명하여 왔다. 2006년 10월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함으로써 한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그 억제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미국의 대한반도 안보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어서 2012년 제4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미국의 대한국 안보공약을 다시 한 번 천명했으며, 이러한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한·미 간에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동연구하여 발전시켜 왔다. 그 대강의 내용을 보면, 맞춤형 억제전략의 개념과 원칙, 북핵 위기의 상황별 대응방법, 대응능력 등을 예시하고 있다.
북한의 증가하는 핵개발 위협에 대해 한·미 간 확장억제정책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북한으로 하여금 핵위협과 핵사용을 그만두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이 직접 북한에 대해 가공할 만한 핵 혹은 첨단 재래식 보복 공격능력과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핵위협과 사용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궁극적으로는 협상을 통해 보상을 받고 핵을 폐기하는 길만이 북한이 취할 현명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시험비행을 위해 B-52H 폭격기 날개 밑에 ‘X-51A 웨이버라이더’ 무인기가 매달려 태평양 상공으로 옮겨지고 있다. B-52H는 미국이 공약한 확장억제수단 제공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한국, 북핵 대비 거부적 억제력 갖춰야
미국의 강화된 확장억제력 제공은 금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한국의 국내에서 제기된 독자적 핵무장의 요구를 잠재울 수 있다. 당시 우리 국민여론의 2/3가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었다. 한편에서는 1991년 12월 미국이 한반도로부터 철수했던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비핵정책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미국정부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반입하지 않고도 미국의 핵무기와 첨단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체제를 가지고 한국에 대해 신뢰성있는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천명하였다. 특히 금년 3월 북한의 핵전쟁 협박 행위에 대응하여 때마침 실시하고 있던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에 미국이 B-2, B-52, F-117 전투기, 핵잠수함 등을 한국에 배치시키고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여 가공할 만한 핵공격능력이 있음을 무력시위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한국에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한·미 액션플랜에는 이와 같은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억제 능력의 과시도 포함될 것이다.
미국이 확장억제 액션플랜을 표명하고 억제력을 과시하는 것은 북한의 핵위협과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을 완전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독자적인 북한 핵과 미사일 억제전력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한국이 독자적인 대북 억제전력을 갖추어야 북한은 한국이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도 북한을 억제할 능력을 갖춘 무서운 상대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핵협상의 당당한 당사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해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공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첨단 재래식 능력을 갖추게 되면 북한이 한국을 핵문제의 당사자로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을 거부하기 위한 거부적 억제전력인 자위적 선제타격능력과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탐지에서 타격까지 ‘킬체인(Kill Chain)능력’을 갖추는 것이 포함된다. 한국이 북한보다 40배나 우세한 경제력, 글로벌 국가로서 보유한 외교력, 민간 과학기술능력을 총동원하여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첨단 재래식 군사능력과 전장인식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만, 북한이 소모적인 군비경쟁보다 남한과의 대화를 통한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핵통제의 길로 나오게 만들 것이다.
한용섭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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