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0월 1일

기획 | 북한은 왜? 금강산관광 재개에 매달리나? 2013년 10월호

기획 | 금강산관광 길 … 넘어야 할 고개는?

북한은 왜? 금강산관광 재개에 매달리나?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에서 군인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호소문에 따라 올해 안으로 스키장건설을 마칠 것을 다짐하는 궐기대회를 지난 6월 5일 열었다는 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에서 군인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호소문에 따라 올해 안으로 스키장건설을 마칠 것을 다짐하는 궐기대회를 지난 6월 5일 열었다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연계하면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왜 금강산관광 재개에 목을 매는 것일까. 금강산관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사업이자, 남북화해와 협력의 첫 상징사업으로 규정되어 있다. 개성공단도 금강산관광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생겨날 수 없었다는 것이 북측의 시각이다. 또한 금강산관광사업은 김정은 시대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부상한 마식령스키장과 원산관광특구 개발의 성공적 추진, 외화 수입원의 안정적 확보과도 직결된 당면 현안이다.

북한은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해 원산 일대를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하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군사용인 갈마비행장을 민영화하고 호텔 등을 짓고 있다. 원산관광특구 개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시한 ‘경제강국 건설’ 목표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이처럼 최고지도자의 치적과 직결되어 있는 관광특구 개발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금강산관광은 김정일, 김정은 두 지도자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업인 셈이다.

여기서 유의할 대목은 북한이 금강산관광사업은 물론 원산관광특구 개발에 따른 성패의 관건은 우리 남측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들 관광사업들의 실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한의 관광객들을 필수적으로 끌어와야 하고, 또한 관광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한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남한 관광객과 투자, 북한 관광특구 성패 좌우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 윌프리드 렘케 유엔스포츠개발평화(UNOSDP)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평창스키장을 보고 마식령스키장 건립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인사들은 북한이 남쪽보다 산이 많고, 겨울이 길고, 눈도 많이 내려 스키장을 만들기에 더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북한은 남측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속내를 렘케 보좌관에게도 숨기지 않고 전했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해 평창올림픽을 분산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견해들은 남한과의 협력이 원산관광특구와 마식령스키장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지 대한 북한의 의중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 2011년 8월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하는 한편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해 중국인 등 외국인 대상 금강산관광사업을 추진해왔고, 20011년 8월 만경봉호를 이용해 시범국제관광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금강산관광을 위해 운항하던 싱가포르 선적의 황성호(Royale Star)는 취항 4달여 만에 사업을 접었다. 주로 기대했던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적어 8월말 사업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남한과의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실증하는 사례다.

북한은 또한 2011년 스스로 금강산국제관광특구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금강산지역을 생태관광, 역사관광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관광지대, 세계 수준의 겨울철 종합체육지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금강산국제관광을 활성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비행장과 관련해서는 원산시의 갈마비행장을 확장하여 이용하게 된다는 뜻도 밝혔다. 원산~금강산 간 도로의 경우, 현재 있는 길이 108km, 폭 10m의 도로 포장면을 보수하고 이용하며 2단계에서 갈마비행장으로부터 온정리 사이에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원산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원산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마식령스키장, 북한 관광산업 선도프로젝트

이런 계획들은 원산~마식령~금강산을 잇는 관광코스 개발과 연관되어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원산비행장, 울림폭포, 마식령스키장 등을 오는 2017년까지 1단계로 마무리 짓고, 2단계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석왕사, 동정호, 시중호, 삼일포,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 고산 과수농장, 세포지구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원산 도착-해안광장-시내 참관-송도원-갈마해수욕장-첨삼협동농장-호두원 참관-석왕사-금강산 출발’의 2박3일 일정과 ‘원산 도착-해안광장-호두원 참관-마식령스키장-울림폭포-금강산 출발-외금강-해금강-내금강-외금강-원산비행장 출발’의 3박4일 일정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들은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뤄져야 가능한 것들이다.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되살리는 데 강한 애착을 갖는 것은 또한 금강산관광이 주요 외화 수입원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외화를 끌어 모으겠다는 목적인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오락 산업을 북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선도 프로젝트로 삼고 있는 것이 마식령스키장이다. 북한 당국은 마식령스키장이 완공되면 하루 평균 이용객이 5천명쯤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키장을 250일 운영하면 연인원이 125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50달러씩 입장료를 내면 마식령 스키장 연간 수입이 6천만달러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성공단 9천만달러, 금강산관광 4천만달러와 비교해 봐도 만만치 않은 수입이다.

나아가 금강산관광의 재개는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하고 남북한 접촉과 왕래, 교류협력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5·24 제재조치’의 실질적인 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토대로 앞으로 상당 기간 금강산관광 재개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안간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쨌든 김정은 시대의 금강산관광의 가치와 위상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 점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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