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0월 1일

기획 | 금강산관광 재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2013년 10월호

기획 | 금강산관광 길 … 넘어야 할 고개는?

금강산관광 재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지난 2009년 8월 24일 대북제재 이행 상황 점검차 방한한 필립 골드버그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이 브리핑을 통해 “현대와 북한 아태위가 합의한 조치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8월 24일 대북제재 이행 상황 점검차 방한한 필립 골드버그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이 브리핑을 통해 “현대와 북한 아태위가 합의한 조치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타결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는 해빙의 관성을 발휘하며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전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로 인해 북한에 흘러들어갈 관광대금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서 규정하는 ‘대량현금(bulk cash) 이전금지 조항’과 충돌하느냐의 여부가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측에서 지불해야 하는 금강산관광 대금은 유엔 안보리가 규정하고 있는 일명 ‘캐치올(catch all)’ 규정에 해당하여 유엔의 대량현금 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가일층 확대·강화돼왔다. 지난해 12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 제2087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서는 기존 안보리 제재안 1718호나 1874호에서는 볼 수 없던 ‘대량현금에 대한 제재’를 명시했다. 또한 북한의 무기 개발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모든 품목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수출과 수입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캐치올’ 조항도 새로 포함시켰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작기계 등도 수출입이 금지된다. 이처럼 강화된 대북제재에서는 북한의 무기개발과 관련돼 있다고 판단하는 모든 물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그 같은 결정은 전적으로 ‘회원국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한편, 올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의 범위와 강도를 격상시킨 제재 결의안 제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94호의 주요 내용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물자와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을 확대 및 강화하고 권고조치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올해 들어 국제사회가 수위를 높여온 대북제재의 핵심은 북한의 무기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자금이나 모든 물자 등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美 대북제재 조정관, “유엔안보리 결의와 관련 없어”

그렇다면 금강산관광 대금의 경우는 어떨까?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지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관광대금으로 북한에 들어간 현금은 4억8,7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핵능력을 급성장시키며 첫 번째 핵실험을 실행하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경우 관광대금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에 쓰일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이 경우 금강산관광 대금은 명백히 유엔 안보리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자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대량현금 이전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광대금은 같은 민족인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오가는 돈이기 때문에 무기개발에 전용될 성격의 자금과는 차원이 다르므로 유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미국정부 관리의 언급은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2009년 8월 한국을 방문했던 필립 골드버그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도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안보리 결의 1874호가 경제 및 인도주의 목적의 개발 등은 제재 대상의 예외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개성공단 회담 타결로 5년 넘게 중단 중인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난 8월 15일 강원 고성군 현내면 화진포아산휴게소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덩그러니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회담 타결로 5년 넘게 중단 중인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난 8월 15일 강원 고성군 현내면 화진포아산휴게소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덩그러니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北, 이산가족 상봉 연기 … 진정성 도마에 올라

이런 반론들은 대량현금의 구체적인 성격에만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캐치올 조항’의 함의를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은 결과 나온 것이다. 캐치올 조항은 한마디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의심스러운 품목의 이동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는 북한의 돈줄을 모두 틀어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경우도 엄밀히 말하자면 유엔 안보리 규정에 위반하는 셈이 된다.

골드버그 조정관이 얘기한 내용은 가장 최근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결의안 2087호나 2094호보다 훨씬 앞선 결의안 1874호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결의안 1874호에 따른다면 대량현금 이전금지 조항도 성립하지 않으며 캐치올 조항 역시 당시에는 없던 내용이다. 골드버그 조정관 발언의 맥락은 국제사회의 용인이 전제되는 경제개발 및 인도적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그 까닭은 최근의 대북 제재안은 제재 위반을 결정하는 근거를 ‘회원국들의 판단’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는 한국 정부가 보장하고 공단의 국제화를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의 용인을 구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금강산관광의 경우는 다르다. 국제사회의 눈길이 곱지 않다. 관광 중단의 계기였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 북한이 영변의 5MW급 흑연원자로 복구작업을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북한의 핵무기 기술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9월 21일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북한이 행사의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여 북한에 연간 수천만 달러가 현금으로 유입된다면 국제사회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백보를 양보해서 금강산관광 대금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제사회는 성실히 제재를 이행하는데 당사자인 한국은 북한에 융통성을 발휘하여 교류·협력을 도모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훗날 북한이 제2의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다시 일으킨다면 그 때도 그들은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우리를 도와줄까?

문순보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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