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세대교체 … 김정은式 군대 만들기 2013년 10월호
집중분석 | 북한군 세대교체 … 김정은式 군대 만들기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정치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노동당의 부활 또는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라는 명분이 명시적으로 사라졌던 적은 없지만, 모든 것에 군대를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주창하던 김정일 시대에 이 말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은 노동당 회의를 통해 각종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군대에서 노동당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를 강조하는 것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조직인 군 총정치국의 수장 자리에 군인 출신을 앉혀왔던 관례를 깨고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를 임명했다. 최룡해는 2012년 4월 총정치국장,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국방위원회 위원, 인민군 차수에 임명됐다. 즉,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룡해를 내세워 군대를 확실하게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룡해 총정치국장 임명 3개월 뒤인 2012년 7월 북한군의 군령권을 쥐고 있는 총참모장 리영호를 전격적으로 숙청했다. 리영호는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며 후계자의 후견인으로 삼았던 인물이다. 그는 북한 군부를 대표해 김정은과 나란히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가장 앞에 서서 호위하기도 했다. 리영호에 이어 총참모장에 임명된 현영철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후임으로 리영호의 전임자였던 김격식이 다시 임명됐지만, 그도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빅3’에 이어 북한군 요직 줄줄이 교체
총정치국장, 총참모장과 함께 북한 군부의 ‘빅3’라고 할 수 있는 인민무력부장도 김정은 시대 들어 김정각(2012년 4월~2012년 10월))→김격식(2012년 10월~2013년 5월)→장정남(2013년 5월~현재)으로 교체됐다. 인민무력부장은 북한군을 대외적으로 대표해 우리의 국방부장관에 해당하는 자리다. 50대 중반 정도로 추정되는 장정남은 북한의 전방 지역을 관할하는 1군단장 출신으로 낯선 인물이다. 우리의 중장에 해당하는 상장 계급장을 달고 인민무력부장에 취임한 그는 직책에 걸맞는 계급인 대장으로 최근 승진했다.
이밖에도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군 관련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장(김원홍, 2012년 4월 임명), 인민보안부장(최부일, 2013년 2월 임명) 등이 바뀌었고, 남한과 인접하고 있는 전방 지역 군단장도 모두 새 인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자주 수행하는 리영길 대장, 박정천 상장, 손철주 총정치국 부국장,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 박태성·홍영칠 노동당 부부장 등도 김정은 시대 들어 등장한 인물이다.
북한군 수뇌부 물갈이는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시대에 걸맞은 군대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정일 시대를 대표한 박재경, 리명수, 현철해 등과 같은 노쇠한 군인들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고, 그 빈자리를 비교적 젊은 50~60대 군인들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유교적 문화가 강한 북한에서 군 경력이 거의 없지만 원로들의 퇴진으로 상대적으로 연장자가 돼버린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군대 통제에도 유리한 여건일 수 있다.
총참모장 잦은 교체, 군 기강 이완시킬 수도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내에서 진행되는 경제적 이권, 즉 권력 재분배와 북한군 수뇌부의 세대교체를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김정일 시대 북한군은 전통적으로 담당하던 안보 분야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최고지도자만의 영역인 대남 및 대외정책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민생과 경제적 성과 도출을 강조하며 군부가 관장하던 각종 이권 사업을 노동당이나 내각으로 이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대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작아지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북한에서 엘리트 간 수평적 연계가 철저히 차단되어 있기는 하지만 권력 재분배에 대한 갈등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전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해 엘리트 간 갈등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김정은 체제는 구 엘리트를 정리하고 신 엘리트에게 권력을 재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북한군 수뇌부 인사를 노동당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당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해 국정을 운영하는 김정은 체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리영호의 해임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최고 정책 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뤄졌다. 김정일 시대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두 차례 개최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조직문제, 즉 인사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이례적인 현상은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이 매우 자주 바뀌는 것이다. 리영호는 김정은 체제 등장 7개월 만에, 현영철은 임명된 지 10개월 만에 교체됐다. 4개월 만에 총참모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이는 김격식의 후임으로는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맡고 있던 리영길이 승진 임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잦은 교체의 이유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북한군 수뇌부 인사 교체가 ‘현재진행형’이며, 총참모장이 북한군의 전·평시 작전과 훈련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일선 지휘관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군의 기강이 튼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장철운 /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군사안보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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