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0월 1일 0

Welcome to IPTV | 북한 말 따라잡기 2013년 10월호

Welcome to IPTV 29 | 북한 말 따라잡기

우리가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말이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만나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고 수많은 언어가 있다. 하지만 한 민족으로 태어난 이상 말을 배우게 되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에 큰 장애를 겪지는 않는다. 물론 지역 방언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표준어라는 것이 있으니까.

같은 말을 쓴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말에는 정신이 담겨 있고, 그 시대의 흐름, 유행도 담겨 있다. 그래서 같은 말을 쓴다는 것은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같은 민족임에도 북한과 우리는 같지 않은 말을 쓴다. 본래는 같은 말을 썼던 한민족이었지만 분단의 세월로 인해 우린 같지 않은 말을 많이 쓰게 되었다. 물론 단어의 뜻이나 지칭하는 말이 달라진 정도라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서 외래어 순우리말로 바꿔 사용

탈북자들의 말이 개그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북한의 특이한 억양이 희화화 된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 역시 북한 말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번 수업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고 재미있는 수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말의 특징과 남북한의 언어가 갖는 차이점에 대해 보여주는 동영상을 시청하기 전에 아는 북한 말에 대해 발표해보라고 했다. 학생들이 방송과 인터넷에서 본 북한 말을 억양까지 따라하며 발표했다. 학생들이 즐거워해서 수업 분위기는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사실 북한과 우리의 말이 많이 달라진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런데 개그 소재로 많이 쓰이다보니 학생들이 재미있어만 하는 것 같다.

동영상을 보면서 감탄이 여기저기서 많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그냥 들여와 쓰고 있는 외래어들을 북한은 모두 우리말로 바꾸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바꾼 말들이 기발하고 재미있는 말들이 많았다. 학생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단어는 바로 문자 메시지를 뜻하는 ‘통보문’과 ‘탄산단물’이었다.

북한 영화와 방송프로그램의 장면 등을 통해 살펴 본 북한 말은 우리말과 4가지의 차이점을 보이고 있었다. 우선 북한은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스키’와 같은 말은 그냥 사용하지만 되도록 순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한다. ‘스킨로션’을 ‘살결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또한 같은 우리말 표현이지만 우리와 어휘가 다른 경우가 있다. ‘잠금 장치’를 ‘건반 자물쇠’, ‘화장실’을 ‘위생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이런 경우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의미가 다른 경우도 있다. 우리는 ‘때우다’라는 단어를 뚫리거나 깨진 곳을 ‘다른 조각으로 대어 막다’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북한은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별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잘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외풍을 뜻하는 ‘겉풍’, 무쇠나 양은 따위로 만든 작은 냄비를 뜻하는 ‘쟁개비’ 등이 이와 같은 경우다.

통일 이후 언어 이질화 극복 생각해봐

오랜 분단으로 인해 북한과 우리는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차이점도 많이 갖게 되었다. 이것은 방언을 사용해서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는 것과는 매우 다른 문제이다. 학생들에게 동영상 시청 소감을 물어 보았다.

학생들이 북한이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북한의 말이 재미있다고 느꼈는데 통일 후를 생각해보니 이질화 극복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대답도 많았다.

오랜 시간 동안 차츰 변해왔기 때문에 단시간에 언어 이질화가 극복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북한도 통일 후를 위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차이점을 좁혀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말을 배울 수 있는 책도 필요하고, 또 사전도 필요하다. 그래서 남북한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남북한 통합사전인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이 북한 말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소감 발표 후에는 학생들과 ‘북한 말 따라잡기’ 활동을 해 보았다. 빈 칸 채우기 퀴즈와 OX 퀴즈를 풀어보면서 북한 말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최형미 / 등원중학교 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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