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 북한 지하교회 실체 다룬 <아유레디> , 관객들 앞에 서다 2013년 10월호
Zoom In | 북한 지하교회 실체 다룬 <아유레디> 관객들 앞에 서다
북한의 기독교 신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아유레디>(감독 허원)가 지난 9월 26일 개봉했다. <울지마, 톤즈>, <회복>, <소명>에 이어 2013년 기독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본 영화는 통일문제와 관련한 심도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선교사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사적 고증자료 등을 통해 대한민국 교회의 최후 미션을 다루고 있다. 특히 영화 중간 북한의 한 교인이 숨을 죽이고 눈물을 삼킨 채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애절한 기도를 울리는 장면은 북한 지하교회를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이 장면은 육성만 담겨 있는데 핍박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북한 교인들의 상황을 짐작하게도 한다.
북한에도 하나님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왜 이렇게 장시간 북한을 방치하는 걸까. <아유레디>는 이러한 불편한 의문들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단된 지 60년이 넘어서도 통일을 이뤄내지 못하는 현실과 여전히 고난 속에서 사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대한민국 기독교에 일부 부여한다. 이는 교인들의 통일을 향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함을 지적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남북대화 시작되자 교회도 다시 등장
현재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않지만, 해방 전만 해도 남한보다 먼저 기독교, 천주교가 전파되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부터 유일사상체계를 유지하는 데에 종교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여, 반종교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그의 저작집을 통해 “종교는 일종의 미신입니다. 예수를 믿든지 불교를 믿든지 그것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는 반동적이며 비과학적인 세계관입니다. 종교는 아편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의 종교는 투쟁과 척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북한에서의 종교가 대다수 사라지거나 지하화되어 갔다. 자취를 감췄던 북한의 종교가 다시 등장한 것은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1988년 장충성당과 봉수교회가 건립되고, 1989년 칠골교회, 2006년 러시아 정교회사원인 정백사원이 완공되었다. 1989년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과 종교학부가 개설되었고, 중단되었던 평양신학원이 2000년 개원하며 종교인 양성을 위한 교육도 실시되었다. 한편 1990년대 이후에는 미국의 선교단체들을 평양에 초청하는 등 서방국가의 종교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북한은 종교단체를 이용한 남한과의 교류도 진행했는데, 2003년에는 북측 종교인 105명이 서울을 방문하여 남북종교인이 모인 ‘3·1 민족대회’를 갖기도 했다.
교인들, 북한정권 저항세력 역할 되길 기대해
하지만 실상에서 종교활동은 공공연히 금지되어 있으며 예배나 기도를 드리는 별도의 시설이 존재하지 않아 주민들은 집에서 종교의식을 비밀리에 진행한다. 북한의 기독교인은 해방 이전부터 믿어오던 기독교가정, 평양의 공식 교회 신자, 중국 등에서 신앙을 전해 받은 교인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공식 신자는 거의 없으며, 성경과 찬송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외부와 접촉해야 한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를 접하거나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종교가 함께 전해지기도 하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핍박, 처벌, 통제 등으로 사실상 기독교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이지만, 북한의 지하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북한교회의 현실은 정권에 저항하며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찾는 신자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음을 보여준다. 독일의 사례에서 그러했듯 이들의 존재가 북한 정권을 흔드는 데 의식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동시에 이들에 대한 통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도 갖게 된다.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했던 한 북한주민이 촬영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안타까운 추측을 하게 된다.
영화 <아유레디>는 북한 지하교회의 모습을 공개하며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유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사실 이 영화는 기독교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된 새로운 코리아, 당신은 그들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습니까?”라는 카피 문구가 던지는 질문은 비단 교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은 정말 무엇일까?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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