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2013년 G20 정상회의 ‘시리아문제’와 ‘양적완화’ 집중 논의 2013년 10월호
포커스 | 2013년 G20 정상회의 ‘시리아문제’와 ‘양적완화’ 집중 논의
냉전 종식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사회의 외교환경은 큰 변화를 경험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의 하나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양자외교 혹은 제도적 완결성을 잘 갖춘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방식의 논의창구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대화 참여자 이외의 행위자들에게 차별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양자외교나 혹은 대규모 사무국을 보유한 국제기구보다는 강제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외교 대화창구가 생겨난 것이다. G20라는 ‘국제기구가 아닌 국제기구’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3년 G20 정상회의는 지난 9월 5~6일 양일에 걸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지난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바 있어서 탈냉전기 이후 생겨난 어떤 외교대화창구보다도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G20는 기존의 G8 정상회의 참석 국가들을 포함하여 대륙별로 나름대로 대표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국가들에게 멤버십을 허용하고 있다.
양적완화정책’ 축소냐 지속이냐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결정사항들이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다든지 혹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활발한 논의창구 그 차제를 통해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방향성도 제시하면서, 그야말로 느슨한 방식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21세기 소위 탈근대적인 국제관계에서는 강제성을 전제로 하는 외교적 합의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G20 정상회의와 같이 논의의 활성화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 자체가 참여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모든 행위자들에게 더 중요한 시사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러시아 G20 정상회의의 경우 두 가지 핵심 의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국제안보 현안으로써 시리아문제에 대처하는 주요 강대국들 간 이견 조율을 어떻게 이뤄내느냐의 문제가 있었고, 또 하나는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지된 ‘양적 완화’ 정책을 과연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가 집중 논의되었다. 우선 전자의 경우 아직까지 내전 상태에 빠진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공습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근본적인 시각이 이번 G20를 통해 일부 조율되기도 하였다. 시리아라는 개별 국가의 문제라기보다 국제안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란, 이집트, 북한 등 여타 국가의 문제들과도 다양한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朴, 다자외교 데뷔 … ‘동북아평화협력구상’ 홍보
또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양적완화정책 축소’ 문제는 비단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사회의 가장 핵심 화두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현 시점에서의 국제경제 현황을 국제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국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관련하여 지난 수년간 양적완화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미국의 향후 움직임은 무엇인가의 문제로 압축된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여전히 저성장, 고실업 문제가 만연한 현재의 국제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정책 축소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국가들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제는 서서히 ‘출구전략’을 가시화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국가들로 양분된다. G20 정상회의 개최 이전의 전망으로는 미국이 출구전략을 강한 어조로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입장인 ‘느슨하고 점진적인’ 출구전략의 필요성 의견이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미국은 최초 의견에서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에서 열린 G20 정상 워킹 세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회의에 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왼쪽은 에르도안 터키 총리, 오른쪽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연합뉴스
이러한 배경에서 상대적으로 북한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또한 G20 정상회의의 전체 의제로써 한반도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은 전략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참여국 정상들과의 활발한 양자접촉을 통해 한반도평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뢰정책을 한반도 차원에서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함께 신뢰정책을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적극 홍보하는 외교무대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G20 정상회의와 같은 외교 무대에서 한국 외교정책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국제사회의 주요국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G20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소위 ‘중견국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중국 및 유럽 주요국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양자외교 혹은 서구국가들에게 밀집해 있는 주요 국제기구 사무국과는 달리, G20은 제도적 완결성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국제외교무대이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입장에 따라 제기되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는 능력이 특별히 요구된다. 국제사회에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또한 관련한 복합적인 이미지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접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후 한·미정상회의과 한·중정상회의을 통해 양자외교 무대에서 매우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은 개인적으로 다자외교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자리라는 의미도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의을 포함하여 해외 정상들과 매우 활발한 접촉을 시도하였다. 앞으로 APEC, EU, ASEAN 등과 같은 무대에서도 우리 정부의 다자외교가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또한 새로운 국제외교환경에 맞는 지구공동체의 의제를 적극 개발하면서 우리 정부가 그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박인휘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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