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0월 1일 0

집중분석 | 시리아 내전, 10만여 명 학살 … 서방, 왜 개입 주저할까? 2013년 10월호

집중분석 | 시리아 내전, 10만여 명 학살 … 서방, 왜 개입 주저할까?

지난 9월 20일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 국제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화학무기 관련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미국과 러시아가 9월 14일 합의한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를 위한 기본틀’의 첫 단계를 이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0일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 국제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화학무기 관련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미국과 러시아가 9월 14일 합의한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를 위한 기본틀’의 첫 단계를 이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1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해 1,400여 명이 사망했다. 유엔 조사단은 결과보고서에서 지대지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만이 보유한 공격능력이다. 그러나 서방의 군사적 조치는 없었다. 화학무기사용을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해 놓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9월 14일 제네바에서 미·러 외무장관이 도출한 외교적 타결방안을 수용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압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화학무기 해체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후속조치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 군사적 개입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러·중, 개입 반발 … 반군 신뢰 부재도 한 몫

시리아 정권을 비호해 오던 러시아의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협상결과였다. 오히려 중동 내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해 준 결과를 가져왔다. 2년 반 동안 10만여 명이 학살되었다. 그러나 서방은 리비아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그 이유를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과 중동 일부 국가들의 반발이다. 시리아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나라는 단연 러시아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친시리아 정책을 유지해 왔다. 또 시리아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유일한 외국 해군기지를 두는 등 시리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고 있다. 러시아는 그간 타르투스를 지중해를 거치는 유럽 진출의 출발점으로 삼아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응해왔다. 여기에 또 다른 러시아의 중동 내 우방 이란이 석유금수조치로 구석에 몰린 상태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축으로 하는 중동 내 이권 및 영향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반군에 대한 신뢰 부재다. 적지 않은 서방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반군에 지원한 무기가 이슬람 테러조직 등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9월 1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영국의 군사정보회사 ‘IHS제인스’의 보고서가 한 예다. 보고서는 시리아 정권에 저항해 싸우는 반군 가운데 거의 절반이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이거나 그와 유사한 강경 이슬람주의자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10만으로 추정되는 반군 중 1만여명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 소속의 지하디스트이고, 다른 3만~3만5천명의 반군도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이라고 분석했다.

셋째, 시리아를 둘러싼 중동의 복잡한 정치 역학이다. 최근 들어 사태는 더욱 꼬이고 있다.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아사드 정부군을 지지하며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에 헤즈볼라 전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결국 시리아 내전이 중동 지역 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결구도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시리아-헤즈볼라-이란이 축을 이루는 시아파 동맹과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수니파 아랍국가 간의 갈등이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안보도 서방의 주요 관심ᄉᆞᆮ. 시리아의 정권교체는 양날의 칼이다. 보다 자유민주화한 정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슬람세력이 득세한 이집트처럼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의 골란고원은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 지역을 점령했다. 1981년에는 이곳을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때문에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다. 시리아의 정권이 교체될 경우 골란고원 점령의 명분이 크게 약화할 것이다. 알-아사드 부자의 독재로 일관된 ‘악의 축’ 국가 시리아부터의 위협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불법’ 점령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리비아, 예멘 등과 같이 내전을 동반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성공할 경우 시리아는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최소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반영한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이고, 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은 단연 골란고원 반환이다. 더불어 시리아가 ‘악의 축’ 국가에서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돌아올 경우 아랍은 물론 서방국가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불법점령을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아랍 학자들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시리아 정권의 급격한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차별 학살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서방의 시리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무산되면서 시리아 사태는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무기폐기약속을 국제사회가 용인해준 것이기 때문에 바샤르 정권은 향후 반군을 진압하는 데 ‘합법적인 정부’로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바샤르 정권의 무차별 학살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대량 학살에도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9월 21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약해진 서방’이라는 제목에다 붕대를 앞발에 감은 수사자가 통에 담긴 틀니를 놓고 시리아 지도를 쳐다보는 표지를 선택했다. ‘금지선’을 넘어도 무력사용이 없다면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가 앞으로 서방을 겁내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