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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원이 뜬다! |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2013년 10월호

신자원이 뜬다! |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희토류는 1794년 발견된 이트륨으로부터 1947년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프로메튬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에 걸쳐 발견된 란탄계열 15개 원소와 스칸듐과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희토류가 산업용 소재로 활용된 것은 다른 금속자원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 들어서의 일이다. 이는 희토류 원소들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서로 비슷하여 단위 원소로써의 활용이 매우 뒤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단위 원소별로 분리가 가능해지면서 희토류는 20세기 초반 금속산업과 유리산업에 사용되기 시작해 1970년대부터 석유화학공업용 촉매, 각종 렌즈와 형광 물질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LED, 2차 전지,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등 사용분야가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사일, 스마트폭탄, 전투기 등 다양한 군용무기들에 필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희토류, 스마트폰·LED·전투기 등에 필수 소재

석유, 석탄, 철, 알루미늄과 달리,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토류가 최근 몇 년간 대중매체로부터 주목받고, 대표적인 자원전쟁의 이슈로 다루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각종 첨단산업 및 군수산업 제품에 희토류가 타소재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소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95%를 차지하는 중국이 자원민족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세계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가 매년 발표하는 희토류 매장현황을 보면, 세계 희토류 매장량 중 약 5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에 매장된 희토류는 일부 희토류 원소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희토류 17개 원소 모두를 망라하고 있으며, 매장지 역시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지 않고 채굴하기 쉬운 몇몇 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또한 생산된 원료에 부가가치가 높은 원소들이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공 처리 시에 다른 희토류 보유국들보다 더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 약 20년 전 희토류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이 중국 정부는 일찍이 자국이 보유한 희토류의 산업적,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정부차원에서 희토류 산업을 육성하면서 저가격으로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잠식해갔다.

그 결과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미국은 희토류 생산과정에 수반되는 엄청난 환경오염과 중국산 희토류의 저가 공세로 생산량을 줄이다가 2002년 결국 생산을 중단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2위의 희토류 생산국이던 호주 역시 미국과 같은 이유로 1995년 희토류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산 희토류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희토류 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국제시장으로의 공급을 줄이는 채굴 및 수출 제한 정책을 시행하여 국제 희토류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공급 감소의 영향으로 2005~2010년 국제 희토류 가격은 각 원소별로 5~10배 상승했고, 주요 수요국들은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중국은 희토류를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상품으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일본이 중국과의 분쟁지역인 동중국해 일대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을 나포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2위 희토류 수요국인 일본은 자국 첨단산업의 핵심소재인 희토류의 공급을 사실상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발표 후 중국 선원들을 즉각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中, 세계 희토류 시장 지배 … 정치무기화

희토류의 가격급등과 정치적 무기화를 지켜본 주요 선진국들은 뒤늦게 OPEC의 원유와 같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여 정치적·경제적으로 세계를 좌우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깨달았다. 이후 미국은 안보적 차원에서 자국 내 최대 희토류 광산이었던 마운틴 패스 광산의 재가행을 시작했고, 호주는 자국 희토류 광산 개발 및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제련소 설립 등으로 희토류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러시아는 최근 자국 내 희토류 개발에 2018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일본은 희토류 공급선을 중국에서 호주, 인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다변화하여 90%가 넘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현재 50%까지 낮추었고, 희토류 소재 대체를 목적으로 하는 희토류 사용량 삭감계획을 수립해 일본 희토류 수요를 연간 3만t 규모에서 2만t까지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 생산이 증대될 경우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차지하는 중국 생산의 비중은 현 95%에서 2020년에 70~75%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각종 첨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희토류 대체 기술의 발전으로 일본의 수요 역시 감소하여 국제 시장에서 희토류 가격은 최근 2년간 하락세에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시대가 끝날 것이라 전망하지만, 세계 희토류 시장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제품에서 사용되는 희토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나 중국산 희토류를 대신하여 안정적으로 국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희토류 광산 개발이 필요하고, 다수의 국가에서 희토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의 해결 등의 어려움으로 자국 생산의 규제와 국제시장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희토류 원료를 수입하여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일본과 달리 가공품 형태나 희토류가 첨가되어 만들어진 부품을 수입하는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정보통신산업, 자동차 등 첨단산업이 국내 주력 산업이고, 부품·소재에 대한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에 희토류 문제가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희토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원·기술관계에서 중국과 적절한 제휴를 해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일본처럼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에 진출하여 희토류자원을 개발하는 적극적 대처 방법, EU와 같이 1년치 희토류 사용량을 비축하는 수성적 대처 방법 등을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히 혼합 사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희토류 원소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이용한 응용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관련분야 연구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현복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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