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숭어국 맛이 좋던가?” 2013년 10월호
북한 맛지도 15 | “숭어국 맛이 좋던가?”
남한에 와서 여러 곳을 돌아보았는데 어디에서도 숭어국집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평양에 가면 숭어국 움식점이 여러 곳에 있다. 평양의 대동강에는 원래 숭어가 많기로 유명해 평양 하면 숭어국이 떠오를 정도로 대표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대동강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이라 숭어가 자리 잡기에 아주 적합하다. 특히 대동강 숭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맛도 좋지만 영양 면에서도 아주 뛰어나 고급 어족에 속한다.
대동강 숭어국 먹어야 대접 잘 받았다고 여겨
평양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숭어국을 대접하는 것을 예의로 여길 정도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평양을 찾아온 사람들도 역시 숭어국을 먹어야 손님대접을 잘 받았다고 여겼고, 평양에 다녀간 보람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숭어국 맛이 좋던가?”하는 것은 평양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서 하는 첫 인사말로 통용되었고, 관혼상제 행사에도 숭어찜을 큰상에 올려놓아야 상을 제대로 차린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대동강 숭어국은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요리다. 좋은 음식만 골라 먹기로 유명한 김일성도 살아생전에 즐겨 먹던 국이라니 맛에 있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숭어 맛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서 봄과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담백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고 했다.
진흙 특유의 감탕내 제거해야 비로소 제 맛!
숭어는 귀한 약재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살찌게 하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난호어목지>에도 “숭어를 먹으면 비장에 좋고, 알 말린 것을 건란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며 그 맛과 효능을 말하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대동강에 낚시꾼이 정말 많았다. 외삼촌도 낚시를 좋아해 직장에서 퇴근하면 대동강에 밤낚시를 가서 새벽이면 숭어, 잉어, 붕어 같은 생선들을 몇 마리씩 잡아왔다. 그러면 외할머니가 숭어국을 끓여 주시곤 했는데 지금도 그 얼벌벌한 맛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평양사람들도 대동강 숭어국을 그리 자주 먹어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은 숭어양식을 장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선전에 불과하고 일반 주민들이 숭어국을 마음대로 먹기에는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평양의 여러 매체들은 여전히 숭어요리에 대한 선전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그들이 보여 주는 숭어요리들은 보면 숭어찜, 숭어회, 숭어생채, 숭어국, 숭어졸임, 숭어양념장구이 등 가짓수도 엄청나다.
평양 숭어국은 대동강에서 잡은 숭어를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내어 가마에 넣은 다음 찬물을 붓고 후추를 넣어 끓인 것이다. 후추는 천에 싸서 넣어 끓이고 숭어가 익으면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그릇에 담고 다진 생강과 마늘을 곁들여 내는데 국물을 고추장국으로 할 수도 있다. 숭어국은 쇠고기를 함께 넣어 끓이면 국물 맛이 좀 더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난다.
모든 민물고기들은 약간의 감탕 내가 나기 때문에 양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데 고추나 생강, 마늘을 이용해서 생선의 감탕 내가 나지 않도록 조리를 잘하는 것이 비결이다. 그래서 민물고기를 끓일 때 쑥갓이나 방아풀 같은 향신채소를 넣어 끓이기도 한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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