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2월 1일

특집 | 미국의 입장과 우리의 선택은? 2013년 12월호

특집 | 일본 집단적자위권 추구와 동북아

미국의 입장과 우리의 선택은?

일본 육상자위대가 지난해 8월 21일 도쿄 남북 고템바소재 히가시 후지 훈련장에서의 연례 실전 사격훈련에서 지뢰파괴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육상자위대가 지난해 8월 21일 도쿄 남북 고템바소재 히가시 후지 훈련장에서의 연례 실전 사격훈련에서 지뢰파괴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문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 일본의 군사적 역할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특히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가 강조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역할축소에 의한 불안감을 일본의 군사적 기여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중국의 동남아시아 및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일본이 보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배후에 미국이 있는 것이다.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는 미 본토가 최초로 공격받은 사건으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국방·안보전략이 크게 변화하였다. 미국은 테러와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의 배치 및 운용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즉 해외주둔 미군을 기존의 주둔군에서 신속대응군으로 성격을 변화시키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변환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미·일동맹의 강화 및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문제도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집단적자위권 행사 배후는 미국?

탈냉전 이후 일본 역시 군사적 역할확대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으며, 미국은 이러한 일본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미·일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개정과 일본의 주변사태법 입법을 통해 미·일동맹을 대중국(및 대북한) 동맹을 넘어선 세계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중국에 필적할 수 있도록 하여 공군의 장거리 투사능력을 갖춰가고 있으며,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이후 전력을 급속도로 증강시키고 있다. 즉 미국은 성장하는 중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관여를 인정하면서도 군사적 영향력 강화는 미·일동맹을 통해 억지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 억지라는 전략적 필요에 의해 미국은 동아시아지역 안보문제에 대해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중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동맹 역시 중요한 지역동맹으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미·일동맹과 일본 방위라는 틀 안에서 행사되도록 미국에게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즉 우리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전수방위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공격적인 군사력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에 종속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실질적인 안보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9·11 테러 이후의 군사전략 변환에 의해 미국은 주한미군보다 주일미군에 큰 전략적 비중을 두고 있으며,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상위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미도 미·일처럼 외교, 국방장관협의체인 ‘2+2 협의’의 정례화 등을 통한 한·미동맹(한·미 안보대화) 강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와 과거사·영토 문제 분리해야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국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찬반양론을 지금 명확히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엄격히 말하자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자체에 우리가 반대 혹은 관여할 명분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일 양국에 요구할 수 있으며, 미·일 간의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에 우리의 이러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자칫 군사적 수단을 정당화하는 비(非)평화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그러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UN 헌장에도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며, 오랫동안 미국이 요청해 온 사안으로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영국, 호주 등의 전승국이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즉 한·미동맹의 강화는 물론 미·일동맹의 강화가 우리의 국익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반드시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일본이 단독적인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안에서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에서 우리 정부의 요청 없이 자위대가 활동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가장 기본적인 요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문제와 같은 한반도 주변의 외교·안보질서 재편과정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미·일 양국과의 안보대화(협력)를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대화 추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일 간의 외교·안보협력과 과거사 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등은 분리하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사 문제, 영토문제와 외교·안보협력을 연계하게 되면, 독도 문제나 국내정치에 외교·안보정책이 종속되는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중국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로 인한 중국과의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정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전수방위라는 원칙 하에서, 일본 주변의 사태에 한정되어 미·일동맹의 범위 안에서 자위목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미·일 양국에 정확히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면 되는 것이다.

전진호 /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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