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의 창으로 북녘을 보다 中 | 북·중경협, 어디까지 왔나? 2013년 12월호
기획 | 단둥의 창으로 북녘을 보다 中
북·중경협, 어디까지 왔나?
최근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통상적인 양국 간 경제관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이례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양국 무역은 2010년 34.7억달러에서 2011년 56.3억달러로 늘어난 62%의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해 중국의 공식적인 대북투자 규모도 사상 최대인 5,595만달러를 기록하였다. 북·중무역과 중국의 대북투자 증가 추세는 계속되어 2012년 양국 무역은 59.3억달러로 집계되었고 대북투자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압록강대교 및 황금평·위화도, 신의주와 연계 개발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무역과 투자와 함께 양국 접경지역 개발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 동쪽에서는 북한의 나선지역 개발에 중국이 적극 참여하고 있고, 서쪽에서는 양국이 공동으로 ‘일교양도’(一橋兩島 : 신압록강대교 및 황금평·위화도) 건설에 착수한 상태이다. 양국의 경제협력은 북한 노동자의 대중국 송출 및 중국인의 대북한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북·중무역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분야에서 극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북한은 외화 획득을 목표로 국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중국과의 무역에 최대한 활용하였다. 중국은 수요가 급증하는 전략물자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확보하기 위해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나섰고, 국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의류제품 위탁가공을 확대하였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대북투자, 특히 지하자원 개발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양국 무역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2012년의 경우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무연탄이 절반을 차지하였고, 무연탄을 포함한 광산물의 비중이 약 2/3에 이르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대북투자는 중국이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진출전략인 ‘조우추치(走出去, ‘go abroad’ policy)’ 정책을 추진한 것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자원 제공국으로서 북한의 가치를 확인하고 국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 및 원자재 확보를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대북투자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대북투자 확대에는 북·중 양국 관계의 발전에도 한 몫 담당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이 성과를 거둠에 따라 북한 나선지역 및 황금평·위화도 개발에 대한 양국 협력이 구체화되면서 대북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대북투자, 북한경제 질적 발전에 도움 안 돼
중국의 동북진흥계획 추진으로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랴오닝성과 지린성은 단둥-신의주 지역과 나선지역 개발을 위한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압록강 하구 단둥-신의주 지역의 ‘일교양도’ 건설은 2009년 ‘랴오닝연해경제지대발전계획’이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격상되면서 탄력을 받게 되었다. 2009년 10월 양국이 건설에 합의한 신압록강대교는 현재 상판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로 2014년 완공 예정이다.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 개발은 2010년 5월 10일 방중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나 합의하였다. 황금평경제지대는 2011년 착공(6.8)된 후 2012년 황금평·위화도 관리위원회 청사 착공식이 거행(9.15)되었으며 현재 ‘초기 시작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을 우선 개발 중이다. 북한은 신의주 일대를 특별경제지대(경제특구)로 지정(2013.11.21)해 ‘일교양도’ 건설과 연계 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창지투개발개방선도구 계획이 2009년 중국 국가전략으로 인준됨에 따라 두만강유역의 북·중 접경지역 연계 개발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 지역에서는 북·중 경제협력 차원에서 나진항 개발, 두만강대교(취안허-원정) 보수공사, 나진-원정 도로 현대화, 나선지대 공동개발 등이 진행되었다. 이 중 취안허-원정 국경다리 보수공사(2010.3.15 착공, 2010.6.1 개통)와 나진-원정 도로보수공사(2011.6.9 착공, 2012.10.10 준공)는 이미 완료되었다. 나진항 개발과 관련해서 2009년 10월 다롄창리그룹은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획득하였다. 현재 중국은 항만 시설투자를 조건으로 나진항 1호 부두 이외에도 4, 5, 6호 부두와 청진항 3, 4호 부두의 30~50년 사용권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선지대 공동개발과 관련한 양국 프로젝트 중 나선지대에 대한 중국인 자가용 관광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야타이그룹이 나선특구 내에 100만t 규모의 시멘트 생산설비를 완공함으로써 시멘트 생산프로젝트도 차질 없이 추진되었다. 또 다른 프로젝트인 농업과학기술시범구 건설과 관련해서는 중국 북대황집단의 투자로 나선특구에 고효율 농업시범지구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나선지역 공동개발을 위해 중국에서 생산된 전력을 훈춘에서 나선특구까지 공급할 수 있는 송전선로를 설치했다.
이런 북·중경협이 북한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형적인 양국 경제관계는 장기적으로 북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남북교역을 제외할 경우 2012년에 89%를 차지함으로써 양국 무역을 통해 중국은 북한 내수시장을 거의 장악하였다. 중국의 대북투자는 북한 자원을 싼 가격에 독점할 뿐 북한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 및 질적 발전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일변도의 북한 내 양국 접경지역 개발도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북한이 현재 기댈 수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라 할지라도 북한은 하루속히 중국 의존적 경제협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수영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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