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2월 1일

단둥의 창으로 북녘을 보다 中 | 단둥-신의주 신압록강대교는 반쪽짜리 다리? 2013년 12월호

기획 | 단둥의 창으로 북녘을 보다 中

단둥-신의주 신압록강대교는 반쪽짜리 다리?

신압록강대교가 지난 11월 16일 교량 구간의 마지막 상판 설치를 끝내고 온전한 다리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신압록강대교는 내년 9월 개통 예정이다. Ⓒ연합뉴스

신압록강대교가 지난 11월 16일 교량 구간의 마지막 상판 설치를 끝내고 온전한 다리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신압록강대교는 내년 9월 개통 예정이다. Ⓒ연합뉴스

압록강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아름다운 강이다. 그 미려한 모습을 보증해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다. 단둥과 신의주 사이의 압록강 하류만 보더라도 철교 위쪽에서부터 조선 건국 전 이성계가 회군했던 위화도를 비롯해 황금평, 상도와 하도, 주단도(비단섬), 신도 등 여러 개의 섬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는 모양새다. 압록강에는 280여 개의 섬이 있다는데 대다수가 북한 소유다. 그 가운데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섬은 황금평도이다. 황금평이라는 글자 뜻 그대로 황금빛 평야 곡창지대이다.

인천에서 페리를 타고 단둥항에 내려 차를 타고 단둥 시내로 들어가는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신도시인 신성구 못미처 우측으로 광활한 지대가 나오는데, 이곳이 황금평이다. 언뜻 보면 잡풀이 우거져 보이기도 하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볼 수 있는 경작지대다. 논이 대다수인 지역이다. 황금평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 향후 중국과 조선의 경제자유지대 건설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황금평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미 양국 간 조성체결이 된 상태이지만 아직 진척은 없다.

신압록강대교 완공 … 일교양도 프로젝트 본격화

자유무역지대 공사는 시작도 못했지만 압록강 단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신의주와 단둥 신도시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가 막바지 공사 중이다. 거대한 사장교인 이 다리는 이제 막 마지막 상판 설치를 끝냈다. 기존의 압록강 철교를 대체하는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로에 길이는 약 3km에 이르는 다리이다. 이것은 압록강 철교 건설 이후 처음으로 건설되는 다리로 기존 철교는 단선인 데다 많이 낡아서 20t 이상의 화물차는 통행할 수도 없었다. 단둥에서 평양까지 현재 4시간이 소요되지만 이 다리가 완성되면 2시간 안팎으로 단축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리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22억2천만위안으로 중국에서 모두 부담했다. 신압록강대교 건설, 황금평, 위화도 개발은 중국의 ‘일교양도 프로젝트’이다. 단둥과 신의주 일대의 무역이 활발해지고, 도로 확장과 산업 발전으로 연결되는 북·중교역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황금평 특구를 알리는 입간판에는 “중국과 조선이 우호관계를 두텁게 하여 경제 번영을 함께 촉진하자. 군대와 지방이 마음을 모으고 협력하여 사이좋은 국경지대를 함께 건설하자”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연합뉴스

황금평 특구를 알리는 입간판에는 “중국과 조선이 우호관계를 두텁게 하여 경제 번영을 함께 촉진하자. 군대와 지방이 마음을 모으고 협력하여 사이좋은 국경지대를 함께 건설하자”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연합뉴스

중국, 신압록강대교 중심 신도시 조성

이 다리의 중국측 동네가 신성구인데 이른바 신도시다. 배후도시는 조성이 거의 끝났다. 고층아파트에 공원, 상가 그리고 공공건물이 들어서는 자족형 신도시인 신성구는 단둥을 상전벽해로 바꿔놓고 있다. 차를 타고 움직이지 않으면 시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도로나 건물이 큼직하고 규모도 크다. 신성구에는 특히, 단둥시 인민정부와 당 위원회도 입주해 현재 압록강 철교를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에서 이곳으로 단둥시의 중심이 이동하리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이러한 발전전략에 황금평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단둥시의 개발계획 조감도를 보면 황금평에 보세구역도 설치된다. 경제자유지역을 조성하여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통해 제품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황금평은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섬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섬들과 달리 압록강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도 북한 쪽에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국 단둥시와 바로 도랑물 하나 사이를 두고 붙어 있다.

현재 북·중 국경선이 그어진 것은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 김일성 내각 수상과 중국 저우언라이 국무원 총리의 명의로 조·중변계(국경)조약이 체결되었고, 북한과 중국은 강 가운데 섬들과 모래톱의 귀속문제를 확정하기로 했다. 그 후 몇 차례에 걸친 공동 조사 끝에 섬과 모래톱 61개 중 48개는 북한의 소유가, 13개는 중국의 소유가 되었다. 황금평이 중국 쪽에 훨씬 가까우나 북한의 땅으로 정해진 것도 이 때 결정된 것이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중국이 이 지역을 탐내고 있으며, 북한당국도 한때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결국 중국 측이 신압록강대교를 비용 전부를 부담하여 건설하는 등 단지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황금평 입구에는 북한 측에 물건을 던져 보내지 말라는 등의 경고문이 걸려있어 국경임을 알리고 있다. 국경 경비대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차를 몰고 와 철조망 앞에서 사진을 찍고 황급히 떠난다. 그들은 하얼빈에서 견학왔다고 짧게 대답하고 떠났다. 황금평 경계에는 5.6km의 철조망이 처져 있어 마치 우리와 북한 간의 철책선을 연상케도 한다. 철책이 처진 것은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서가 아니라 북한에서 이곳을 통해 월경하는 사람들을 막으려는 북한 측의 요청으로 지난 2010년 견고한 철조망이 처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냥 가시철조망 정도였다고 한다.

황금평, 신압록강대교 그리고 단항에서 단둥시로 이어지는 배후도시는 압록강을 마주한 신의주와 단둥 간 공동번영의 밑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북·중 경제문화박람회도 10월 10일부터 1주일간 단둥 시내 신성구 신시가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황금평 개발 진척은 북한 개방의 척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하면 기존 압록강철교를 통한 이동보다 더 많은 자동차 출입이 가능해져 물류 인프라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단둥의 한 조선족 인사는 “사실 북한이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달가워하지 않는데 이는 이 다리가 중국에만 유리한 여건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판단해서 그렇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황금평 개발에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장래 그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측은 착실하게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압록강변의 국경도시 단둥이 아니라 국제경제도시 단둥으로 비약적인 점프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어디서든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황금평 개발 일대의 중국과 북한 간 국경의 모습 Ⓒ연합뉴스

황금평 개발 일대의 중국과 북한 간 국경의 모습 Ⓒ연합뉴스

황금평 개발, 중국만 유리한 북한 개방정책?

단둥은 북한 측으로부터 조속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황금평을 통한 접근보다 독자적인 접근을 도모하는 듯하다. 일전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 장기 이용권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 주요내용은 북한이 경제특구 14곳을 신설해 외국기업에 50년에 걸친 토지 이용개발권을 제의한 사실이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작성한 투자제안서에서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일부 개발구를 제외하고는 외국자본이 독자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특구는 개별 면적이 4㎢ 이하로 앞서 한국이나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지정한 개성공단(66㎢),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23㎢)에 비해 소규모다. 북한의 경제개방전략이 급선회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외국자본이 독자적인 사업을 하도록 한다는데 현재 북한의 각종 인프라 상태나 여건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개성공단 문제도 이미 가동 중인데 그걸 다시 국제화해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 현실성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북한과 중국의 정치, 외교적 이해관계나 전략을 감안하고, 매력적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황금평은 북한에 있어 자유무역지대를 통한 경제개발의 최적지로 이의가 없는 곳이다. 인적 물적 관리가 용이하고 물자를 단둥항을 통해 외부로 수출하는 등 제반 여건도 좋다. 이를 통해 교역 창구인 중국 단둥-신의주를 상수로 하는 대외교역을 더욱 확대시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둥-신의주, 새로운 ‘홍콩 모델’ … 특수 기대해”

내년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답보상태의 황금평개발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단둥 현지에서 들린다. 안타까운 것은 북한의 경직된 태도 때문에 변경무역의 최적지인 압록강과 그 주변을 사실상 중국이 다 장악하는 판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30년간 대북 무역을 하고 있다는 재미교포 박 사장은 “신압록강대교가 반쪽짜리 다리가 될 공산이 큽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이 다리완공을 내면적으로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에게만 이득이 돌아간다는 시각이 여전합니다. 그 다리를 통해 중국이 쳐들어온다고 농담까지 할 정돕니다.” 그는 “다리의 편의성이나 경제적 효과보다는 다리개통이 가져다 줄 정치·외교적 여파에 전전긍긍하는 게 북측의 분위기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압록강대교는 분수령처럼 서있는 형국이다. 단둥 측에서는 인프라가 완성되어가면서 준비를 마친 상태인데 저 너머는 여전히 칙칙한 분위기다. 한국교민들도 신압록강대교 특수를 기대하며 신도시 신성구에 아파트를 상당히 구입해 놓았다고 현지교민 강 사장은 전한다. 단 한 가지 기대는 중국이 아직은 관료체제로 모든 계획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동력이 있기 때문에 단기에 신도시를 건설했듯 조만간 속 시원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북한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마냥 버티지 못할 것이고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고 방치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다. 중국측의 적극적인 압박 내지 액션이 작동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압록강은 향후 경제개방의 리트머스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은 신의주와 단둥을 잘 엮으면 새로운 ‘홍콩 모델’로도 진전시킬 여지가 큰 지정학적으로 좋은 곳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고 보니 압록강을 거실뷰로 삼는 마천루 빌딩이 강변에 즐비해 있기도 하다.

큰 그림에 대한 진척은 외면하고 단둥에서 자잘한 외화벌이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현재 북한 대외경제의 단적인 실제상황이다. 압록강의 용수, 풍부한 인적자원, 입지적 여건 등 여러모로 개성공단에 견줄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춘 황금평이 그야말로 ‘황금의 땅’으로 변모될 날이 언제쯤 올까.

신창섭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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