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2월 1일 0

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 해외근로자, 어떻게 사나? 2013년 12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6

북한 해외근로자, 어떻게 사나?

북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목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상교육 현장 Ⓒ연합뉴스

북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목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상교육 현장 Ⓒ연합뉴스

1993년 안보리 결의 825호를 필두로 2013년 안보리 결의 2094호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모두 7건에 달하는 대외무역 및 국제금융 거래에 관한 유엔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당국이 부족한 경화를 조달하기 위해서 해외근로자 송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북한 해외근로자 수는 2013년 1월 현재 4만6천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몽골, 중동 등 40여 개국에 진출하여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사업에 공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만6천명 규모, 월수입 3백~1천달러

김정일 사망 당시인 2011년 12월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 수는 대략 3만6천명이었으나 최근 1만명 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한 두 놈 탈북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외화벌이 노동자를 파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노동자 1만명을 해외에 더 보낸 후 외화 수입은 약 3천만달러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파견국, 업종에 따라 다르게 집계되고 있어 대략 월 3백~1천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실제 해외근로자로 일했던 탈북자 증언에 의하면 월수입 가운데 70~90%는 충성자금, 당비, 세금, 보험료, 숙식비 등 명목으로 소속 외화벌이 회사를 통해 노동당 39호실에 송금된다고 한다. 노동당 39호실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며 해외 현지에서 노동자를 관리하는 보위부 요원들은 1인당 1만~10만 달러까지 평양으로 보내야하는 송금액이 할당돼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월평균 100~130달러에 불과하다.

시베리아에 파견된 북한 벌목고의 숙소 Ⓒ연합뉴스

시베리아에 파견된 북한 벌목고의 숙소 Ⓒ연합뉴스

“그래도 해외가 낫다” … 줄줄이 뇌물 주고 경쟁해

그러나 문제는 단지 이와 같은 임금편취만이 아니다. 유엔 인권기구가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러시아 벌목공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1992년 북한의 러시아 벌목공과 정치범의 인권침해 사례에 관해서 NGO로부터 탄원을 접수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또 유엔 인권소위원회 불법구금위원회에서는 지난 1994년 북한의 러시아 벌목공 처우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다.

1967년 러시아와 북한 간에 체결된 ‘임업협정’으로 벌목공 3,500명이 파견되었다. 이들 파견 벌목공들은 실적에 따라 북한 월평균 소득보다 높은 북한돈 300~800원을 돈표로 받으면서 일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벌목공 파견으로 약 1억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들의 인권실태는 너무나 열악했고 지금도 상당수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이 러시아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엔 인권기구가 나서서 우려를 촉구한 바 있는 북한 해외근로자 인권상황은 별로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냉난방도 안 되는 열악한 숙소에서 8~10명이 함께 거주하는 등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구소련식 낡은 아파트나 지하대피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북한 노동자 5명이 추운 겨울날 디젤 난방기를 켜고 자다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중노동을 하면서 일하다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간부들이 외면하거나 심지어 부의금을 착복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임금편취, 상습적인 인권침해 상황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해외근로를 선호한다. 탈북자 증언에 의하면 “보위부 요원들에게 갈취당해도 좋으니 북한 땅에 남기보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해외로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뇌물은 필수적인 현실이 되었다. 우선 해외파견 추천을 받기 위해 20~30달러를 뇌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 가족 환경을 심사하는 노동당 관계자들에게 20~40달러를 내기도 한다. 신체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질병 1건당 10~100달러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뒤에도 현장면접을 나오는 당 간부들에게 ‘휘발유 비용’을 비롯한 명목으로 70~80달러를 쥐어줘야 하고, 최종적으로 당 비서 면담 시 100달러를 내야 해외파견이 가능하다고 한다.

해외근로자 인권문제는 파견국의 협조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압력이 더해지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다. 1994년 러시아 당국이 북한의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을 한국에 송환시킨 사례가 그렇다. 당시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이 러시아 국내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인권은 국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인 가치이며 북한 당국은 국제인권규범과 파견국가의 국내 인권규범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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