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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앗! 쓰다박사커피 2013년 12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 34 | 앗! 쓰다박사커피

이번 호에선 커피 이야기를 하려 한다. 커피도 차 문화에 속하는 것인데, 북한에는 차 문화가 얼마나 발달되었을까? 이 짧은 글에서 구구절절 다 파헤칠 수는 없지만 독자들 중에서 ‘북한에도 커피가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왜 커피가 없겠는가.’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퍼져 있는 것은 아니고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나 중국을 끼고 있는 국경지대에 한해서일 뿐이다. 또한 대도시라 해도 일반 사람들은 커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매우 계급이 높은 간부나 재력이 상당한, 다시 말해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들이 마시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네, 커피라는 걸 마셔봤나?”

하루 한 끼 벌이가 간절한 열악한 삶이다 보니 이곳 한국 사람들처럼 여유를 갖고 집에 손님이 오면 커피나 차를 대접하는 문화는 실제 북한 서민층에서는 찾아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필자가 북한에서 살았던 2004년도만 해도 ‘커피’라는 것을 몰랐다. 혹여 어쩌다가 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들어온 지인의 집에서 커피라고 하여 마셔 볼 기회도 있었지만 지금 한국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그 맛이 완전 다르다.

비례를 잘 맞춰 배합할 줄 모르는 것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이든 배를 불리는 쪽으로 입에 넣으려 하니까 집 주인이 큰 맘 먹고 내 주는 차나 커피가 반가운 음식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이유다.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삶은 옥수수 한 개를 주는 것이 훨씬 반갑다. 김이 나도록 뜨겁게 데운 두부 한 모에 술 한 잔이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차 문화의 발달도 기본 의식주가 원만해져야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커피에 대해 매우 큰 호기심을 느끼기도 한다. 필자가 살던 김책에서 있던 일이다. 나이 지긋한 최 아무개라는 사람이 어느 날 선배네 집을 찾았다. 선배는 성진화학공장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박사였다. 술 한 잔 하고나서 박사가 호기롭게 말했다.

“자네 커피라는 걸 마셔봤나?”, “아니 커피라니요?” 최 아무개의 눈이 대뜸 커진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우리 오늘 커피나 실컷 마셔보세.”, “아니 그 귀한 게 어디서 났는데요?”, “이번에 외국 갔다 온 친구가 선물한 건데 맛 좀 볼라나?”, “역시 박사 선생 인맥이 다르군요. 여길 왔더니 커피라는 것까지 다 맛보게 되고.” 최 아무개는 들떠서 감탄을 연발한다. “여보 아직 안 됐소?” 박사가 부엌에 있는 아내에게 소리친다. “네, 다 되었어요.”, “푹 끓였지?”, “네.”

박사가 부엌에 나가 손수 보글보글 끓은 솥에서 커피 한 사발을 퍼 온다. “자, 마시게. 외국에서도 돈 많은 사람들이나 마신다는 커피일세. 오늘 우리도 실컷 마셔 보자고.”, “예, 정말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날도 다 있군요. 허, 내가 외국에서도 자본가들이나 마셔 본다는 커피 맛을 다 보다니. 선배 이것 참 고맙습니다.”, “그래, 그래. 자, 마셔보세.”

그런데 웬일인가. 커피 사발에 입을 대던 박사가 얼굴을 찡그린다. 사발에 담긴 커피를 잠깐 들여다보던 선배가 부엌에 대고 소리친다. “아니 여보, 당신 커피 태운 거 아니야?”, “태우다니요, 당신 하라는 대로 했어요. 가마(솥)에 물을 하나 가득 붓고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라고 했잖아요.”

“왜 이렇게 쓴 거야? 커피 태운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쓴 거야? 가만, 그럼 이게 혹시 상한건가?”, “아, 정말 쓰긴 쓰네. 역시 외국 놈들이란 워낙 이상한 것들만 좋아하는 놈들이라 우리 입에 안 맞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맞아,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 “옳습니다. 저도 지난 번 외국에 갔다 온 친구가 가져다 준 버터라는 걸 먹어봤는데, 그날 우리 가족 전부가 배탈을 만나 고생 좀 했다니까요.”, “옳거니, 그래서 당에서 늘 우리식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한 모양일세.”

바깥 세계와 담 쌓고 주민 모두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놓은 채 기득권자들만 흥청망청 사는, 오로지 북한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언제면 북한 주민들도 세계 문물을 알고 갖가지 음료의 참맛을 마음껏 즐길 때가 올 것인지 생각이 깊어진다.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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