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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시진핑의 중국, 변혁보다 성장 택했다 2013년 12월호

포커스 | 시진핑의 중국, 변혁보다 성장 택했다

지난 11월 1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 상무위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1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 상무위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시대 중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 해서 관심을 끌었던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의)가 지난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시진핑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지도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면적 개혁심화를 위한 중요문제에 대한 결정」이라는 공식 문건을 채택했다.

회의 폐막 후 <인민일보>를 포함한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에서는 연일 이번 회의의 의미와 실천 방안에 대한 후속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한 중국 국내외의 대체적인 평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회의 폐막 다음날 중국 증시는 급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두 달여 만에 2,100선 아래로 내려섰고 중국을 주목하던 한국 등 주변지역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증시의 민감한 성격을 감안할 때 중국의 이번 3중전회의 결과가 실물경제권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 발표문에서 전면적 개혁심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핵심인 국유기업 및 금융, 토지소유제도 개혁이나 정치개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시장경제를 발전시킨다면서도 진부한 사회주의초급단계론과 공유제 중심의 경제체제를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국유기업을 옹호하는 것 같은 인식의 한계를 보였다.

중공 18기 3중전회, 정치개혁 추상적 수준에 그쳐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영역의 제대로 된 개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내외의 야박한 평가를 예상해선지 ‘전면적 개혁심화 영도소조’라는 일종의 개혁 설계팀을 꾸려 2020년까지 개혁을 완수한다는 미봉책을 제시함으로써 에둘러 갔다. 반면 초강력 권력기구로 작동할 ‘국가안전위원회’를 신설해 국내정치와 대외 안보전략을 총괄하겠다는 강경한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오는 12월 중순에 있을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와 내년 봄에 개최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다시 한 번 경제개혁 심화의 필요성과 공감대 형성에 나설 것이나, 이들 회의는 이번 3중전회의 후속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증시의 반응과는 달리, 한국경제에 대해 미지근한 시진핑 정부의 대안 제시가 반드시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체제의 기본 틀에 대한 본격적 개혁에는 다소 유보적 분위기를 보인 반면, 국유경제의 주도적 역할, 도농(都農) 경제의 결합과 도시화 정책을 강조한 것은 중국정부 주도의 투자에 의한 고성장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즉 정부가 주도하는 국유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도시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 정부 주도의 투자계획과 이에 따른 금융자본 배분이 이뤄질 것이고, 중국경제의 체질을 바꿀 금융개혁은 지연될 것이며, 오히려 현재의 자금 흐름이 유지될 것이기에 역설적이게도 급격한 경기위축 걱정을 덜어준다.

특히 대외경제 관계에 있어서는 후진타오 시대에 비해 오히려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내수 진작을 강조해왔던 정책기조가 내륙경제 개방과 자유무역구 개발, 외자의 중국시장 진입 확대 정책 등으로 다시 균형을 잡아 가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는 기존 경제체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성장활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출범한지 만 1년이 된 시진핑·리커창 정부로서는 변혁보다 성장을 택했다. 중국경제와 관련하여 우리기업의 활동공간이 오히려 넓어진 것이다.

중국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연합뉴스

국가안전위원회 신설 … 국내정치와 안보전략 총괄

그러나 유의할 점 역시 눈에 띤다. 새로 설립된 국가안전위원회는 주로 안보와 정치 영역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나, 대외경제관계에 있어서도 국가안전상의 이유로 중국 정부가 예기치 않게 개입할 수 있는 장치다. 향후 국내외 정세를 감안한 중국 지도부의 정책노선 조율 방향에 따라 안 그래도 불투명한 중국의 각종 법규 및 제도가 급변함으로써 ‘중국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국내외 경제 간의 자유로운 생산요소 이동과 내륙 경제의 개방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효과는 중국 경제체제의 변화 양상에 따라 그 득실의 계산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정치개혁 행보가 중요하다. 추상적 수준에 그친 이번 3중전회의 결정만으로는 중국이 직면한 빈부격차나 도농 간의 이해관계 상충, 그리고 사회적 원성을 사고 있는 기득권층의 발호를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심각한 경제 충격은 주로 정치 불안정에서 온다. 1989년 천안문사태 전후 경제성장률이 11%로부터 3%대로 곤두박질 친 것이 그 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지도부가 기득세력의 비호를 권력 안정의 축으로 삼아 변화를 주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국 사회와 정치의 불가측성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이제 중국은 적극적인 정치 변화를 통한 경제와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시진핑의 중국이 외형적으로는 ‘전면적 개혁 심화’를 외치면서도 근본적인 정치, 사회, 경제 개혁을 회피한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신형대국’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주변국에 대해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중국에 머물 것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유효한 중국의 경제적 기회 공간은 최대한 활용하되, 중국 정치의 거대한 황사가 어디로 향하는지 그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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