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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가 숨 쉰다 | 두루미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지 않길 2013년 12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2 | 두루미

두루미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지 않길

TS_201312_61 해마다 겨울이면 매일 매일 가슴 졸이며 산다. 우리 집사람이 알면 섭섭할 일이지만, 나는 어떤 대상이든지 오랫동안 염려하고 그리워하며 안타까워 해 본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그리움이 생겼다. 바로 두루미다. 올해는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우 볼 수가 있었다. 두루미과는 전 세계적으로 15종이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3종만 겨울을 나고 있다. 때때로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등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남하하다가 난기류를 만나서 불시착한 개체로 월동개체가 극히 적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내 기다림의 대상은 아니다.

내가 왜 두루미를 그토록 연모하는가? 예로부터 우리민족이 가장 좋아했던 새라서일까? 기품 있는 모습이 혹시 내가 그들을 닮았다고 착각해서일까? 아니면 진짜 멸종위기에 처한 안쓰러움의 발로일까? 그렇다고 아주 극진한 생명에 대한 경외감 때문만은 아니다. 두루미는 이제 우리 땅에서 DMZ를 마지막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좁아지는 서식공간에 그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자꾸만 진행되고 있어 행여 내 생애에 이들이 사라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두루미에게 그런 환경을 만든 공범 중의 한명에 나도 속하기 때문에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두루미의 이름은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순우리말로 “뚜루루루~, 뚜루루루~”라고 울어서 두루미라 부르게 되었다. 학 혹은 단정학이라고 하며 영어로도 red crowned crane(붉은 관을 쓴 두루미)이라고 부른다. 일본서는 “쭈루 쭈루” 운다고 쭈루라고 한다. 두루미는 국제적 희귀종으로서 천연기념물 202호이며, 멸종위기동식물 1급, 국제적인 적색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동물이다. 국제조류보호회의(ICBP)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자료목록 제2권:Red Data Book 2>에는 국제보호조 부호 제46호로 등록되어 있는 귀하신 몸이다.

“뚜루루루~” 국제보호 받는 귀하신 몸

두루미도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잠자는 곳과 먹이 활동하는 곳이 매우 중요한데 두루미가 월동하는 곳은 강원도 철원이 가장 많고, 임진강 유역인 연천과 파주지역, 강화도 일부지역에서도 월동한다. 철원에서는 주로 비무장지대에서 잠을 자며, 연천에선 임진강 상류와 한탄강, DMZ내부도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다. 잠자리 주변 5km 이내가 이들의 주요 먹이활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지역 공통점은 농경지, 강, 바다 인근지역이다. 두루미 먹이는 주로 미꾸라지·올챙이·갯지렁이·다슬기 등 동물성이나 옥수수나 화본과 식물의 씨앗도 먹고, 농경지에서 낙곡 중심으로 먹이활동을 하다 강변 및 습지에서 수생생물을 먹는다. 그래서 일본 이즈미와 쿠시로에서는 두루미의 월동을 돕기 위해 정어리 같은 생선을 공급해 주기도 한다.

두루미 둥지는 땅 위에 짚이나 마른 갈대를 높이 쌓아 올려 짓고 6월경 한 배에 2개의 알을 낳는다. 암수가 함께 품어 32∼33일이면 부화하고 약 6개월 동안 어미새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해마다 두루미 조사를 할 때 예년의 월동지에서 몇 마리가 월동하는지, 몇 가족이 활동하는지를 조사한다. 두루미는 가족단위 월동이 특징인 새라서 몇 마리가 가족을 이룬지 알면 번식 성공률을 가늠해보고 이 종이 얼마나 잘 유지될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루미새끼들을 안전하게 월동시키고 키워낼 공간이 점점 협소해지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최근 비무장지대를 활용하는 다양하고 대규모적인 정책적인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서 이들의 마지막 생존공간마저 정치권의 치적을 위해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DMZ 일원에서만 약 20마리 겨우 월동

두루미형상은 우리 생활 디자인의 주요한 소재로 사용했다. 그릇, 가구, 심지어는 궁궐에서 입었던 관복에도 두루미의 문양으로 장식할 정도로 좋아하고 친숙한 동물이다. 옛 사람들은 신선이 학을 타고 하늘을 오르내렸다고 생각하여 선학(仙鶴), 선금(仙禽)이라 부르기도 했고, 왕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지 않고 신선이 되어 학의 등을 타고서 하늘나라로 돌아간다고 믿을 만큼 우리민족의 DNA에 녹아 있는 참 아름다운 새다. 그런데 서부 DMZ를 샅샅이 조사를 해봐도 많아야 20여 마리만 월동을 하고 있다. 두루미의 번식지인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 등지는 지금 한창 개발을 하고 있어서 심각한 지경이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DMZ일원에서만 겨우 월동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정치권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DMZ평화공원이 진짜로 평화를 가져올까? 생태적 무지와 생물종 서식지에 대한 경박한 판단으로 마지막 남은 소도(蘇塗)같은 DMZ마저 무참히 파괴하면서 설치된 평화의 상징물로 평화를 이야기할 것인가? 두루미들이 다 떠나고 난 뒤에 막대한 복원비용을 들이면서 학이 다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지 않을지 염려를 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따금 재두루미 사이에 흑두루미 혹은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들이 보일 때가 있다. 이들은 월동하기 위해 남하하다가 가족을 잃은 미아다. 가족애가 강한 재두루미들이라도 미조가 발생하면 다른 가족이 입양해서 보호하고 안전하게 월동을 돕는다. 그런데 두루미는 한 번도 입양한 것을 보지 못했다. 이참에 재두루미를 더 흠모해 볼까나?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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