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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우리가 몰랐던 그의 이야기 2013년 12월호

영화리뷰 | <잡스(Jobs)>

우리가 몰랐던 그의 이야기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 ‘스티브 잡스’를 따라하는 게 잠시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의 독특한 프레젠테이션 화법, 면티와 청바지 등. 공식 자리에서 그의 모양새를 따라 면티와 청바지를 입어보려는 시도를 했다간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잖아?”란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렇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이기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누구 길래 그가 하는 기행에는 면죄부가 주어졌는가?

올해 개봉된 영화 <잡스(Jobs), 2013>는 그러한 스티브 잡스 보고서와 같은 영화로 영화적 매력보다는 인간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미국식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빛과 어둠의 일면을 보여준다.

평범한 청년이 IT영웅이 되기까지

그동안 스티브 잡스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도 무시 못 할 것이다. 혁신적 이미지의 CEO의 모습이라든지, 경영이나 기술개발에 인문학적 상상력과 관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점 등이다. 그래서 수많은 소장 CEO를 비롯해 창업을 꿈꾸는 경영학도들에게 잡스는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맨손의 월급쟁이에서 일약 세계적인 거부이자 CEO로 우뚝 섰으니 참으로 매력적인 존재로 비추어질 수밖에.

영화 <잡스>는 잡스의 대학시절부터 아이팟을 개발하며 애플의 제2전성기를 이끈 시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한 성공한 인간의 여러 극적인 인생역정을 사실적으로 전달한 편이다.

원래 스티브 잡스가 스크린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Pirates of Silicon Valley), 1999>이다. TV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 밸리 전쟁>이란 제목의 DVD로 국내에서 출시됐다. 여기에 애플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인 잡스와 빌 게이츠가 등장한다.

국내에 소개된 제목은 둘 간의 대결 정도로 전달되기 때문에 원작의 의도가 와닿지 않는다. 원작 제목은 성공신화를 이룬 두 거장을 현대판 ‘해적’으로 지칭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두 ‘해적’이 벌인 여러 가지 행각이 소상하게 소개된다.

영화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에는 잡스가 제록스의 GUI(Graphic User Interface)시스템을 도입한다든지 빌 게이츠가 애플의 매킨토시를 모방하고 그 밖에 중소기업에서 내놓은 신기술과 프로그램을 헐값에 사들여 재가공하여 세상에 내놓는 과정 등이 자세히 그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해적질’을 악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은 않다. 자칫 사장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을 발굴하고 잘 가공하여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바로 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천재성’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스가 잘 인용하는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한다.”는 피카소의 명언이 이 두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함축적인 말일 것이다. 잡스가 사망하기 얼마 전 삼성과 시작된 특허권 논쟁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보면 누가 더 잘 ‘도용’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티 안 나게 ‘발전적’으로 베끼는 도용이야 말로 혁신의 중요한 키워드인 셈이다.

‘발전적 도용’ 혁신의 중요한 키워드

하여간 처음 잡스의 얼굴을 사진을 통해 봤을 때 확 들어왔던 느낌은 ‘참 못되게 생겼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잡스의 일생을 봐도 인간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경영인으로서 이룬 엄청난 성공에 비해 일반적인 경영인 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타입이다. 괴짜에다 독불장군식 경영스타일, 게다가 애플 창업동지이자 오랜 동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에피소드를 보면 인간미도 많이 떨어지는 자발적 왕따 스타일이다.

말년에 팀워크를 강조하는 발언을 많이 했지만 어쨌든 자기밖에 모르는 아주 독특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설립한 애플사에서도 쫓겨나는 비애를 당했지만 다시 롤백해서 아이팟과 아이폰을 출시하며 애플사의 제2전성기를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 별로 호감 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잡스가 경영 및 기술혁신에 남긴 업적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좀 생뚱맞지만 언제쯤이나 우리 사회에도 MS사의 빌 게이츠나 영화 <소셜네트워크>로 알려진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등 ‘발전적 도용’의 천재 해적(?)들이 활개치는 날이 올까?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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