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잿빛도시, 변화의 빛 찾아드나? 2013년 12월호
북리뷰 | <국경을 걷다> 황재옥 지음
잿빛도시, 변화의 빛 찾아드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활기를 잃어버린 북한, 최근의 모습은 어떠할까? 전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북한 전문가들이 답사 드림팀을 구성하여 압록강 하구 단둥에서부터 두만강 하구 방천까지 1376.5km의 여정으로 그들의 삶을 엿본다. 북한 연구자들에게 이만큼 설레는 발걸음이 또 있을까? 특히 요즘처럼 남북 교류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우리에게 이 여정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저자는 8박9일간의 답사를 꼼꼼하게 기록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함께 북·중 접경지역을 동행할 수 있도록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는 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사회에 알려진 북한의 인권 유린, 끊이지 않는 탈북 행렬과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사회에 대한 증언 등은 잿빛으로 드리워진 북한의 실상을 연상케 한다. 이미 사회주의의 낙원은 특권층 일부에게만 주어진 꿈으로 변질된 지 오래인 듯하다.
하지만 <국경을 걷다>를 통해 감지되는 것은 북한의 ‘변화’이다. 물론 아직 직접적인 개혁·개방을 표방하거나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작게나마 북한에 드리우는 희망을 찾는다. 중국과의 접경지역 경제는 교류를 통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점, 주민들의 생활 형편 또한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강 건너 보이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예전보다 건강해보이며 한층 밝아진 옷차림에서 조금이나마 생기를 느낄 수 있다. 어둡던 도시에 빛이 들고 점차 채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북한이 개혁·개방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고 스스로 ‘전환’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지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고 말한다.
北, 변화 조짐 감지 … 中, 변방 투자 본격화
저자가 접경지역에서 감지한 또 다른 변화는 중국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통일 이후 접경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공고하게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실은 이미 학문적 단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발해와 고구려 역사 일부를 이미 그들의 역사로 편입하고 있었고, 백두산은 중국의 관광 상품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또한 수시로 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국경을 오가면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은 중국에 헐값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남북교류의 경색으로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들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중국은 변방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었다.
이 책은 북한 전문가의 접경지대 르포답게 일반인들이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대목을 짚어주고, 역사·지리, 북·중 정치·외교·경제 현안에 대한 배경 지식과 분석도 곁들이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답사 시기가 2012년 8월이라는 점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적 효과, 향후 전망 등의 평가와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답사 후 1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그때와 다르게 또 변했을 것이다.
회색이 짙은 북한의 모습이 색을 가진 곳으로 변화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이번 주는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북·중 접경지역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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