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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인분은 쌀, 쌀은 공산주의” 2012년 5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

 “인분은 쌀, 쌀은 공산주의”

올해 들어 북한에서는 봄철을 맞아 집집마다 인분 2t씩을 내라고 지시했다 한다. 농사는 천하지대본이고 쌀은 공산주의라며 그와 같은 과제를 안기는데, 사실 주민들로서는 이게 참 골치 아픈 과제다. 하지 않으면 비판하고 사상투쟁 무대에 세워 난리를 치니 하지 않고선 배겨날 수 없다. 필자가 북한을 떠나온 지도 이젠 7년 세월이 흘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으니 벌써부터 눈앞에 환한 그림이 그려진다.

온 겨울 부지런을 떨어 개똥, 돼지똥, 인분을 보이는 대로 집에 모아 두는데 이게 아지랑이가 피면 녹고 용을 쓰면 그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2t의 인분은 사실 적은 양이 아니다. 글쎄 어느 지정된 몇몇 집이라면 어려울 게 없지만 전민에게 떨어진 과제이니 그 원천이 문제다.

“집집마다 2t씩 내라!”

아파트 마을엔 정해놓은 마당이 협소해 오솔길처럼 다니는 길만 내놓고 주욱 펴서 긴 장대기로 표시해 놓고 말리는데 그것도 도둑질해 가는 사람이 많아 다 마를 때까지 경비를 서야한다. 직장은 직장대로 가두, 학교, 어디할 것 없이 인분을 모으러 다닌다.

꽃피는 봄이 아닌 인분 냄새가 진동하는 봄이다. 하지만 그 냄새를 꽃향기처럼 기분 좋게 마셔야 한다. 더럽다고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밥 먹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사상이 나쁜 사람이다. 5월이면 따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공동변소는 늘 깨끗하다. 뒤를 보면 떨어지는 대로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퍼가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느 날 공동변소에 가보니 예닐곱 살 되는 애 둘이 싸우고 있었다. 안에서 어떤 사람이 한창 ‘끙끙’ 하는데 내가 먼저 왔으니 저건 내거라고 으르릉 거리며 싸운다. 아빠가 만들어 주었는지 손에는 자그맣게 만든 장대가 달린 바가지를 들고 말이다. 애들까지 거름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피씩 웃음이 나서 싸우지 말라고 점잖게 이르니 ‘씩’ 하고 눈을 흘긴다. ‘네가 뭐냐’는 식이다. 애들도 지는 게 싫어서 꼭 제 고집대로만 하려 하는데 그대로 놔두면 인분을 뜨면서 싸우게 된다. 그런데 인분을 가지고 싸운다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인분이 정말로 쌀로 보이는지 막 쥐어뿌리면서 싸우기 때문이다.

“아저씨 많이 싸야 돼요”

누구나 봄에 공동변소에 가면 꼭 장대 달린 바가지를 가지고 갔다. 필자도 그랬다. 그래야 자신이 본 것을 퍼가지고 올 수 있다. 그런데 그때 안에 들어간 사람은 지나가다 들어간 사람인지 바깥에 바가지가 없었다. 그걸 어느새 알고 꼬맹이 둘이 지켜 선 것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필자는 애들을 얼렸다. 눈앞에서 무얼 쥐어뿌리며 싸우는 꼴을 보기 싫어서다. 먼저 온 애가 저걸 담아가고 다음 애는 내 것을 가져가라고 해서야 둘 다 긴장을 풀며 해시시 웃었다.

천천히 들어가 앉았는데 남아 있는 놈이 한마디 했다. “아저씨 많이 싸야 돼요.” “오냐, 알았다.” “저 놈은 바가지 꼴깍 채워 가지고 갔단 말예요, 작게만 싸 봐, 씨.” 아무튼 필자는 그 날 그 꼬맹이 때문에 큰 손해를 보았다.

날이 어두우면 사람들은 절대 변소에 가지 않는다. 어두워서 제가 본 인분을 풀 수 없어서다. 그래서 아예 마당에서 자리잡고 앉는다. 그런데 조심할 것이 있다. 북에서는 개를 놓아기르는데 이 개가 문제다. 몹시 굶주려 있어서 땅에 닿는 대로 후다닥 먹어치운다. 남편이 앉으면 아내가 뒤에 지켜서 있고 아내가 볼 일을 보면 남편이 지켜 선다. 개는 요동치며 틈을 노리기 때문에 그걸 꽉 붙들고 있기란 참 힘에 부친다.

이젠 이런 놀음이 올해까지 17년 쯤 되는가. 1995년부터 인분과제가 일인당 과제로 떨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부족한 식량이 풍족해질 수 있을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정부는 신문·방송매체를 전부 동원해 선전한다. “쌀은 곧 공산주의, 쌀 생산의 기본은 질 좋은 거름이다, 모두다 당의 제시한 인분과제수행에로!”

예컨대 인분도 영양가가 풍부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질 좋게 나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구촌 농사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오늘의 글로벌 시대에 어떻게 해야 먹고 사는지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올 한해 식량부족으로 또다시 허리띠를 조여매야 하는 북한주민들이 참으로 안쓰럽다.

이지영/ 계간<북녘마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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