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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에 아동인권? 없다…아동인권 ‘법’만 있다 2012년 5월호

<연간기획> 북한인권을 말한다

북한에 아동인권? 없다…아동인권 ‘법’만 있다

영하 13도의 혹한 추위가 엄습한 지난 12월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상기간에 어린 유치원생들이 “동화책을 손에 쥐고 … 김 위원장 태양상에 머리숙여 인사드리고 목놓아 울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조선중앙TV> 역시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아버지를 부르며 울고 있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하였다. 일부 어린이들은 얄팍한 외투만을 걸친 채 옆에서 울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훔쳐보며 눈치를 보는 모습도 보였다.

6세미만 45%가 만성영양장애

김정일을 아버지 혹은 ‘태양’으로 숭배하며 애도한다는 북한의 아동들은 과연 어떤 인권현실에서 살고 있을까?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이행에 대한 2차 보고서」에서 북한당국은 ‘제일 좋은 것을 어린이들에게’라는 원칙을 시행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를 총명하고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전반적으로 11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모든 학생들에 대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취학 전 어린이 전원을 탁아소와 유치원에 유치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어린이보호교양법(1999), 교육법(1999), 의료법(1997), 전염병예방법(1997), 가족법(1993), 민법(1999) 등에서 아동의 건강, 위생, 생존 및 발전과 같은 다양한 어린이 보호정책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가정환경을 상실하거나 나쁜 조건에 있는 어린이에 대해 특별보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 헌법 제72조에 따라 생계수단이 없는 어린이들은 물질적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어린이보호교양법 제18조에는 국가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보육원과 애육원(고아원)에서 돌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 규정과 제도 정비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 이래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화됨에 따라 북한 아동들의 삶의 환경은 매우 열악해졌으며 삶의 질도 크게 저하되었다. 식량난으로 인해 지금 북한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계층은 노인과 어린이들이다.

특히 식량부족으로 먹지 못해 굶주리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아동들의 생존권이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 굶주림에 찌든 채 땅바닥에 떨어진 국수조각을 주워 먹는 어린 꽃제비의 모습과 참상이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북한당국은 대개 가족해체로 걸식을 하는 어린 꽃제비 아동들을 전문수용시설에 사실상 감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족이 있는 아동들의 영양결핍 혹은 영양부족도 일반화 되어 있다. 2002년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당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어린이 영양실태 조사에서 조사 표본 6,000명의 아동들 가운데 20.15%가 저체중, 39.22%가 만성영양장애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2009년 발간된 UNICEF 보고서에는 2003~2008년 기간에 6세 미만의 어린이 23%가 저체중, 9%가 급성영양장애, 45%가 만성영양장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아동 관련 인권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아동들에게 더욱 절망적인 것은 북한이 선전하는 무상교육 및 교육보호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도자 우상화와 정치사상 위주의 교육, 조직생활, 의무노동 및 군사훈련 등으로 북한의 학교는 사실상 교육시설이 아니라 병영집체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출신 성분과 당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선별적인 대학 진학은 이제 막대한 뇌물을 주고 들어가는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공교육 지원제도의 붕괴로 인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과 노력동원, 각종 잡부금품 모금 등으로 북한의 무상교육 제도는 이미 종말을 고한 지 오래다. 돈이 있어야 운동선수가 되고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북한 교육의 현실이다.

“도둑질해서라도 학교가고 싶어요”

국제사회는 1990년 아동권리협약을 제정하고 협약가입국에 대해서 만 18세 미만 아동의 취약한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협약은 2010년 5월 5일까지 193개국이 비준하여 가장 많은 국가들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이다. 북한은 1990년 9월 21일 동 조약을 비준하여 지금까지 아동기본권 보호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세 차례 제출하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바 있다.

2009년 북한 아동인권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루시 스미스(노르웨이)와 프리드리히 크라프만(독일) 심의위원은 북한의 2007년 국가보고서의 투명성 부족 및 내용 부실을 지적하고, 북한의 여아와 장애아동, 탈북했다가 송환된 사람들의 자녀 등에 대한 차별, 국방예산에 비해 아동예산의 상대적 경시 문제 등을 따진 바 있다. 한편 북한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아동노동 착취, 16세 전후 아동들의 군복무, 정치범수용소 등 수감시설에서 출생한 아동 처우, 장애아동 처우, 아편재배 동원 등과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아동권리협약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 아동의 네 가지 기본권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생명을 유지하여 최상의 건강과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를 아동의 생존권으로 중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가 아동들에게 건강, 음식, 깨끗한 물, 교육, 안전한 장소 등을 제공할 의무와 책임이 명시되어 있다.

북한이 최근 실패한 장거리 로켓발사에는 8억5천만달러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한 북한 아동이 쓴 수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학교에 가고 싶어요.” 지금 북한에서 평양과 일부 특수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학교들은 교과서도 제대로 공급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학생들은 농촌지원, 군사훈련에 동원되기 일쑤이고 고철 줍기, 퇴비생산 등으로 국가경제에 이용당하는 상황이다. 또 교사나 학생 모두 생계를 위해서 장마당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하기에 앞서 국제아동규약에 명시된 국가의 아동보호 책무를 제대로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이원웅/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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