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공식 출범한 김정은 체제…’장성택 맨’ 대거 부상 2012년 5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공식 출범한 김정은 체제…’장성택 맨’ 대거 부상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17일 은하수인민극장 개관공연을 생중계한 가운데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가장 오른쪽) 등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4월을 수놓았던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는 외양상 후계자 김정은의 승계작업 마무리였지만 내면적으로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체제의 수립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차수 칭호를 받은 데 이어 최근 군부 내 최고직책으로 꼽히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사회주의의 특성상 군에서도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인이던 최 비서가 사실상 군부 최고 실세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1950년생인 최룡해는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활동을 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으로, 부족한 군부 경력을 부친의 후광으로 메울 것으로 보인다.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은 항일무장투쟁 시절 동북항일연군에서 김일성 주석보다 잘 나가던 군인이었지만 해방 후 빨치산을 이끌고 김 주석 앞에 고개를 숙였던 북한군의 전설이다.
그는 1998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 재직 당시 비리사건에 연루돼 평양시 상하수도관리소 당비서로 밀려났다가 2003년 8월 당 총무부 부부장으로 복권됐으며 당시 처형될 수도 있었지만 장 부위원장의 도움으로 구명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총정치국장에 최룡해 … 장성택 군부 영향력 보완
또 장 부위원장이 2004년 초 ‘분파행위’ 혐의로 업무정지될 때 함께 공직에서 밀려났다가 재기한 장 부위원장에 의해 2006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로 부활했다. 최 비서가 군 총정치국장이 됨으로써 당에 비해 군부에 영향력이 부족한 장 부위원장의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여겨볼 또 하나의 인사는 1987년 리진수 사망 이후 공석이었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김원홍 군 총정치국 부국장이 임명된 사실이다. 1945년생인 김원홍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인민군 보위사령부 사령관으로 오랫동안 정보업무에 종사했다. 그는 장 부위원장의 천거로 2010년 2월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수행했다.
장 부위원장은 측근으로 알려진 리명수 인민보안부장에 이어 김원홍을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함으로써 공안통치를 근간으로 하는 북한사회에서 공안기관을 움켜쥐게 됐다. 특히 그동안 장성택 부위원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우동측 보위부 수석 부부장, 김창섭 정치국장 등이 물을 먹게 됨으로써 더 이상 보위부에는 장 부위원장을 견제할 인물이 없게 된 셈이다.
또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장성택 부위원장 자신이 당 정치국 위원이 됐을 뿐 아니라 장 부위원장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김원홍과 리명수도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위원에 올랐으며, 리명수는 당중앙군사위 위원에도 이름을 새로 올렸다.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부장, 리명수 부장은 국방위원에 새로 올랐으며 우동측 부부장은 국방위원에서도 탈락했다.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위 위원에만 이름을 올렸던 오극렬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다. 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직도 유지했다. 오 부위원장은 그동안 부족한 장 부위원장의 군부 내 리더십을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져 왔던 만큼 앞으로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 중의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당 부장이 당비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북한에서 비서는 대부분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 비서가 어떤 업무를 담당할지가 주목된다.
김 비서가 당 경공업부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경제분야에 밝아서라기보다는 부담없는 부서를 맡긴 것을 감안하면 경제쪽 비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겸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직담당 비서를 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직비서로서 남편인 장 부위원장을 돕는 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
‘7·1조치’ 선봉장 박봉주, 노동당 부장 승진
경제분야의 ‘장성택 맨’으로 통하는 박봉주 전 내각 총리는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부장으로 승진했다. 2003년 9월 내각총리에 오른 박봉주 부장은 임금 및 물가 현실화,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 식량과 생필품 배급제의 단계적 축소 등을 골자로 한 2002년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앞장서 추진하다 당과 군부 실력자들의 견제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 6월 자금전용 혐의로 ‘40일 직무정지’에 처했다가 이듬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총리직에서 해임된 뒤 평안남도 소재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행정책임자)으로 내려갔다. 박봉주는 2010년께 복권되면서 다시 중앙무대에 진출해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가 부장으로 있는 노동당 경공업부에 자리를 잡았다.
김경희 부장이 주로 김 위원장의 공식활동을 수행하느라 업무를 직접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1부부장인 박봉주가 사실상 김 부장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박 부장은 2002년 북한 경제시찰단 단장으로 장성택 부위원장과 함께 남한을 다녀가기도 하는 등 장 부위원장과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에서는 오랫동안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인민군 고위간부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었으며 최근까지 국방위 정치부장을 역임했던 현철해가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인민군 차수, 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위원 등 명예직만 차지하고 행정직인 인민무력부 후방총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그동안 북한 군부의 핵심으로 알려졌던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당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노동당의 군사부장이나 민방위부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전 부장은 앞으로 원로 대우를 받는 정도에서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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