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과학기술강국 과학기술, 불균형·기형적 발전과 낙후성 심화 2012년 5월호
특집| 김정은 체제 출범… 강성대국은?
과학기술, 불균형·기형적 발전과 낙후성 심화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0만명이 넘는 군중 앞에서 20분간 연설문을 낭독하면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날 연설에서 주목한 것은 김정일 체제가 출범하면서 국가발전의 비전으로 내세웠던 2012년 ‘강성대국’, 특히 ‘경제강국’ 진입 선포 여부였다.
북한은 1999년 1월 1일 “올해를 강성대국 건설의 위대한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제목의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강성대국 건설’의 국가목표를 공식화했다. 강성대국 건설은 ‘주체의 사회주의국가 고수’, ‘정치·사상강국 건설’, ‘선군의 군사강국 건설’, ‘과학기술의 경제강국 건설’로 요약된다.
따라서 북한은 ‘과학기술의 경제강국’건설을 목표로 1999년을 ‘과학의 해’로 정하고 과학기술중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과학기술중시’를 ‘사상중시’와 ‘총대중시’와 함께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과학기술중시 사상을 북한의 과학기술을 최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에 올려 세우기 위한 대담하고 통이 큰 ‘과학혁명’으로 정의했다.
북한이 과학중시 사상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과학기술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경제강국’ 건설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곧 과학기술강국’이며, 경제강국 건설과 군사강국 건설도 과학기술 발전에 달려 있다고 보고 과학기술중시 정책을 강성대국 건설의 ‘전략적 노선’으로 삼았던 것이다.
IT중심 ‘단번도약 전략’, 현실적 한계 직면
김정일의 과학기술중시 정책의 핵심은 ‘선진 과학기술의 적극적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맞는 선진 과학기술을 주체적 입장에서 도입·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기술혁신을 실현함으로써 경제회복, 나아가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북한은 대외 안보환경의 변화, 최고 지도자의 관심 이동 그리고 동원 가능한 내부예비자원 등의 제한적 여건 속에서 ‘선택과 집중전략’에 따라 집중적 투자·육성 부문을 달리해가며 과학기술정책을 국면전환과 주민결속에 활용해왔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산업현장의 정보화를 통해 생산공정의 자동화와 현대화를 실현하고 생산능력을 높이고자 하였다. 2000년 5월 김정일이 18년 만의 방중 일정으로 중국의 실리콘벨리인 베이징의 중관춘을 시찰한 이후, 2001년 북한은 연일 “21세기=정보산업시대”, “첨단과학기술=컴퓨터산업” 등으로 등식화하며 모든 경제부문의 정보화 없이는 강성대국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IT산업 육성을 경제회복을 위한 ‘단번도약’의 중심고리로 삼고 각종 과학기술 전시회, 정보화 연구토론회, 언론선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IT산업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국방공업 등 첨단산업 집중 … 산업구조 왜곡
김정일의 의지와 집중투자 결과, 조선컴퓨터센터 등 10여 개 기관에서 170여 종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북한의 IT산업이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다. 체질진단, 바둑, 지문감식과 음성인식 등 일부 소프트웨어 제품은 일본, 중국,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할 정도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소프트웨어 개발부문에서의 비교우위 전략으로 경제회생을 시도한 ‘단번도약 전략’은 바세나르 체제의 구속, 기술의 상업화 능력 부족과 수출시장에서의 마케팅 능력 결여 등으로 곧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2002년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이래 급격히 악화된 대외 안보정세의 영향으로 ‘국방공업 우선발전, 경공업·농업 동시발전’의 ‘선군시대 경제건설 노선’이 추진되었다. 국방공업 우선발전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의해 중공업 전 부문의 발전을 광범위하게 꾀할 수 없는 만큼, 국방공업 발전에만 주력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공업의 강조는 과학기술중시 정책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국방공업의 강화는 군수산업에 대한 인력과 물자의 투입증가로 인해 단절적 기술체제를 더욱 심화시켜 과학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북한은 특수한 형태의 첨단기술 개발을 요구하는 소수의 특정 산업부문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산업구조를 왜곡해왔다.
셋째, 2006년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4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과학기술중시 노선’이 주요 핵심의제로 채택되었다. 과학기술계의 전년도 사업평가에서 박봉주 내각총리는 과학연구 사업과 선진 과학기술 도입에 집중하여 국가중점 대상을 비롯한 1,050여 건의 과학기술발전 계획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진행 중인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에 이어 차기 5개년 계획(2008~2012)을, 그리고 2022년까지 국가기술발전 전략을 수립하여 과학기술부문을 체계적·획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적 포부를 제시했다.
그러나 농업분야 12.2%, 전력·석탄·금속공업·철도운수의 4대 선행분야 9.6%의 예산 증액률과 비교할 때 과학기술 분야는 3.1%로 소폭 증액시키는 데 그쳤다. 또한 과학기술발전 분야로 IT, BT, NT 및 우주항공, 해양과학 등 최첨단 분야가 총망라되고 있어 북한과 같은 최빈국·저개발 국가가 이를 단기간에 자력으로 육성하여 경제건설에 활용하려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북한은 제3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2008~ 2012)을 폐기하고 새로운 3개년 단기계획(2010~2012)을 설정해 ‘먹고 사는 문제’와 에너지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넷째, 북한은 2009년 이래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인민생활의 결정적 전환’을 위해 인민경제의 현대화와 정보화를 실현하고,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 생산과 평양방직기계공장, 구성공작기계공장,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희천연하기계연합기업소 등에서 생산공정의 CNC화 등의 기술혁신 성과를 거두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 쌓기’의 일환으로 CNC가 대북제재 하에서 100% 자체의 기술과 지혜로 설계·제작된 ‘주체과학’과 ‘주체기술’의 새로운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성능형의 최첨단 CNC 설비인 ‘9축선삭가공중심반’을 개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동차공업, 선박공업, 우주 및 항공공업 등 공업 전반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튼튼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력·부품·자본 부족 … CNC 확대보급 어려워
그러나 김정일이 제3차 핵실험 성공보다 더 큰 성과로 자랑한 주체철과 주체비날론, 주체비료 등은 모두 부족한 석탄을 그 원료와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고, 전력과 석탄에너지 부족은 화학산업에서 전해로를 통한 카바이드 생산, 제철산업에서 초고전력전기로 이용 등 에너지 다소비의 산업구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기계공업의 CNC화 추진 역시 전력과 고성능 부품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력 결여에 의해 지속적인 CNC의 확대·보급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북한은 산업계와 생산현장에서의 기술혁신과 국방관련 연구개발 등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노선과 폐쇄주의 경제정책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하고, 당면한 기술적 문제해결에만 급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재건의 실패는 물론, 과학기술의 낙후성과 불균형적·기형적 발전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과학기술강국’ 건설 목표는 요원하기만 하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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