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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당 창건 70년 계기 … 북․중 관계개선 물꼬 트나? 2015년 11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당 창건 70년 계기 중 관계개선 물꼬 트나?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년. 내외의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북한은 작년 초부터 거의 2년 가까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 행사가 당의 영도력을 강화할 계기가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예년에 비해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고 ‘내부 결속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0월 10일 오후 열린 대규모 열병식과 청년들의 횃불 행진. 당일 오전 평양에 내린 비로 오후로 늦춰진 열병식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연설에 이어 분열 행진이 진행됐다. 소형화 핵탄두를 탑재했다는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300㎜ 신형 방사포가 처음 공개됐고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핵배낭’ 마크 보병부대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밤에는 청년들의 횃불 행진이 평양 거리를 채우면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혔고 축포가 하늘을 수놓았다.

이튿날인 11일에는 대동강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수상무대에 만수대예술단, 보천보전자악단,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해 군대와 사회의 예술단체, 예술교육기관 창작가, 예술인, 교원, 학생 등 1만명이 올라 ‘위대한 당, 찬란한 조선’이란 타이틀로 공연을 펼쳤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전후해 외부에서 우려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의 군사적 도발은 감행하지 않아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악화되는 불상사는 피했다.

김정은 육성연설 인민·군대·청년중시 3대 전략 제시

 

김 제1위원장은 열병식 육성 연설을 통해 ‘인민중시·군대중시·청년중시’라는 3대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25분 분량의 연설 가운데 ‘인민’이라는 용어를 90여 회 사용해 시선을 끌었다. 김 제1위원장은 열병식에 앞서 10월 4일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노동신문>에 발표한 ‘노작’(일종의 논문)에서도 “인민을 하늘 같이 여겨야 한다.”며 인민을 무시하는 세도주의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일 것을 주문했다.

북한은 앞서 9월 25일 전체 군인 장병과 근로자, 연금·보조금·장학금을 받는 모든 대상자에게 월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격려금 성격의 특별상금은 군인과 현재 직장을 다니는 주민은 물론 대학생과 연금을 받는 은퇴자,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자 같은 무직자까지 사실상 모든 성인(고등학생 이하 제외)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전체 주민과 군인들에게 월급을 기준으로 특별 격려금을 일괄 지급한 것은 정권 수립 이래 처음이다. 그러나 주요 기념일에 이뤄지는 고위 인사들에 대한 훈장 수여나 군 장성에 대한 승진 인사 등은 이번에 없었다. 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권력 상층부에 대한 재편을 통해 권력을 공고하게 한 만큼 인민중시 정책을 통해 민생을 챙기고 민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가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민심잡기에 주력했다면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열병식 내내 바로 옆에 있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담소를 나누며 각별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중국 국가 서열 5위인 류 상무위원은 방북 첫날인 10월 9일 김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사실상 시 주석의 특사 역할을 수행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북한과 긴밀한 소통, 심화된 협력, 건전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8일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력 5위 류윈산 방북 김정은, 관계개선 의지 피력

 

김 제1위원장은 류 상무위원에게 “조·중(북·중) 관계는 단순한 이웃 관계가 아니라 피로써 맺어진 친선의 전통에 뿌리를 둔 전략적 관계이고 김일성·김정일 선대 지도자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이라며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하고 빛내어야 한다.”며 북·중관계 경색에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뒤 “앞으로는 조·중 친선이 쌍방의 노력에 의해 더욱 힘 있게 과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중 지도자들의 이 같은 관계개선 시도는 2년째 지속된 양국 간 경색 국면이 자국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김 제1위원장도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6·25전쟁에 참가했던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시하고 화환을 보낸 데 이어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중국 전승절 행사에 파견하면서 관계개선 움직임을 조금씩 내보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이 류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함에 따라 일단 양국 간에 관계개선의 물꼬는 트인 셈이다. 앞으로 양국은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고 지지부진했던 정부 차원의 경제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다면적인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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