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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 TPP 탄생하다! 2015년 11월호

포커스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 TPP 탄생하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이 타결됐다. 실제 발효까지는 국내 비준을 비롯해 중요한 절차들이 여럿 남아 있지만, 미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거대 경제블록이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TPP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브루나이,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등 태평양 연안 4개국이 자신들의 약점, 즉 네 나라를 모두 합해도 전 세계 GDP의 1%에 못 미치는 작은 경제 규모와 천연가스, 농축산업, 구리, 서비스업 등 특정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된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출범시킨 ‘P4(Pacific 4)’가 TPP의 전신이다.

최대수혜자는 일본?

 

출범 후에도 한 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P4는 2008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교두보를 찾던 미국이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TPP로 이름을 바꿨고, 통합과 개방 범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였다. 이후 호주, 페루, 베트남 등이 연이어 가입했고,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를 뒤따라 2013년에 일본이 참가를 선언하면서 12개 협상국 체제가 갖춰졌다.

그 후에도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중 FTA가 타결되고,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함께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말 하와이 협상 결렬로 잠시 부정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10월 1일로 잡혀 있던 폐막 일정을 세 차례나 연장하면서 힘겹게 타결에 성공했다.

TPP 타결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이후 대세로 자리잡아온 두 나라 사이의 자유무역협정, 즉 양자간 FTA가 다자간 FTA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도 ASEAN, NAFTA, EU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경제블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국경을 맞대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해외직접투자 증가를 비롯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물류 비용 하락, 제조업의 소프트화 등으로 국가 간 생산분업이 확대되고 글로벌가치사슬이 복잡해지면서 TPP처럼 거리가 멀고 이질적인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들끼리도 경제통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번 TPP 타결의 최대 수혜자가 일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미 FTA 이후 일본 통상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던 미국과의 FTA 체결을 성사시켰다는 점도 의미가 크지만, 일본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활발했던 베트남과 페루, 멕시코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글로벌 생산 분업 네트워크까지 덤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한 미국 등 12개국 대표단이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협상 타결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한 미국 등 12개국 대표단이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협상 타결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우리가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일본, 베트남 등 TPP 회원국들에게 미국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 한·미 FTA를 통해 누려온 상대적 우위를 더 이상 향유할 수 없고, TPP 회원국들이 서로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생산분업 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우리 기업들에게는 부담이다.

상품시장 개방은 큰 부담이 안되겠지만 혁신적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명분으로 회원국들의 관련 제도 정비와 정부 개입 금지 등을 강제할 경우, 우리 사회가 그와 같은 요구를 감당 가능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경제와 산업의 미래 모습에 대한 신중한 밑그림이 필요하다. TPP가 지향하는 시장 개방은 개방에서 제외할 상품이나 서비스만을 언급하고, 그 리스트에 없으면 모두 열어야 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향후 우리 산업과 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과의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공동입장 검토해야

 

TPP의 향후 전망과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TPP 12개 회원국의 비준 및 발효 전망이다. 협상 타결을 계기로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공이 넘어간 만큼 얼마든지 사정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지적재산권 관련 논란이 예상되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준 과정에서 농업이나 공기업 관련 조항 때문에 적잖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추가 가입국에 대한 승인 절차 등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이와 관련된 TPP 차원의 공식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TPP 추가 참여를 원하는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 공동 입장을 취하는 것도 검토 해볼만하다.

셋째, 중국의 변화와 대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이 현 시점에서 TPP를 앞세운 미국과 일본을 배제한 채 나머지 국가들과 독자적인 블록을 형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중국 중심의 경제블록 형성을 서두를지, 아니면 TPP에 동참할지를 결정해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미국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럽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제조업을 강조하는 독일과 금융 중심의 영·미 경제가 충돌할 때도 많았음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위 네 가지에 비춰볼 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아직 비공개인 TPP 협정문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부분을, 얼만큼 개방할지도 모른 채 막연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전략적 실효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회원국 숫자가 많고 각국마다 순조로운 비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TPP 실제 발효까지는 아직 1~2년 정도 시간이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TPP 참여 여부를 섣불리 결정하기보다는 국내외 상황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조심스레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김형주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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