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정착교육의 시작이죠” 김창명 굿피플 인터내셔널 회장 2012년 7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정착교육의 시작이죠” 김창명 굿피플 인터내셔널 회장
자유시민대학 설립 계기는?
1990년대 말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자본주의 경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죠. 또 문화 차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 이질감들로 인해 내면적 상처를 많이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1999년부터 굿피플이 북한이탈주민에게 생활지원을 시작하는 것과 때맞춰 굿피플대학을 개교했고요. 2002년에는 자유시민대학으로 개명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죠.
당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단순한 생활 지원을 넘어 정착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고민하던 때였어요. ‘단순한 생활지원만으로는 언젠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당시 큰 과제였고, 결국 ‘낚시하는 법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 정착교육의 시작이자 기본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자유시민대학의 교육프로그램은?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내 성공적 정착을 위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전인적 종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교육기간은 총 8개월 과정이고요. 최초 6개월은 기초적응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2개월은 심화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초적응 교육기간에는 인성, 신앙, 한국사회 이해, 구직능력 향상, 창업기초 교육을 하고 심화교육 기간에는 취업과 창업의 심화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취업교육은 교육생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이해하고, 경제자립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취업준비에서 직장적응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요. 창업 교육은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이론 및 실무교육과 실제 창업에 이르는 과정까지 협력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취·창업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졸업 후 성공률을 보면 대략 61% 정도 됩니다. 학업이나 개인 사정으로 취업하지 않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70~80%정도가 취·창업에 성공하고 있죠. 교육의 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자유시민대학에서 진행하는 사업 하나하나가 다 귀하고 중요해요. 하지만 특별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업을 꼽으라면 ‘훼미리마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겠네요. 한국사회에서 창업으로 성공하기 힘든 북한이탈주민에게 훼미리마트 창업을 지원하여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훼미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졸업생 점주들 모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또한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생각하고요.
훼미리마트 창업 지원, 처음부터 잘 될 것이라 예상했는지?
당연히 염려와 우려가 많았죠. 경험도 없고 자본금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어려움 역시 컸죠. 그래도 이러한 난관을 잘 뚫고 첫 스타트 1호점이 성공적으로 창업되어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거든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여기에 용기를 얻어서 2호점, 3호점을 잇달아 창업하며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24시 편의점이라는 아이템이 위험부담이 적고 안정적이죠. 수익성면에서도 불황 가운데서 잘 견딜 수 있는, 생활 필수품 위주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점주의 경험과 의지죠. 자유시민대학을 나와 편의점을 창업한 북한이탈주민 점주들이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큰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지껏 천천히 무난하게 수익을 내며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의 활동만으로는 전체 북한이탈주민 희망자들에게 이러한 기회가 충분히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정부를 포함해 관심있는 민간기업들이 함께 노력해 무이자 창업지원 시스템과 같은 체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어요.
졸업생의 취업방향은?
교육과정 중에 취업과 창업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와 안내를 받죠. 동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던 자매가 교과부 주무관으로 취업하기도 했어요. 재취업 교육분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에요. 그러나 졸업생 중심으로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해서 서로서로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재취업의 기회를 얻고 있는 셈이죠.
사람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북한이탈주민들의 취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생산직보다는 사무직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있거든요. 사실 자유시민대학 졸업생들을 보면 공장의 생산직으로 진로를 선택한 경우가 흔치는 않아요. 북쪽에서 상당한 엘리트층에 속했던 학생들이 많고 또 의식적으로 개방된 사람들이거든요. 관심분야를 전문직으로 돌릴 수 있게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이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교육 수요에 대응 가능하도록 교육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죠.
그래도 저희 자유시민대학 교직원들은 사회에 나가 성공적으로 정착을 한 졸업생이 찾아와 감사하다고 인사하면 그것처럼 보람있는 일도 없다고 해요. 어떤 날엔 교육과학기술부 주무관으로 취업한 졸업생이 찾아와 ‘잘 지내세요’라며 안부를 묻고, ‘그동안 힘들었는데 교육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러 오기도 하고요.
또 예전에 제과제빵학원에 다니던 자매가 있었는데 힘든 정착생활 중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학원을 졸업해서 조선호텔에 입사했답니다. 제과제빵 전문가의 꿈을 키우며 취업에 성공한 이야기를 전해줄 때도 참 기뻤습니다.
정부 유관기관에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다면?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취업이나 창업으로 사회에 내보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 즉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북한이탈주민들의 인생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유시민대학과 같은 민간단체들의 활성화가 추진되어야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민간기관에게까지 지원이 미치지는 못하고 있거든요. 자유시민대학의 오랜 교육경험과 노하우에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협력사업이 펼쳐진다면 지금보다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향후 비전과 계획은?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금방 빛이 나는 일은 아닙니다. 획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일도 아닐 수 있어요. 그럼에도 자유시민대학은 지난 12년 동안 묵묵히 이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곳을 거쳐간 북한이탈주민들, 그들의 현재 삶이 우리의 활동이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잖아요. 각 지방에도 자유시민대학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려들지 않고 지방에서도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기관을 설립, 충실한 교육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북한이탈주민들이 남북통합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귀중한 인재로 성장해야 하는데, 교육 서비스의 지역적 편차로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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