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돌아온 푸틴의 표트르 대제 따라잡기 2012년 8월호
북리뷰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 돌아온 푸틴의 표트르 대제 따라잡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를 근대화시킨 표트르 대제가 유럽 진출을 위해 건설한 도시다. 올해 대통령으로 돌아온 푸틴의 고향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하자 푸틴은 레닌의 초상화를 떼고 표트르 대제의 그림을 걸었다고 한다. 표트르처럼 “강한 러시아”를 꿈꾸는 푸틴은 21세기 러시아의 부활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통해 푸틴의 귀환과 러시아의 위상강화 전략을 살펴보자.
표트르가 군사력 증강을 토대로 러시아 제국을 건설했다면, 푸틴이 설계하고 있는 강한 러시아의 기초는 에너지 정책이다. 저자는 탈냉전 후 국제세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석유, 가스라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러시아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통해 가스 수출시장을 다양화하고 가스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020년을 전후로 세계 천연가스 증가 수요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공동으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꾀하려는 ‘2020 러시아 에너지 전략’은 표트르의 서구화 정책에 견줄만한 푸틴의 동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의 “강한 러시아”, 핵심은 에너지 정책
그렇다면 푸틴의 동방 정책은 한반도의 외교안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푸틴 집권 후에도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에 천연가스를 공급,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한반도 외교의 지분을 확보하고자 한다. 북한이 소련 시절에 진 채무 110억달러 가운데 90%를 탕감해주고 나머지 10%를 북·러 공동 프로젝트 이행에 투자하기로 한 것도 사전 정지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가스관 사업에 있어서는 북한 변수로 인해 한국으로의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부담을 떠맡지 않으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러시아의 실용주의 국제정치 노선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러시아의 실용주의는 자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이익이 별로 없는 쪽을 가차 없이 대하는 반면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누구와도 얼마든지 협력이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2024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진 푸틴은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을 따라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도 러시아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할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의 실용주의 노선을 의식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 변수로 인한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치 환경이 동방 정책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 하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외교역량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한반도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더 나아가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한국이 러시아에게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윤인주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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