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8월 1일

영화리뷰 | ‘희망’은 ‘절망’을 뚫고 일어선다 2012년 8월호

영화리뷰

<다크 나이트 라이즈> ‘희망’은 ‘절망’을 뚫고 일어선다

CS_201208_66

요즘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인기다. 주로 1970~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꽃중년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성장기엔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동심을 일깨웠고 비슷한 동년배들은 이 드라마의 내용에 쉽게 동화된다. 로봇 태권V, 스파이더맨, 슈퍼맨, 그리고 배트맨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 이러한 만화 혹은 영화 속 히어로들은 매우 ‘올드’한 만화 캐릭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중 ‘스파이더맨옹(翁)’과 ‘배트맨옹(翁)’은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누가 더 정정한가를 두고 내기라도 하듯이 올 여름 극장가에 두 노(老)히어로가 맞붙었다. 필자는 두 편 다 봤지만 배트맨에 한 표 던지겠다. 물론 두 영화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지만 말이다.

고담시의 진정한 평화 이뤄가는 과정 담아
배트맨은 <디텍티브 코믹스>(1939년 5월)를 통해 처음으로 등장했다. 1935년생이니까 무려 73세다. 자선사업가이자 엄청난 유산의 상속자인 브루스 웨인(Bruce Wayne)이 박쥐의 복장을 입고 악당과 싸우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배트맨의 원작자인 밥 케인은 1930년대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슈퍼맨과는 차별성을 갖는 인간영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초능력도 없고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효율적인 무기체계로 악당들을 상대하는 ‘어둠의 기사’를 창조해 냈다. 우리가 일제 식민지 통치를 겪고 있을 시절에 미국은 이미 슈퍼맨과 배트맨이라는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켰으니 참으로 묘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사실 배트맨 원작 만화는 영화보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내용도 복잡하다. 하긴 70여 년이 넘는 짬밥이면 거의 대하서사시 수준 아닌가? 그래서 영화 배트맨은 이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 내용만 추려 단순화시킨 것이다.

만화 배트맨은 1989년 최초로 스크린에 구현되었다. 팀 버튼 감독에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 역을 맡았다. 그리고 3년만인 1992년 <배트맨 2(Batman Returns)>가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 여기까지가 영화 배트맨의 1기다. 팀 버튼 감독이 그려낸 배트맨은 우울하고 어두운 영상과 조커와 펭귄 등 기형적인 악당을 묘사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임으로써 어린이보다는 성인들에게 어울리는 철학적 사색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었다.

배트맨 2기는 죠엘 슈마허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 배트맨 역은 발 킬머와 조지 클루니가 차례로 맡았다. 이 영화는 그다지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사실상 만화 배트맨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의 한계만 확인시켜준 셈이었다.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2005년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를 시작으로 새로운 배트맨의 활약이 시작된다. 전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만화에서 구현된 스토리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배트맨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배트맨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놀란 감독과 베일 콤비는 2008년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를 통해 다시 뭉쳤다.

전편에서 조커역을 맡은 잭 니콜슨의 열연에 이어 히스 레저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이 인기를 끈 원인은 악역을 맡은 배우의 호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리고 2012년 7월 개봉 4일 만에 24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종결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가 개봉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무대는 고담시다. 사실 고담시는 실제 1930년대 당시 뉴욕의 별칭을 그대로 차용한 것. 마치 과거 서울을 한성이라 불렀듯이 말이다.

배트맨 vs 베인, 운명을 건 최후의 전투
영화는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잠적해버린 어둠의 기사가 8년 후, “배트맨 시리즈 사상 최강의 적”이라는 베인(톰 하디 분)의 등장과 함께 다시 복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베인과의 악연을 끊기 위한 사투가 진행되는데 ‘베인’은 사상 최강의 적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그다지 극악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작에서 활약한 조커의 괴기스러운 광기에 비하면 그냥 우악스러우면서 교활한 악당 정도의 이미지다. 영화 속에서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소요사태 등 몇 가지 장면은 사회풍자적 요소도 가미되었고 배트맨의 신무기로 등장하는 비행기와 바이크 등도 볼거리다. 그래도 역시 악당의 갑(甲)은 조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내가 배트맨 너 없이 뭘 하겠어? 너는, 나를 완전하게 해.”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