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8월 1일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 삼국시대 격전지…개성 송악산까지 볼 수 있어 2012년 8월호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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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격전지…개성 송악산까지 볼 수 있어

파주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임진강과 임진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파주에 대해 실향민이나 입대를 앞둔 장병들이 찾아가는 안보관광지쯤으로 생각한다. 매년 설이나 추석 때면 임진각을 찾아 제사를 지내는 노년의 실향민들이 방송에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파주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 됐으며, 많은 사람에게 그들만의 그곳이 됐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따라 북으로 내쳐 달려가다 보면 파주시 탄현면 도로변에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위치한다. 이곳은 신분증이 없어도,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으로 통일동산지구 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입장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오르면 1.2㎞, 20분 거리이다.
예나 지금이나 군사적 요충지 ‘오두산’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서울의 젖줄인 한강과 북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임진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해발 118m의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삼국사기>나 <고려사>에 나오는 오두산성터가 남아 있는 곳으로 문화재 지정 사적 351호로 예로부터의 군사적 요충지이다.

지금은 서부전선의 최북단으로 남과 북이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강 2㎞의 짧은 거리를 새들만이 넘나들뿐 반세기동안 왕래하지 못한 남북분단의 안타까운 현장이기도 하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800만 실향민의 염원 하에 지난 1992년 9월 8일 개관되었으며, 지상 5층에 지하 1층의 석조 건물로 북한전시실, 북한생활 체험장, 통일전시실, 전망대 등 민족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 안보 전시공간으로 태어났다. 지금까지 1,800만명 이상의 내·외국인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아 분단의 실상을 체험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띄는 것은 북한 땅을 등지고 서있는 고당 조만식 선생의 동상이다. 고당은 해방직후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졌을 때 북한에서 ‘자유민주’를 주장하다 1950년 10월 18일 평양에서 사살돼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자그만 키와 여윈 몸매의 고당 동상을 보고 있자니 그는 비록 떠났지만 아직도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될 것을 외치는 듯했다.

북한의 풍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 옥외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맑은 날엔 북한의 가정집과 개성의 송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어 관람객들은 비치된 고성능 망원경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또한 남북의 두 강을 어루만지며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그래서 일몰 때면 전망대 직원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퇴장을 늦추는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

현재는 물론, 삼국시대의 안보역사까지 체감

한편 오두산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촌로들에 의하면 멀리서 바라볼 때 “까마귀머리”와 같은 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두산(烏頭山)으로 불린다고 한다. 또한 오두산의 별칭은 오도성산(烏島城山), 구조산(鳩鳥山, 비둘기산) 등으로 불리고 있어, 새의 머리형상을 닮은 지형을 묘사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오두산성은 오두산 정상을 싸고 축성된 테뫼식 산성으로 광개토왕비문에 기록된 관미성(關彌城) 또는 각미성(閣彌城)으로 보기도 한다. 백제의 북방 전초기지였던 관미성은 병신전쟁(丙申戰爭, 396)에서 고구려 광개토왕의 수군에 함락됨으로써 백제의 국도인 하남 위례성이 포위되는 등 위기를 맞을 만큼 중요한 성이었다.

오두산성은 둘레가 2,072척(627m)의 석성(石城)과 호성석벽(護城石壁)의 토성을 갖추고 있는 특징을 한 산성이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통하여 계속 수축된 것으로 보인다. 오두산성은 한국전쟁 이후 거의 유실, 파손되었으나 1990년 9월부터 1991년 11월 사이의 발굴조사에서 규모가 밝혀지고,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걸친 토기, 백자, 청자, 기와, 철촉 등의 유물이 많이 나왔다.

또한 이 부근 일대에는 수백여 기의 고분이 산재되어 있는데 최근에 삼국시대의 왕관, 장경호 토기, 방추차 등이 발견됨에 따라 삼국시대의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역사적인 중요성을 갖는 오두산성은 현재의 통일전망대가 갖는 통일안보체험교육장으로서의 위상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즉 분단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오두산성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은 우리 시대 통일안보는 물론 삼국시대의 안보역사까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 /  박윤식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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