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 북한이 미국과 대립하는 이유는? 2012년 8월호
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이 미국과 대립하는 이유는?
북한은 냉전의 와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주의체제를 유지·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분야에 있어서는 냉전시대와 비교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기존의 외교방향을 크게 수정해 경제 중심의 실리외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기 북한의 외교목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최소목표로서 현존 북한체제의 유지 및 발전(‘공화국 북반부에서의 사회주의 건설 및 완전승리’)이다. 둘째, 최대목표로서 한반도공산화통일(‘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완수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공산주의사회화’)과 전세계공산화달성(‘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사회주의 승리’)이다. 이와 같이 냉전시기 북한은 ‘혁명’과 ‘해방’을 완수하는 것을 대외정책의 목표로 하고 있었다.
탈냉전기 북한 외교정책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붕괴라는 국제적 환경의 변화와 1991년 남북한 UN 동시가입 등 수세 국면 하에서 ‘실리외교’를 표방하며 고립 탈피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의 문제해결을 ‘중심고리’로 여겨
북한은 냉전기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지정학적·전략적 위치를 토대로 실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자주외교를 전개해 왔으나, 중·소 화해로 인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되자 유인외교(誘引外交)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미외교가 북한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인 1990년대 들어서이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전에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해 왔지만, 당시의 북한 주장은 대남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여건 조성에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대미접근은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체제유지를 위한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이 외교정책 수행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이른바 ‘중심고리론’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전반적으로 미국과의 문제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은 1993년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의 탈퇴를 선언하며 초강수의 벼랑끝 외교를 통해 미국을 압박해, 급기야 1994년 10월 21일 미국과의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북한은 제네바합의를 계기로 미국과 새로운 이해관계를 생산해 내고 이를 고리로 다양한 형태의 대미접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갈등적 대미외교는 체제생존전략 일환
북한은 또한 1994년 4월 외교부 성명을 통해 새로운 평화보장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을 미국 측에 제의한 데 이어, 1996년 2월에는 평화협정의 과도적 조치로서 잠정협정 체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6·25전쟁 당시 실종유해 발굴 및 송환요구에 협력하고, 1996년 4월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남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 개최제의를 수용하는 등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나름대로의 협상틀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1998년 8월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평안북도 대관군 금창리의 지하 핵의혹 시설에 관한 협상을 4차례 개최, 1999년 3월 북한이 미국 측의 복수 현장방문을 허용하는 대신 60만t의 식량을 제공받았고, 1999년 5월과 2000년 5월 미국의 현장방문단이 금창리터널을 2차례 조사함으로써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 용도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는 1999년 9월 북·미 베를린합의가 이뤄지자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를 일부 해제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북한 역시 미사일 유예입장을 밝힘으로써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이와 같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체제보장을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경제 및 외교 지원을 최대한 얻기 위해 핵위기 등으로 긴장과 갈등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북·미관계를 보면 북한의 대미외교형태는 강대국과 체제 동질적이거나 협력적 관계에 있는 약소국의 외교유형과는 다르다. 즉 북한의 대미외교는 약소국의 외교형태에서 적대적이며 갈등적인 관계에 있는 강대국 접근전략이다. 이에 미국은 세계적으로 비확산체제와 동북아와의 유대관계, 한국·일본과의 동맹 유지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의 적대적인 갈등 조성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와 신보수주의자들이 집권한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북한이 의도한 이른바 ‘대립과 긴장을 통한 관계개선’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교착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향후 북·미관계의 진전이 있더라도 그것은 과거 1990년대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김정일 정권의 외교전략에 대한 나쁜 기억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또한 시간은 북한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정리 /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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