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8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무상(無償)이란 말이 제일 무상(無常)해 2012년 8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무상(無償)이란 말이 제일 무상(無常)해

최근 서울시가 실시하는 학교 무상급식이 예산 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상급식이 표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아이들 밥그릇에 정치적 당리당략을 얹어 놓더니 끝내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 무상급식이 얼마 가지도 못하고 벌써 예산 타령을 할 정도라면 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아직 무상을 운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거용으로 밥그릇 소리를 냈으니 정말 한심하다. 그것도 부잣집 아이들까지 공짜로 밥을 줘? 부잣집 아이들이 공짜밥을 먹고 얼마나 맛있다 말하고 행복해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무상급식 바람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더 절실한 곳에 써야 할 재원이 모자란단다. 솔직히 대한민국에 아이들 밥값도 대지 못할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적어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에서 아이들이 끼니를 굶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니, 진심으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면 아이들이 살이 찐다고 걱정하는 나라에서 밥그릇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교육서비스 실현을 고민해야 옳다.

무상급식, 북한에서 평생 살며 받아본 적 없어

무상급식은 공산국가인 북한에도 없다. 필자가 기억하건대 북한에서 평생 살면서 무상급식을 받아본 적이 없다. 유치원에서 주는 점심밥은 공짜가 아니라 식권을 발급받아 먹었다. 식권은 부모가 직장에서 받은 배급표의 일부를 잘라 발급했다.

배급표는 일한 대가로 받은 것이다. 북한은 학교에서 밥을 주지 않는다. 점심밥은 집에 가서 먹어야 한다. 통학거리가 먼 시골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대학 기숙사생들도 배급표와 식비를 바친다. 공짜가 있었다면 탁아소 유치원에서 조금씩 주는 간식이다. 사탕 몇 알 아니면 과자 몇 개, 혹은 과일 한 알이다. 그나마도 경제가 악화되면서 현재는 줄 것이 없다. 학교에는 간식이 없다.

단, 평양시에서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간식으로 준 적이 있는데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되었다. 특별히 무상급식을 하는 곳이 있다면 특수교육 기관일 것이다. 예를 들면 전국에서 발굴된 어린 영재들을 데려다 해커로 양성하는 곳이다.

북한이 공산국가라고 하니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공짜가 많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무엇이나 균등 분배하는 줄 안다. 그런 인식 때문에 탈북자의 정착과정에 나타내는 문제점을 공짜 사회, 균등 분배 사회에서 살던 타성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공산국가 중에서 제일 공짜에 혼쭐난 사람이 북한 사람이며 국가의 보호를 제일 못 받고 살아본 사람도 북한 사람이다. 특히 탈북자의 대다수는 밑바닥에서 생계를 위해 별의별 고생을 다해본 사람이다.

탈북자가 공짜 사회에서 살던 습성 때문에 남한에 정착하기 어렵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새로 입국한 탈북자들 가운데는 강연을 하고 강사료를 받을 때 쑥스러워 얼굴이 붉어지며 눈길을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북에서 힘들게 일한 대가도 변변히 받아보지 못하고 살았는데 남한에 와서 말이나 좀 하고 돈을 받다니, 얼마나 놀랍고 어색하겠는가.

탈북자의 눈에는 오히려 남한 사람들 속에 공짜 근성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니까 무상급식으로 표를 모으려는 정치인도 생기는 거다. 탈북자들은 어렵게 살아도 자기 아이 공짜 밥 먹일 수 있는 무상급식 공약에 표를 찍지 않았다. 재벌들의 창고를 열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들을 수상하게 바라본다. 자기들도 서민인데 그렇다.

공산주의 분배원칙은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는 수요에 따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공산권 국가도 자기 나라를 공산주의 사회라고 부르지 않았다. 사회주의 사회라고 불렀다.

북한이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없앤 이유를 참작하면 공산주의 사회가 공산주의자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공산주의 분배원칙과 달리 사회주의 분배원칙은 “각자는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이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이다. 이것은 공짜나 균등 분배와 거리가 먼 구호이다.

무상으로 보육, 교육, 치료? … 체제유지 도구일 뿐

북한에 무상보육, 무료교육, 무상치료가 있었지만 그것은 체제유지를 위한 도구였고 주민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무상교육의 대가로 아이들은 세뇌교육과 아동학대에 시달려야 했고 무상치료의 대가로 주민들이 산을 헤매며 약초를 캐 바쳐야 했다.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가 밥값과 치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상을 자랑하다 피폐해진 북한을 생각하면 무상이라는 말보다 더 요상한 말이 어디 있을까 싶다. 물론 공정한 분배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겠지만 보편적 복지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나라 곳간을 거덜 내 나중에는 나눌 것마저 없게 할 것이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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