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北위협’, 도깨비 방망이 아니다” 2012년 8월호
쟁점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
<불필요> “‘北위협’, 도깨비 방망이 아니다”
헌법 60조는 안전보장 및 주권 제한에 관한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현 정부가 협정 체결을 추진해 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이 헌법 관련 사항인지는 논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현 정부가 일본 측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하면서 명칭에 ‘군사’를 빼고 협정 체결 주체를 외교부로 삼은 ‘꼼수’를 부렸다. 또 현 정부를 비롯해 일부 협정 체결 지지자들은 문서양식이 협정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법리에 앞서 명백히 전후 일본과 처음으로 맺는 군사협정이라는 점에서 국회 동의를 얻고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헌법 관련 사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의 처사는 반민주적이었다. 외교부가 법제처에 이 협정 수정안에 대한 심사를 의뢰한 지 이틀 만에 심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조약 수정안에 대한 법제처의 평균 심사기간이 26일인 점을 감안할 때 민감성과 중요성이 높은 이 협정에 대한 심사기간에 유구무언일 뿐이다. 이 협정이 국무회의에서 일반안건이 아니라 즉석 긴급안건으로 처리된 것도 문제다.
일반안건은 3일 전에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에 올려 제목과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데, 정부가 반대여론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즉석 긴급안건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이 높다. 이 협정은 양국 정부가 1년 이상 협의해왔고 일본은 처리를 추진하지 않고 있어서 긴급안건으로 다룰 성질이 아니었다.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속이고 무리하게 협정 체결을 추진한 것이 폭로되자 정부는 국회 설명을 거쳐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한·일 군사협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내놓고 있는 협정 체결의 필요성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미·일 협력강화다. 한·일 군사협력이라 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협력이라 말하는 이유는 한·일 군사협력을 미국이 강력히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과거 동아태지역에서 반공전선 확립을 위해 박정희 정권에 한·일 국교정상화를 요구한 사실을 연상케 한다.
금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6월 14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 이후 전격 추진된 정황도 눈에 띈다. 북한위협만 내세우면 대규모 무기 도입도, 일본의 군사활동 확대도,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체제 가입도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북한위협을 거론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가. 이를 위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조성하는 안보협력이 필요하다. 안보협력이 반드시 군사협력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와 민간교류, 신뢰구축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북한위협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는 무슨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하는 자들은 긴장과 대립으로 거짓된 이익을 노리는 일부 세력뿐이다.
근대국가체제 등장 이후 안보의 궁극적 대상은 개인이고 그 실행자는 국가다. 분단과 이념 대립으로 국가안보, 사실은 정권안보가 인간안보를 억압해온 시대는 종식된 지 오래다. 소수 안보지상주의자들을 빼놓고는.
서보혁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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