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8월 1일

기획 | 중국 경제구조 변화에 선제적 대비해야 2012년 8월호

기획 | 한·중수교 20년 평가와 전망

<경제·통상분야> 중국 경제구조 변화에 선제적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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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한·중 FTA 2차 협상이 개시된 가운데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로 하는 한국 측 협상당과 위지앤화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급)를 수석대표로 하는 중국 측 협상단이 민감품목의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양국이 올해로 국교수립 2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양국관계는 경제교류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한국에는 여전한 중국열이 불고 있으며 중국에는 한류의 물결이 태동하고 있다. 물론 정치·외교분야의 협력은 경제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북한 요인을 고려한다면 그리 아쉬워할만한 일도 아니다.

양국교류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경제교류가 나타내는 수치는 실제로 대단하다. 1992년 수교 당시 64억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교역규모는 2003년 500억달러를 달성했다. 2005년에는 교역액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2,206억달러로 수교 당시의 64억달러에 비해 34.6배로 증가하였다.

한국은 교역량의 25%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대중 교역규모는 미국과 일본의 교역규모를 합친 것보다 크다. 2003년부터 중국은 한국의 1위 수출 대상국으로 부상하였고, 2015년에는 상호 교역액 3,000억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임가공에서 산업 내 수평 분업으로 발전

투자 측면에서도 2011년 12월말 기준, 한국의 대중투자 건수는 22,552건, 투자액은 367.9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해외투자 비중으로 보면 건수로는 41.6%, 투자액으로는 19.1%를 차지하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대중국투자 누계액은 502억달러로 중국 내 전체 외국인투자 유치액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이미 4만여 개의 한국업체가 현지에 진출해 있고 2만개가 넘는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중소형 한국기업의 노동집약적 업종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한국 대기업들의 대형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투자 대상지역 역시 산동성, 강소성 등 동부 연해지역으로 바뀌었으며 현재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양국의 경제교류가 이처럼 활성화된 데는 분명히 양자 간의 수요를 충족하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1978년 말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 조달한 원자재를 연해지역의 저임 노동력으로 가공해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연해지역을 이용한 수출주도형 발전모델을 채택하였다.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 이후 중국의 연해지역에는 세계 각국의 자본과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이 결합한 새로운 제조업 국제 분업 허브가 만들어졌고, 중국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한국은 중간재 수출과 기업의 투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산업구조의 변화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노동집약적 가공 및 조립 공정의 출구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게 되었다.

1990년대는 양국의 경제관계가 일차원적이고 상호 보완성이 강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새로운 국제경제 환경이 대두되었다.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화의 물결에 고전했고, 중국 역시 경제 각 분야의 시장화 및 개방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면서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다. 한·중 간의 교역구조 역시 이전의 단순 임가공형 교역에서 산업 내 수평 분업 수준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중국, 세계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전환 중

중국경제는 지난 30년간 외국인 투자의 집중 유치와 농민공의 저임금을 토대로 외자기업을 통해 제조한 저가 공산품을 수출하는 수출주도형 패턴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늘 서방 세계에 의해 인민폐 절상과 소비시장 진작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이미 수출주도형 전략의 한계를 예견했던 중국정부에게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금융위기와 회복 과정은 내수주도형 경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를 위해 중국정부는 친노동자적 정책을 표방하면서 임금 인상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리가 임금 인상을 감내할 수 없으면 중국을 떠나던지 내륙으로 옮기던지 하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것도 이제 중국이 더는 저임금 정책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결국 중국정부는 명확히 소위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중국 경제구조 재편 시도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중 경제관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G2의 일원으로 부상한 중국의 존재는 우리나라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일방적이지 않다. 여하히 새로운 환경을 창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내수시장 진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대중국 내수전략을 새로 수립해 중국 경제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은 내수 비중을 높이고, 현지에서는 부품 등의 현지화 비중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양국은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중국은 FTA 체결에 적극적이다. 여러 가지 정치적 전략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협상에 들어서자 중국의 협상 창구인 상무부가 매우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우리 입장에서도 이 협상은 보여주기 위한 멋과 화려함을 지양하면서 지극히 실리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한국경제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여하히 그 이익을 국민에게 돌릴 수 있는 지에 대한 세밀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요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로 대중국 경제전략을 짜고 실천하는 종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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